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1차 포럼 참석 후기
* 이 글은 2015년 하계인턴 정고은님의 후기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7월 3일, 인권중심사람 한터에서 열린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1차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장애/여성 재생산권과 관련한 그간의 운동의 흐름, 재생산권의 의미와 내용, 재생산권 관련 법적 쟁점,
의료적 상황과 쟁점을 짚어주신 기획단 (건강과대안 젠더건강팀, 희망을만드는법, 장애여성공감,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백영경) 의 발제를 듣고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사회경제적 사유나 본인 요청에 의한 임신중단이 금지되고 임신중단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연관된 문제이고, 여성의 신체의 자유와 연관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토론자인 이미경 소장님은 여성의 재생산권, 임신출산결정권 등의 논의가 특정 여성을 중심으로 한정된다면
다양한 위치와 정체성을 가진 여성들이 논의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데 문제의식을 표하고,
국가가 출산모델을 설정하는 상황에서는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편적 권리로써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국가의 이해가 아닌! 여성의 목소리로 임신, 임신중단, 출산 등의 의미를 새롭게 해야 한다는 점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2012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함께 한, 성폭력피해로 인한 임신중단 실태 연구결과를 공유하며
‘사회경제적 사유의 임신중단을 범죄화하는 사회구조에서는 성폭력피해자의 재생산권, 임신출산결정권이 보장될 수 없다’,
‘예외사유에 한한 지원기준 마련과 제도화가 결과적으로 이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여성들의 권리는 제약하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임신중단권의 합법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포럼 참석 전 읽어본 발제문 속 이야기들은 조금은 어렵고 낯선 문제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포럼에 참석하여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이 문제가 곧 나의 문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어쩌면 모두 잠재적인 범죄자들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순간, 그리고 그 아이를 원하지 않는 순간, 우리는 모두 낙태죄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는 국가에 살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제 스스로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60년대 한국은 가족계획정책을 이유로 돈을 줘가며 인공유산을 권장한 국가였다.
여성의 몸은 국가의 인구조절수단인가?
현재 한국은 출산장려를 이유로 낙태를 불법화하고 있고 어디에도 여성의 목소리는 없다!”
임신중단 범죄화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정조를 지키지 않은 여성’, ‘혼전/혼외 임신을 한 여성’, 나아가 ‘성관계를 하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비난과 낙인, 여성의 성관계에 대한 억압, 구속과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최근 발표된 교육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을 보더라도 준비된 성관계, 성적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발휘/협상할지의 내용은 삭제되고
생물학적인 여/남의 차이를 강조하며 출산을 여성의 의무처럼 강조하며 태교와 신생아 돌보기를 세세히 가르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관련기사: 20년 전으로 후퇴한 학교 성교육 시계 http://www.womennews.co.kr/news/84698#.VZzl3F_tlH4)
이날 포럼을 통해 한국사회 여성들의 현실을 살피고, 재생산권에 관련한 그간 활동, 각자의 입장과 고민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우세한 생명론의 분위기, 여성의 삶은 외면하고 ‘태아’의 생명만을 더 존중하는 사회현실,
사회경제적 사유나 본인 요청에 의한 임신중단은 금지되고 우생학적 사유 등 제한적 사유로만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현재의 상황을 비판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 재생산권과 관련한 국내외 흐름과 현안을 정리하고 보다 풍부한 논의가 가능하도록 포럼에 초대해주신
“장애/여성 재생산권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기” 기획단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