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두나] 낙태고발 중단하고 여성낙태권 보장하라 (경향신문 2010. 02. 12)
낙태를 근절하겠다며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병원을 고발조치한 프로라이프의사회의 행보가 우려된다. 낙태 시술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여 낙태 시술 의사와 여성들을 궁지로 몰아넣으면 한국사회에서 낙태는 근절될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낙태 중 90% 이상은 사회·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여성들은 아이를 기를 만한 경제적 여건이 못돼서, 또는 결혼제도 밖의 임신이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낙태를 선택한다. 즉, 낙태의 배경에는 여성이 성관계와 임신·출산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성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는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한다고 해도 낙태는 근절될 리 없다. 만약 고발조치가 계속돼 산부인과들이 낙태 시술을 꺼리게 되고, 여성들이 안전하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려워진다면 여성들은 건강과 생존을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들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치르고, 무면허 시술자에게 낙태 시술을 받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며, 많은 여성들이 낙태시술을 위해 해외로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낙태 금지 정책을 펼친 유럽 국가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위해 국경을 넘고, 무면허 낙태 시술 중 사망하지 않았는가.
임신과 출산, 양육은 여성의 전체 삶에 큰 영향을 끼치며, 따라서 출산을 하거나 하지 않을 권리, 낙태를 하거나 하지 않을 권리는 그 누구도 아닌 여성 자신의 선택권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낙태가 줄어들기를 바란다면 낙태 시술한 의사와 여성을 고발해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개선해야 한다. 비혼여성의 임신과 출산, 한부모 가족 아이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또한 양육의 책임도 남성과 국가,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국가의 형벌권만 강화해 낙태를 근절하겠다는 프로라이프의사회의 주장은 낙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는 여성의 안전과 자기결정권을 위협하고, 경제적 부담만 증가시킬 것이다. 프로라이프의사회는 이러한 행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는 열린 지면입니다. 경향신문에 대한 비판, 제언 등 소재와 글의 형식에 관계없이 독자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회 흐름을 짚을 수 있는 독자 여러분의 살아 있는 글로 충실히 지면을 꾸미겠습니다. 적극적인 참여 바랍니다. 글은 op@kyunghyang.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02)3701-1202~4
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낙태 중 90% 이상은 사회·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여성들은 아이를 기를 만한 경제적 여건이 못돼서, 또는 결혼제도 밖의 임신이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낙태를 선택한다. 즉, 낙태의 배경에는 여성이 성관계와 임신·출산을 스스로 통제하고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이중적인 성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는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의사와 여성들을 고발한다고 해도 낙태는 근절될 리 없다. 만약 고발조치가 계속돼 산부인과들이 낙태 시술을 꺼리게 되고, 여성들이 안전하게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어려워진다면 여성들은 건강과 생존을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성들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비용을 치르고, 무면허 시술자에게 낙태 시술을 받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며, 많은 여성들이 낙태시술을 위해 해외로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 과거 낙태 금지 정책을 펼친 유럽 국가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낙태를 위해 국경을 넘고, 무면허 낙태 시술 중 사망하지 않았는가.
임신과 출산, 양육은 여성의 전체 삶에 큰 영향을 끼치며, 따라서 출산을 하거나 하지 않을 권리, 낙태를 하거나 하지 않을 권리는 그 누구도 아닌 여성 자신의 선택권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낙태가 줄어들기를 바란다면 낙태 시술한 의사와 여성을 고발해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개선해야 한다. 비혼여성의 임신과 출산, 한부모 가족 아이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과 차별이 사라져야 한다. 또한 양육의 책임도 남성과 국가,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
국가의 형벌권만 강화해 낙태를 근절하겠다는 프로라이프의사회의 주장은 낙태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는 여성의 안전과 자기결정권을 위협하고, 경제적 부담만 증가시킬 것이다. 프로라이프의사회는 이러한 행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는 열린 지면입니다. 경향신문에 대한 비판, 제언 등 소재와 글의 형식에 관계없이 독자 여러분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회 흐름을 짚을 수 있는 독자 여러분의 살아 있는 글로 충실히 지면을 꾸미겠습니다. 적극적인 참여 바랍니다. 글은 op@kyunghyang.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02)3701-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