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9월 28일 11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기자회견 <'낙태죄' 폐지가 답이다>가 진행되었습니다.
작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기억하시지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낙태의 문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이 대립하는 문제라고 볼 수 없다는 점, 낙태를 처벌하는 것은 임신중지 예방에 실효성이 없으며 성적 불평등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점, 여성이 임신 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루 짚으며 형법상 낙태죄의 문제점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12월 31일까지 위헌적인 낙태죄를 대체할 입법을 마련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동안 상담소를 비롯한 단체들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다음과 같은 법제도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 유산유도제 즉각 도입
- 안전한 의료접근권 보장과 의료인 교육 및 훈련
- 피임접근권 확대와 포괄적 성교육
그런데 지금까지 대안 모색에 나서지 않던 정부가 지난 8월 차관회의에서 임신중지 허용 기간을 임신 14주 내외로 정하고 주수에 따른 처벌 조항을 존속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것입니다. '주수'와 관련하여서는 지난 헌재 결정에서도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중요성 및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임신한 여성이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하여 전인적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실행함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4주는 절대 충분한 시간이 아니며, 66년만에 여성들이 이루어낸 진전에 반하며 사실상 '낙태죄'를 존치하겠다는 시도와 다르지 않습니다. 이 시대착오적인 역주행을 막아야 합니다.
첫번째 발언은 나영 님(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님이 해주셨습니다. 나영 님은 문재인 정부에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자퇴를 요구받고, 직장에서는 계약해지나 퇴사를 요구받는 현실, 불안정한 일터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여전히 독박육아와 돌봄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에 대해 정부는 무엇을 할 것입니까? 실질적인 성교육은 여전히 거리가 멀고 남성들이 스탤싱, 피임 거부,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성관계를 자랑처럼 얘기하는 이 사회에 대해 무엇을 할 것입니까? 산부인과를 찾아 멀리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의료 환경과,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불안한 마음으로 전전해야 하는 현실, 인터넷에서 출처도 모르는 유산유도제를 구입해서 복용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지금 정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처벌이나 허용사유를 검토할 게 아니라 이러한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계속해서 요구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도대체 이에 대해서는 무엇을 준비했습니까?"
두 번째 발언은 박은주 님(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님이 해주셨습니다.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함께한 여성 100인의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선언문을 낭독해주셨습니다.
"“그 어떤 여성도 ‘낙태죄’로 처벌 받지 않도록”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 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변화는 두려운 것일 수 있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2005년 호주제를 폐지했습니다. 호주제 폐지에 대해 격렬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여성들이 호주제로 인한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 발언은 김하나 님(성과 재생산 크리스천 포럼, 섬돌향린교회 전도사)께서 해주셨습니다.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과 신념을 이유로 여성의 생명과 존엄에 위해를 가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이 시간에 어떤 여성은 더 안전한 임신중절의 방법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생명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말과 행동들을 돌이켜 가부장제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과 연대해야합니다. 생명존중과 사랑이 종교의 역할임을 기억해야합니다.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가 되고 우리들의 건강과 존엄성이 오롯히 지켜지는 그날까지 이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네 번째 발언은 진은선 님(장애여성공감 활동가)께서 해주셨습니다.
"성적 불평등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놓인 여성, 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정보의 불평등으로 임신사실을 모르거나 몸을 통제하는 권한 자체가 타인에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별받는 위치에 있을수록 적절한 시기에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며 국가가 임신중지를 주수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처벌과 낙인을 강화하는 시대착오적인 정부안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 하는 안을 마련하고 장애, 질병, 나이, 국적이나 인종, 경제적 상황 등에 관계없이 성과 재생산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위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십시오."
다섯 번째 발언은 권수정 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께서 해주셨습니다.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이 여성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여성노동자가 어떻게 라인에서 임신하고 아이를 낳고도 잘리지 않고 일할수 있는지 말해야 합니다. 배를 만들고 철강을 만들고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 최소한 여성이 50%의 비율로 취업을 하고, 여성의 몸에 맞게 설계된 라인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고도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할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국가는 고민해야 합니다."
여섯 번째 발언은 성미선 님(녹색당 운영위원장)께서 해주셨습니다.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신중절 관련법, 정비에 앞서 사회적 공론장을 마련하여 윤리적 기준, 의료기반 마련, 시민의식 변화등을 주도하는 역학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국회는 이런 일에는 관심이 없고 임신중절에 대한 주수제한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법안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녹색당은 강하게 정치권의 책임을 묻습니다. 정치가, 국가가, 왜 존재하는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권력임을 잊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 건강권을 제한하려는 행위는 엄연한 권한 밖의 일임을 선언합니다."
일곱 번째 발언은 장혜경 님(사회변혁노동자당 정책위원장)께서 해주셨습니다.
"정부의 움직임은 낙태죄 완전 폐지를 염원했던 여성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최근 미투운동이 촉발되고 N번반 사태와 같은 성착취에 대한 여성들이 분노하는 것은 여성의 몸에 대한 성폭력, 성착취를 끝내야 한다는 외침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성폭력과 성착취가 문제인 것처럼, 여성의 출산권, 임시중지권을 국가가 법으로 제한하고 처벌하는 것은 여성에 몸에 대한 국가폭력에 다름아니다. 완화된 형태의 낙태죄의 존치는 단순히 임시중지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의 안전한 임신권, 출산권, 임신중지권의 보장은 노동현장에서의 여성차별을 종식시키는 것과 밀접히 연관된다."
