성문화운동
이달의 리뷰!?
성문화운동팀에서는 강간죄개정운동과 함께 교육, 캠페인 등의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동의'를 해석하는 젠더 감수성이 높아지 것, '적극적 합의'가 대안적인 성적 실천으로서 사회 곳곳에 자리잡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변화입니다. 올해에는 '성적 동의'에 대해서 더 넓고 깊게 공부해보자는 목표를 갖고 스터디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네 차례에 걸쳐 스터디 모임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 내용을 리뷰로 발행합니다:)
<남성특권>은 2021년 한국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남성특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와 현상을 다루고 있고 '동의', '성폭력' 관련한 주제도 여러 개 됩니다. 원치 않은 성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남성 특권’적 동의 각본에 대해 언급하기 전에, 우선 남성특권과 가깝게 연결되어있는 여성혐오에 대해 먼저 알아봅시다. 저자 케이트 만Kate Manne은 여성혐오를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주하는 적대적인 태도, 행위, 환경’이라고 정의합니다.(21~24p) 사회에 존재하는 젠더화된 규범과 기대치를 여성이 위반했을 때 (늘 그런 것은 아니더라도) 촉발되는 반응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여성들이 대대로 여성적 재화로 여겨져온 것들(섹스, 돌봄, 양육, 재생산 노동)을 남성들에게 제공하도록 요구받는 반면, 남성적 재화로 여겨져온 것들(권력, 지위, 지식에 대한 권리)을 소유하지 않도록 요구받는다고 말합니다(27p). 이를 따르지 않거나 도전하거나 문제제기함으로써 가부장제의 규칙을 위반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이 여성혐오이며, 이를 통해 남성 특권이 유지되고 여성의 권리 박탈, 상실이 초래됩니다. 이러한 정의를 통해 보았을 때 여성혐오는 혐오감 이라는 감정으로만 말할 수 없고, 다른 ㅇㅇ혐오(이를테면 남성혐오)와 같은 기제로 작동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에 더해 저자가 소개하는 개념 중에는 ‘힘패시himpathy’가 있습니다. “남성 가해자가 자기와 비슷한 특권을 누리거나, 그런 특권을 누리지 못하는 여성 피해자를 대상으로 성폭력, 여성혐오 행위를 했을 때, 남성 가해자에게 쏟아지는 압도적 수준의 공감”을 뜻합니다. 성폭력 사안의 문제제기 국면에서, 시간이 지나간 이후까지도 가해자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된 2차 가해 현상을 힘패시라는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저자는 힘패시로 인해서 여성 피해자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현상에 대해 ‘여성지우기herasure’라고 이름붙입니다.
남성 특권이라는 개념은 어떻게 여성에게 원치 않은 섹스가 요구되거나 강요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미투운동을 통해 제기되었던 수많은 ‘위력’이 그러했듯이, 특권이 작용하는 데에 강한 협박이나 물리적 폭력이 행사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벼워 보이기 까지 합니다. 남성의 요구에 여성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남성의 욕망에 여성이 순응하도록 이미 각본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미투운동을 촉발한 하비 와인스타인은 한 피해자에게 2분간 11번이나 “제발” 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가해자는 자신의 지위를 상기시키거나, 각본에서 일탈하지 말라는듯이 ‘너는 나를 창피하게 하고 있어’ 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피해자에게 집요하게 애원하는 행위를 거절에 대한 고통을 여성에게 유발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합니다. 거절해야하는 상황에서 여성은 ‘무례하거나 잘못되었다는 느낌’,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수치, 죄책감을 경험한다는 것입니다.
“여성은 자신이 끔찍한 사회적 결과(직업상의 보복에서부터 파경까지)를 맞이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한편, 남성들(자신이 성적 만족을 누릴 특권은 물론 여성의 열렬한 동의와 참여를 즐길 권리까지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거절 의사를 밝힐 때 극도의 죄책감과 수치를 경험하게 된다”
원치않는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과정은 남성특권과 여성혐오 기제에 따라 각본화되어 있습니다. 데이트 문화에서 통념상 동의했다고 여겨지는 상황은 여성이 원치 않은 성관계였을 수 있으며, 여성이 거절의사를 소극적이거나 적극적으로 내비쳤음에도, 가볍게 또는 끈질기게 무시되었을 수 있습니다. 어떤 경로, 행위, 말, 상황으로 여성에게 압력이 주어졌는지, 상대는 어떤 특권의식을 갖고 있었고 특권을 행사했는지 성관계에 이르는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비동의강간죄를 둘러싸고 사실상 ‘동의’는 여성의 갑작스러운 변심의 문제라고 이야기되곤 합니다. 그런데 ‘원치않는다’는 의사와 표현이 정말로 갑작스러운 것일까요? 그러한 변심으로 억울한 피고인이 나올 수 있다고도 이야기 됩니다. 동의 없는 성관계를 성폭력으로 처벌하는 문제에서 왜 우리는 그동안 법의 한계로 양산되어 온 처벌의 공백을 메우는 것보다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억울한 피고인’을 먼저 염려하는 것일까요? <남성특권>은 꽤나 명료하게 현재 이루어지는 ‘동의’ 관련 질문들에 구조적인 관점에서의 답을 제공해줍니다.
이외에도 미국에서 여성살해범죄를 일으키는 인셀과 남성의 피해자 의식, 여성의 통증에 대한 불신, 맨스플레인, 가스라이팅, 낙태죄와 가사노동 등 다양한 주제도 남성특권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는 것만으로 백래시에 맞서게 되는 요즘인 만큼, 혼자 읽기보다는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눈다면 아는 것의 힘을 더욱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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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