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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이달의 리뷰] 법에 갇히지 않고 법개정 운동하기 : 한국성폭력상담소X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불처벌> 간담회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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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상담소 활동가들과 성적 동의 스터디 구성원들,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들이 모여 <불처벌: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사회에 던지는 페미니즘 선언>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법적으로 강간이 인정되려면 저항을 곤란하게 하거나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증명해야하는 현실과 성매매 피해자와 성매매를 한 자를 가르고 피해가 인정되지 않은 여성은 처벌하는 현실, 어떻게 맞닿아 있을까요? 각 운동의 고민을 담은 간담회 대화록을 발행합니다.

‘동의’로 성폭력, 성매매에 문제제기 하기

신아 : 올해 상담소 성문화운동팀에서는 다른 성적 동의 담론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다. ‘왜 여성들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게 될까? 그 이유를 취약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취약성은 어떻게 만들어 지며, 법적 사회적으로 이해될 만한 것으로 인식되고 해석될까?’ 등에 대해 질문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 이 가운데 <불처벌>을 읽으면서 언어를 얻을 수 있었다. 성매매 현장과 성폭력 현장 다르지만 동의 해석에 있는 자발과 비자발의 프레임에 대한 고민이 맞닿아 있다. 성매매 여성이 성폭력을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에서 성매매와 성폭력은 대립되는 것 같지만, ‘보호할 만한 피해자’라는 법적 프레임에서 두 영역 모두 벗어나지 않는다. <불처벌> 책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이 법으로 피해자가 되려면 ‘위계·위력으로 강요 또는 의사형성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으로 취약성을 인정받아야 하고 이는 청소년이나 장애인이 아니면 인정되기 어렵다. 성폭력 피해자가 성폭력을 인정받으려면 저항을 억압하는 폭행·협박 수단을 증명해야 한다. 피해자가 저항해야하고 저항이 억압될 만큼이어야 한다는 건 강하게 맞서 싸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극심한 취약성, 무력함, 일관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때문에 피해자가 적극적이었거나 행위성을 보였다면 저항하지 않았다고 본다. 우리는 이러한 최협의설을 타파하고 ‘동의여부’로 판단기준을 바꾸자고 하는 것인데, 동의가 단지 강압적이고 비자발적으로 이루어진 피해와 대립되는 적극적인 선택의 의미라면 ‘보호할 만한 피해자’ 상을 반복하는 것이 된다. 이러한 프레임에서 성매매 산업, 성폭력이 이루어지는 과정, 맥락, 특권, 구조는 모두 삭제 된다. 여성의 취약성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오매: N번방 사건에서 피해자가 일탈계에 스스로 참여했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거나 낙인 찍는 등 해당 행위성이 피해 부정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개입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것은 강간죄 개정운동이 도전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어떤 관계이든, 피해자가 어떤 직업, 상황, 조건에 있든 어디까지 동의한 것인지 확인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석 할 때 총체적인 낙인 기제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 동의라는 판단기준을 통해 만들어내고 싶은 변화이다. 

또한 성적 ‘삽입’이 이루어졌다면 동의는 당연히 전제되었을 것이라는 화간 이데올로기를 부수는 것도 강간죄 개정과 같이 만들어야 하는 변화이다. 물리적 저항이 없었다면 협조했을 거라는 인식, 성인여성에게 성적 행위가 완수가 되었다면 협조 하에 가능했을 거라는 인식, 협조한게 아님을 인정받으려면 저항의 흔적을 증빙하라는 요구, 이는 피해자다움이자 화간이데올로기이다. 성적 행위가 성인여성에게 발생했다면 협조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성매매나 성폭력을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이 부분을 설명하고 싶어서 ‘동의’를 가져오는 것이기도 하다. 성매매 현장에서 성폭력을 제기하는 것 중요하고, 데이트 관계, 부부관계에서처럼 성관계 하는/할 법한 관계에 발생하는 성폭력을 제기하는 것도 이 지점에서 중요할 것이다. 

