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논평(2020.03.30.)
제20대 국회는 강간문화를 바꾸는 데 실패했다
제21대 국회는 강간죄부터 개정하라!
텔레그램 성착취 실태가 밝혀지면서 대중의 분노가 뜨겁다. 이에 국회에서는 성착취물 제작·유포자 처벌을 강화하고 유포된 성착취물을 본 이용자도 처벌하는 법안 등을 발의했다. 그러나 제20대 국회가 임기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실제로 법안이 통과되고 실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20대 국회는 2018년 미투 운동 이후에도 150여 건에 달하는 이른바 ‘미투 법안’을 발의했지만, 대부분 통과되지 않았으며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투 운동을 통해 중요한 과제로 밝혀진 강간죄 개정도 끝내 미뤄질 전망이다. 제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5개 정당은 성폭력 판단 기준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바꾸는 10개 법안을 발의했지만, 실질적으로 법안을 통과·실행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관련 법안은 곧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될 예정이다. 수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여성/시민들이 온라인에서, 거리에서, 법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성폭력·성차별 근절을 촉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제20대 국회는 계속되는 파행과 직무유기로 성폭력 문제해결을 방치했다. 그 결과가 텔레그램 성착취방 100여 곳을 이용한 ‘평범한’ 가해자 26만 명(중복추산)이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내놓은 젠더 정책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기존에 강간죄 개정에 관한 3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겨우 “‘비동의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라는 미적지근한 입장을 내는 데 그쳤고, 자유한국당의 뒤를 잇는 미래통합당은 강간죄 개정에 관하여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에서 분리된 국민의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명시적 동의 원칙에 따라 성범죄를 엄벌하도록 형법을 개정하겠다”라고 발표했는데, 홈페이지상 게시된 공약에 따르면 젠더 정책 자체를 전혀 비중 있게 다루고 있지 않다. 특히 강간죄 개정은 ‘신종 전염병 대응 및 여성과 아동청소년 안전’ 파트 중에서도 세부 공약 중 하나인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엄벌’을 실천하기 위한 한 꼭지로만 형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반면, 정의당은 젠더폭력 3대 공약으로 “비동의 강간죄 조속 개정”을 약속했다.
지난주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등록이 마감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역구국회의원선거는 21개 정당에서 1,118명이 등록했으며,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는 35개 정당에서 312명이 등록했다. 4.15 총선을 통해 구성될 제21대 국회에는 무거운 책임이 요구된다. n번방 관련 국민청원 5건에 동의한 사람은 500만 명(중복추산)을 넘어섰다. 이 공분은 결코 새로운 불씨에서 터져 나온 것이 아니다. 그동안 쌓이고 쌓여온 분노와 불신이 폭발한 것이다. 성폭력 패러다임을 바꾸고 성평등한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더는 기다릴 수 없다.
모든 후보자에게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 강간죄 개정을 새로운 사회 비전의 일환이자 제21대 입법부의 책임 및 과제로 약속하고 실천하라!
2020. 03. 30.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
(총 209개 단체/중복기관수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