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라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약속을 이행하고 보육을 반드시 포함하라
‘저출산’ 문제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해결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 출발은 낙태죄로 인한 출산의 강요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삶의 조건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어야 하고 그것은 보육의 공공성 확보이다.
자본주의적 발전주의는 경제 성장을 가져왔지만 분배의 부정의를 초래했고 갈수록 삶의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자신의 삶조차 책임질 수 없는 현실에서 결혼과 출산은 공생이 아니라 모험이 되어버렸다. 결혼 제도 속에 들어간 여성들의 노동은 사회에서 보장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별고정관념은 여성에게 일과 생활의 균형은커녕 독박육아와 가사노동의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어린이집 사고에 대해서도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엄마에게 그 책임을 묻기까지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출산’ 현상은 필연적인 사회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육의 책임에서 비껴나 있는 남성과 사회,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이는 보육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안전사고나 아동의 인권 침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보육 현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 여성의 노동력이 필요했던 국가가 사회구성원의 재생산이라는 자신의 역할과 책임은 방기하고 그 주도성을 민간에게 내어 준 것이다. 시장논리를 탈피 할 수 없는 민간주도의 보육 현장은 열악한 보육 노동 환경과 그로 인한 아동 인권의 침해 등 많은 문제들을 파생시키고 있다.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을 마련해왔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미봉책에 그쳐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단발적인 대응이 아닌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사회서비스로서 보육을 포함한 돌봄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
현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 설치를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사회서비스공단은 보육과 요양(시설/재가), 장애활동지원, 사회복지와 같은 사회서비스 전달체계의 공공성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목적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집권 2년차 정부의 사회서비스공단에 대한 추진 상황은 매우 미흡한 상태다. 관련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예산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적극적이지 않다. 게다가 보육을 사회서비스공단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어 매우 문제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회서비스공단에 대한 논의가 왜 나왔는지를 복기하며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흔들림 없이 구축해야 한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강조해왔다. 사회적 돌봄을 통해 누구나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담보 없이는 우리는 ‘저출산’을 극복할 수 없고 아동과 보육교사의 인권, 노인의 인권 침해를 막을 수도 없다.
우리는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 비참하게 죽음을 기다리지 않는 사회, 돌봄의 정당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를 원한다. 정부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고, 보육을 반드시 포함하라
2018년 10월 11일
한국여성단체연합 7개 지부 28개 회원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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