혜진 : 저희가 고민하는 부분도 있고, 연결된 지점도 있는 것 같다. 동의에도 자발/비자발 프레임 있다. 그걸 깨나갈 수 있고 총체적인 여성운동 전략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떤 피해가 읽히는 방식

유랑 : 피해자가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을 가해자가 이용하여 성폭력하는 사례들이 있다. 가해자가 실제로 "취직시켜줄게"라는 말을 하고 피해자도 그 말을 믿는 상황에서 피해가 있는 경우다. 가해자의 말이 거짓이었을 때, 피해자가 신고를 결심하게 되는 여러 감정과 요인 중 하나로 이 약속이 깨진 것에 대한 배신감이 들어있는 것 당연하다. 그런데 이런 피해자의 진술과 선택이 불리하게 되어 성폭력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봤다. 피해자가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 상황과 과정에서 최선의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임에도 이런 자발적인 선택들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때로는 역고소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혜진 : 성매매에서 '조건사기' 사례 생각난다. 폭력을 경험하지만 돈이라도 받았으면 괜찮을텐데, 이마저도 주지 않으니 사기로 해석되는 맥락이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 이러한 폭력과 거래에 대한 구분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러나 이는 법의 언어로는 설명이 안된다. 여성의 행위성이 법적으로 가게 되면 살얼음판을 걷게 된다. 동의 자체에 자발/비자발 부착되어 있다고 이야기 해주셨는데 ‘행위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너는 순결한 피해자가 아니야’라는 엄격한 잣대를 들여다 봐야하나 생각이 든다. 

호랑: 성매매 안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해석할 때 부딪히는 지점이 있다. 벗방 관련해서 피해자와 인터뷰했는데 ‘쉬운 돈벌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현타가 많이 와서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알고 시작했잖아” 라는 말들. 그런데 안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 분도 경찰신고 하러갔는데 동의하고 영상촬영한 것이라 신고가 안 됐다고 한다. 성매매가 읽히는 방식과 벗방이 읽히는 방식 유사하다 생각한다. 성매매에서 구매자만 처벌하려면, 이것의 법적/사회적 언어 근거들을 어떻게 마련해야하나 는 질문이 남고 어렵다

혜진: 벗방이 문화적인 측면으로도 읽혀야 한다. 문제제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가 뭘 욕망하고 여성들에게 바라고 있는지, 성매매가 상품이 될 수 있고 돈이 몰리는 사회는 무엇을 말해주는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루되어 있다’

이산: 성폭력 상담을 할 때에 성매매의 현실을 떠올리게 되는 순간이 있다. 상담하다보면 내담자로부터 상호 간에 있었던 ‘성적인 사건’에 대해서 ‘거래 성립은 피하고 싶다’, ‘거래로 명명되는 것 만큼은 피하고 싶고 성폭력이다’라고 하거나, ‘성폭력으로 명명되는 것은 원하지 않고 이것은 거래다’ 라고 하는 말하기를 만난다. 강간에 대한 낙인과 거래에 대한 낙인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다. 성폭력과 성판매에 대한 낙인은 동일하게 존재하는데, 성폭력은 낙인을 약화시킬 것을 제도가 선도하고 성매매는 낙인을 제도가 부추기고 있어 조금 더 심각한 면이 있다. 

앞선 진술 모두 가부장제 안에서 남성과 배타적인 결속이거나 종속인 관계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를테면 내가 여태까지 해왔던 성적 행위에서 분명히 남성에 의한 기습이나 협박, 강제 이런 것들이 충분히 있었지만 ‘결혼하면 폭력으로 해석하지 않겠다’, ‘연인으로 인정해서 주변에 소개하거나 선포하거나 대우하면 폭력으로 문제제기 하지 않겠다’, 또는 ‘나에게 약속한 토지, 금전 등을 주는 약속을 이행하면 폭력으로 문제제기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약속을 안지키는 문제일 뿐 거래가 아니라 진정성이 있는 1:1의 배타적 관계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의 맹점은 거래냐 아니냐, 폭력이냐 아니냐가 남성의 결정에 달려있게 된다는 것이다. 남성이 자원을 제공하거나 결속을 이행하는 호의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 합의금도 같은 문제에 부딪힌다. 가해자가 잘못을 뉘우치는 합의금이냐, 이거 먹고 떨어지라고 하는 합의금이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며 이 역시 남성에게 달려있다. 권력구도가 바뀌지 않는게 문제이다. 

대가성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사례도 있다. 성관계를 수락하지 않으면 배제당하고, 처벌받고, 생존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다. 가족에게서 쫓겨나거나 직장에서 나가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커뮤니티 안에서 한 여성만 성폭력 당하면 다른 구성원 안전해지는데, 이것은 뭐라고 불러야 하나? 대가성은 이 여성 혼자 만드는게 아니라 커뮤니티 전부가 같이 만드는 것이다. <불처벌> 책에서도 이것을 반복해서 지적한다. ‘우리는 모두 연루되어있다’라는 것. 여성에 대한 낙인으로 다른 여성들이 모두 얻는게 있지 않냐는 지적 말이다. 

