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아동청소년 대상 성매매는 성착취 범죄일뿐이다. “만 13세 지적장애 아동을 성매수한 가해자를 아동에 대한 침해가 없어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서울서부지방법원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
공 동 성 명 서
2014. 6. 6. 사건 당시 만 13세의 지능지수 70정도인 아동이 가출한 뒤, 성인 남성에 의해 모텔로 유인되어 성적인 착취를 당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였다. 가출 이후 잘 곳이 없던 아동은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성인 남성 양씨를 만나 모텔로 유인되어 성적인 착취를 당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 양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를 위한 법률 제13조(성매수등) 위반으로 기소되었고, 미성년자에 대한 유사성교행위가 인정되어 벌금 400만원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이 사건 피해 아동과 그 법정대리인은 양씨에게 이 사건 범죄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와 그 치료를 위해 지출한 병원비를 청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서울서부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양씨에 대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인정하지 않고 기각하였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이 대상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1. 신판사에게 묻는다. 신판사가 헌재의 판단을 인용한 바와 같이, 아동청소년의 특수한 지위를 고려하여 아동청소년이 성적 가치관과 판단능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아니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고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인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는 이들 아동청소년의 개인적 성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물며 지적 장애가 있고 만 13세를 2개월 지난 아동청소년이 성인 성범죄의 대상이 되었다면 국가는 이 아동청소년의 개인적 성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가는 단지 성인 성범죄자를 처벌하고 이를 통해 결과적으로 아동청소년의 성이 보호받아 사회질서가 확립·유지되는 반사적 효과만을 기대하면 되고, 아동청소년의 개인적 성을 보호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대상 판결은 청소년 성보호법의 보호법익을 사회적·공공적 성에 한정하여 축소시킨 판결이다.
양씨에 대해 재판을 담당한 민사 21단독 신판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첫째,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 성보호법’이라고 한다)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은 아동·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인데 그 보호의 대상이 되는 성은 아동·청소년의 사회적·공공적인 성일뿐 그 아동의 개인적 성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청소년 성보호법의 제정취지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자기 모순적인 판결이다. 본 판결은 청소년 성보호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헌법재판소 2011. 10. 25. 선고 2011헌가 1 전원재판부결정)을 인용하면서 청소년 성보호법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와 건강한 성장을 보호법익’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동·청소년의 개인적인 성과 사회적·공공적 성을 구분 짓고 그 보호의 대상을 아동·청소년의 사회적·공공적 성으로만 국한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보호되어야 할 핵심인 각 개인으로서의 청소년의 성은 보호의 대상으로 삼지 아니한다는 것인데, 개인으로서의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지 않으면서 사회적·공공적 성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법과 사회가 개인으로서의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는 데는 소홀히 하면서 성착취 범죄를 성매수자 남성의 개인적 일탈로 보고 그 행위만을 처벌하는 것으로써 사회적 성풍속을 확립시키고자 한다는 것인데, 이는 국회와 법원의 직무유기일 뿐이다.
2. 대상 판결은 성매매범죄의 가해자는 있으나 피해자는 없다는 판결로 성매수자들의 책임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다.
이 판결은 청소년 성보호법에 규정된 대로 성매매 범죄의 상대방이 된 아동·청소년은 대상청소년일 뿐 피해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이 사건에서 만 13세의 지적장애가 있는 아동조차도 자발적으로 성을 판매한 대상청소년이기 때문에 피해자는 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성보호법 상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매매는 엄연히 ‘성범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성년자의 성을 산 성매수자는 법적으로 처벌하면서 범죄의 대상이 된 미성년자는 굳이 피해자로 보지 않는 것은 무슨 의도인가? 그러한 규정이 미성년자에 대한 성매매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성을 판매한 미성년자를 피해자로 보지 않는 청소년 성보호법의 대상청소년 규정은 만 13세 이상의 위기청소년들이 가출 등으로 인한 궁박한 상태에 놓이게 되었을 때, 위험한 선택을 할 기로에 놓였을 때, 이러한 상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손쉽게 성적만족을 얻는 성인 남성들에게 민사적 책임에 대한 면죄부를 허락한다. 그러나 표면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고 해서 이러한 행위에 불법성이나 비난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아동·청소년의 성을 산 행위가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것은 마땅하나 성을 산 아동에 대해서는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성매수 남성들과의 성매매 경험이 아동·청소년의 내면에 남길 생채기와 성장과정에서 그 자의식 형성에 미칠 영향은 외면해도 좋은가? 청소년 성보호법이 아동·청소년 성매매피해자를 대상청소년으로 규정하는 한, 진정 아이들의 성을 보호하고 건강한 성장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라고는 볼 수 없다.
3. 대상판결은 법조문에만 함몰되어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판결이다.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도 양씨에 대한 판결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를 포기하고 그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박탈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이 사안의 피해자는 만 13세를 갓 지난 지능지수 70의 경계성 지적 장애를 가진 아동이다. 이 사건 가해자 양씨의 경우, 당시 만 13세의 지적장애 아동이 가출하여 만난 첫 성인 남성으로서 육안으로 보기에도 지적장애가 확실한 이 아동을 부모에게 인계만 하였더라도 연이어 발생한 이 사건 피해들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양씨는 이 아동을 모텔로 유인하여 성적 노리개로 삼았다. 지적장애가 있고 만 13세 밖에 지나지 않은 이 아동은 성매매를 원한 것이 아니라, 단지 잠자리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 양씨는 이러한 궁박한 처지와 미숙함을 이용하여 자신의 성적 욕망을 해소했을 뿐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에서는 강제성이 없었다 하여 성폭력 범죄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양씨가 성매수자로 처벌받았음에도 민사21단독 신판사는 이 사건 아동청소년이 성범죄의 피해아동청소년이 아니라고 보아 이 사건 아동청소년에 대한 양씨의 민사적 책임이 전혀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특히 인지기능발달의 부진,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거나 사회적으로 적용하는데 어려운 사실을 인정하나 그것이 의사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신판사의 결정은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와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는 커녕 오히려 성매매행위자로 낙인찍고 있어 우리를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다. 이는 청소년 성보호법상의 대상청소년 규정에 함몰되어 구체적 타당성을 결여한 판단으로 일반 국민의 법감정으로 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다.
4. 만 13세를 갓 지난 지능지수 70의 경계성 지적 장애를 가진 한 아동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한 엇갈린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두 판결은 현 청소년 성보호법의 문제점과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부족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아동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고,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획기적이고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서울서부지방법원의 민사 제7단독 재판부(하OO 판사)와 민사 제21단독 재판부(신OO 판사)에서는 이 사건 피해 아동의 의사 결정 능력에 대해 완전히 반대의 판결을 선고했다. 한 아이에 대한 같은 법원의 1심 판결이 엇갈리면서 이 사건 피해아동은 의사 결정능력이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하고, 없는 사람이 되기도 하면서 이번 판결은 세간의 조롱거리와 공분을 사고 있다. 이는 현 청소년 성보호법의 문제점과 아동청소년 성착취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부족을 드러낼 뿐이다.
전 세계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벌어지는 성범죄를 점점 더 심각한 범죄행위로 보고 더욱 엄격히 처벌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성착취 범죄일 뿐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는 동의여부를 떠나 성착취 범죄일 뿐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까지 확장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이번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획기적이고 현명한 판결을 촉구한다.
2016년 5월 16일
공동성명 연명 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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