‘법제도’라는 현장, 고민과 과제

이산: 성매매 피해자로 국가가 여성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피해가 뭔지는 보려 하지 않는 점도 문제이다. 피해 경험을 알려고 하지 않으니 남성이 착취하고 국가가 피해자를 지원하는 구도가 된다. 마치 가족내에서 가부장이나 아들이 저지른 범죄를 다른 가족이 합의금 등으로 덮어주고 해결해주는 것처럼 국가가 구매자들을 덮어주는 꼴이다. 어디까지가 성적인 것이냐는 논의를 하기 시작하면 지금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유흥업, 서비스업에서 여성에게 친밀성 요구하는 태도 다 문제인데, 이것은 문제삼지 않고 보호받아야 하는 여성이 무엇인가에 대한 초점 반복한다. 그런 여성을 상정하고 그 여성들의 경험과 피해는 궁금해 하지 않고, 그 여성들이 개선되어야 함에 몰두하고 있는 사회가 안타깝다. 

성매매 피해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함께 성산업 현장에서 여성에게 이루어지는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성들의 경험과 피해는 섹슈얼리티과 빈곤 문제가 연동되어 일어나며, 여성이자 빈자이기 때문에 받는 처벌이기도 하다. 알선자도 성산업 여성에 대한 구매자의 범죄를 신고하지 않는다. 일반 업장에서는 신고할텐데 구매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성판매 여성에게 전가한다. 알선자와 구매자의 연대가 끈끈하다. 뿐만 아니라 강간, 알선, 이자율, 폭행 등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 제도가 다뤄야 하는 영역으로 포섭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혜진 :  성매매 피해자라는 법의 틀은, 법이 여성운동의 맥락과 타협한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20년 전 성매매특별법 당시에도 여성운동은 여성 불처벌을 주장했지만, 법의 틀과 언어에서는 '여성은 구매자랑 알선자랑 다르다는거지? 그렇다면 피해자가 되어야 해' 라는 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매: 지원이라는 단어가 제도화 되었다. 그래서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도 ‘피해자 지원’을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도전 하고 싶은 부분도 있고 한계도 있는 것 같다. 이룸도 여러 고민이 있을 것 같다. 

혜진: 성매매여성 지원은 ‘탈성매매’, ‘새로운 삶’, ‘갱생’의 구도가 있다. 제도도 그렇게 짜여져 있다. 탈성매매 안 한다고 해서 지원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획은 그러한 방향이다. 기획에 반대하면서도 나라의 돈으로 지원하는 이 위치성이 늘 고민이다. 급진적으로 지원 받지 말아볼까, 지원자 위치 벗어나볼까 이런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원자 위치 없이 이 현장에 어떻게 가닿을 수 있지? 라는 것도 고민이다.

‘성매매는 젠더권력관계의 문제라는 것을 법적으로 기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법에 기입하는 것에 대해, 법의 언어로 어떻게 기입해야 할지에 대해 계속 질문이 생기기도 한다. 성매매의 규제, 제도 모델에 대한 주장이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는 아니다. 문제의식을 붙잡고 가고 있는 것이다보니 <불처벌> 책이 나오게 된 것 같다. <불처벌>에 담긴 문제의식을 실천으로 현실화하려면 어떤 논의와 변화가 필요할까.

오매: 법제도적인 이야기를 현장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성폭력 문제에서 자유주의적이고 문화적인 개인을 세련되게 호명하는 방식을 넘어서 일상의 성별권력을 다양하게 제시하려는 시도 있었음에도 엄벌, 사법적 해결에 너무 의존하는 것에 위기감을 느낀다. 공권력에 의존하는 것이 진보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이 제기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한국사회에서 사회운동 단체가 법이나 제도에 대해 이야기 하는 위치를 자임하고 역할한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건들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고, 그 일을 수사기관이 어떻게 접근했는지 논하는 것도 공론장이고 텍스트다. 우리가 상담하면서 만난 사건들, 집행과정에서의 문제들, ‘사건’과 ‘사례’들을 매년 포착해서 쟁점화하고 기록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동안의 운동에 대한 정보와 역사가 단절되지 않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제도에 관련된 사람, 시민, 시민단체, 당사자들이 법제도 영역에 구체적인 의제와 문제들을 던지며 접근성을 만들고 대중들과 연결하는 것 필요하다. 

혜진: 여성운동이 여러 여성 폭력에 대해 법에 기입한 것은 여성운동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양한 서사로 복잡한 세계를 등장시키려면

오매: 사회적인 자원, 경제적인 조건, 취약해지는 상황을 이야기 해야한다는 이룸의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본다. 성매매나 성폭력이라는 문제를 당사자가 인식한 이후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문제, 사회적 자원이 더 빈곤해지는 현실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중요하다. 소송 시간, 소송 비용이 많이 드는 현실, 노골적인 배제와 역고소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 폭력을 문제제기하는 순간 더 사회적,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불안이 만들어 진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 성폭력 발화 이후 2차 피해, 일자리 잃음, 역고소 등)

그런데 성폭력과 성매매에서 빈곤을 강조할 때, 누가 더 빈곤한지, 정말 빈곤한지가 또 다른 판단의 기준으로 생산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조건이 또 다른 잣대가 되지 않으려면 사회적으로 빈곤해지고 취약해지는 '과정'과 '방식'을 추적해야 한다. 

호연: 불처벌에 대한 입장, 불처벌을 하기 위한 근거들 촘촘해서 납득이 된다. 그러나 담론 수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선 운동 전략 필요하다. ‘누구와 함께 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이다. 당사자들은 불처벌 입장에 대해 어떤 입장 가지고 있을까? 당사자를 결합할 수 있는, 이것을 지지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 제가 편견일 수 있지만, 여성운동이 반빈곤 운동에 더 연결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부장제 결합한 자본주의 문제, 반빈곤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고민되었다. 

성교육을 성폭력 피해자 쉼터와 성매매 피해지원하는 기관 두 군데에서 진행한다.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성폭력 피해자 쉼터 생활인을 성매매 피해지원 쉼터에서 동일하게 만나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구분이 되지 않고 당사자의 행위성을 고려할 때 두 피해를 구분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성폭력 피해여성 만났을 때에는(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피해’라는 부분 때문에 자기의 서사를 말할 수 있다. 반면 성매매 쉼터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렵다. 함께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자발적으로, 소위 행위성이 결합되어 있어서 자기검열이 작동하기 때문에 말하기를 훨씬 어려워 한다. 그 경험이 나쁘지 않았다고 누군가에게 말했는데 낙인으로 되돌아오는 경험이 되었을때 ‘금지어’가 되어버린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 

물론 성매매 피해쪽은 대부분 빈곤하고 가족불안정성 높다. 성매매 문제는 반빈곤 문제와 관련된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성매매는 성착취다라는 것이 운동적 전략일 때 한계가 있다는 점에도 공감하고, 성매매가 성착취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도 공감한다. 운동 전략을 생각한다면, 의미의 다각화를 꾀해야한다. 동의, 자발 등 공통적으로 문제적인 것들을 드러내는 작업, 의미를 어떻게 다각화 시킬까에 대한 고민해야 한다. 

이산:  당사자 여성이 전면으로 드러나면 토큰이 되어버리는 지형에서 낙인이 심하기에 이야기를 활발하게 꺼내기 어렵다. 플랫폼 노동 이야기 들을 때마다 성노동 문제가 생각이 난다. 플랫폼 노동(배달, 기사 등)에서 당사자 목소리 확보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노동자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이 그 일을 잠깐 하고 빠질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배달기사들이 그 어려운 지점을 타파하고 있고, 여기에는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경험을 서사화하고 요구안을 가시화한 노력이 있다. 성노동자가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돈을 벌고 있는 현실을 강조 해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매일 지속되는 강간 피해자가 아니라 행위자성을 포함하는 방식의, 사회적으로 승인된 정체성이 뭘까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고민을 더 해보고 싶은데 활발히 이야기 되기 어려운 것은 여성운동이 너무 비대칭화 되어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자유주의적 개인을 상정하고 있고 이에 대한 반성 없이는 앞선 고민의 구체화가 어렵다. 여성운동이 많은 여성들을 법제도 보호와 지원 영역 안으로 들어가게 했는데, 행위자성을 거리두고 볼 필요 있다. 그런 논의가 선행 되어야 성매매 여성에 대한 운동 전략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호연: 운동전략을 짤 때 무엇을 피해가면서 전략을 짤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저는 ‘불처벌’이라는 단어를 쓰는 순간 저는 법의 문제와 떨어질 수 없는 개념이 된다고 본다. 그런데 이 운동이 법개정 운동으로 축소되거나 납작하게 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동의, 자율성, 자발/비자발 이런 개념이 개인이 의지를 발휘해서 책임지는 식의 대단히 자유주의적인 개념틀이 있다. 그런데 그 개념이 관계적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인가? 자유주의적 이해를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 것인가? 

재현과 관련해서 특정 인물이 등장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세계가 복잡한 지형이라면 특정 인물보다는 다양한 서사들이 등장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지 않나. 이 세계가 얼마나 복잡한지 등장하게 하는 것, 이 운동전략에서 피해가야 하는 것, 운동이 자유주의적 개념틀에 고착되지 않게 하는 전략이 중요한 질문이라고 본다.  

편집 :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