마지막으로는 청와대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라 퍼포먼스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
발언문1.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대표)
10년 전인 2010년에, 우리는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을 요구하는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12년, 헌법재판소는 임신중지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이 그저 사익일 뿐이라며 낙태죄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 해 가을, 한 명의 여성이 처벌을 피해 안전하지 못한 임신중지 시술을 받던 도중 사망하였습니다. 2016년 , 다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며 여기 광화문 광장 앞에 섰을 때 우리는 생명권과 결정권을 손쉽게 태아 대 여성의 문제로 대립시키는 국가를 향해 이렇게 외쳤습니다.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 오늘처럼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 행동의 날이었던 3년 전 9월 28일에는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빨간 끈을 들고 서로의 경험을 연결했습니다. 70년대 가족계획 정책으로 소위 배꼽수술이라 불리던 복강경 피임 시술을 받고 골반염에 시달려야 했던 경험, 임신과 임신중지를 이유로 학교에서 자퇴를 강요당했던 경험,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임신중지를 요구받았던 경험, 임신중지 시술을 받기 위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했던 경험. 이 모든 경험들은 국가가 인구관리 목적을 위해 형법 낙태죄와 모자보건법 상의 우생학적이고 임의적인 허용사유를 공존시켜 온 지난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낙태죄 폐지 요구는 국가의 허락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낳을만한 사정과 그렇지 못한 사정을 구분하고, 손쉽게 여성들에게 처벌로서 그 책임을 전가해 온 역사를 이제 끝내라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 묻습니다. 장애나 질병, 인종, 국적이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아가기 어려운 조건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할 것입니까?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자퇴를 요구받고, 직장에서는 계약해지나 퇴사를 요구받는 현실, 불안정한 일터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여전히 독박육아와 돌봄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에 대해 정부는 무엇을 할 것입니까? 실질적인 성교육은 여전히 거리가 멀고 남성들이 스탤싱, 피임 거부, 불평등하고 폭력적인 성관계를 자랑처럼 얘기하는 이 사회에 대해 무엇을 할 것입니까? 산부인과를 찾아 멀리 다른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의료 환경과, 안전하게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불안한 마음으로 전전해야 하는 현실, 인터넷에서 출처도 모르는 유산유도제를 구입해서 복용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지금 정부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처벌이나 허용사유를 검토할 게 아니라 이러한 실질적인 변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계속해서 요구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도대체 이에 대해서는 무엇을 준비했습니까? 여성들에게는 출산만큼 임신중지도 자신과 아이의 삶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그러므로 처벌이 두려워 임신중지를 하지 않을 여성은 없습니다. 그러나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달라진다면 임신의 유지를 결정하게 될 여성들은 많습니다. 낙인과 처벌은 보다 안전한 임신중지의 시기를 놓치게 만들 뿐이지만, 공공의료 체계를 통해 어디서든 안전한 임신중지가 보장된다면 여성들은 조금이라도 이른 시기에 임신중지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시 국가의 책임은 방기한 채 평등한 삶의 조건과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더 안전하지 못하고, 더 불평등한 결과를 떠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지금 이 자리를 통해 정부에 다시 한 번 강력히 요구합니다. 지금은 형법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이라는 낡은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역사를 시작해야할 때입니다. 지난 66년의 여성 처벌의 역사, 우리의 삶과 생명을 선별해 온 역사,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의 역사를 대신하여 이제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할 구체적인 법과 정책을 시작하십시오. 우리는 누구의 삶도 처벌이 가능한 조건 속에 남겨둘 수 없습니다.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가 이루어질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할 것입니다. 낙태죄 폐지가 답이다! 낙태죄 완전 폐지하라! |
발언문2.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함께한 여성 100인의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선언문 낭독, 박은주(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그 어떤 여성도 ‘낙태죄’로 처벌 받지 않도록”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 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변화는 두려운 것일 수 있지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2005년 호주제를 폐지했습니다. 호주제 폐지에 대해 격렬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많은 여성들이 호주제로 인한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여성들의 용기 있는 행동은 2019년 4월 11일, 형법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끌어냈습니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를 위한 국제행동의 날인 오늘, 우리 역시 함께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여성의 결정을 신뢰하는 바탕 위에서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국가는 여성을 성과 재생산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성평등교육과 피임교육을 모든 시민에게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원치 않는 임신 예방, 임신중지 접근성 확대, 안전한 의료지원 체계 마련 등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그 어떤 여성도 임신중지를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도록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는 반드시 삭제되어야 합니다. 호주제를 폐지했다!! 낙태죄도 폐지하라!! 2020. 9. 28 호주제 폐지 운동을 함께한 여성 100인의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선언 참가자 일동 |
발언문3. 김하나 전도사(성과 재생산 크리스천 포럼, 섬돌향린교회)
오늘도 여성의 안녕을 묻는 것이 두려운 하루이지만, 그럼에도 여러분의 안녕을 간절히 바라며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성과 재생산 크리스천 포럼의 회원이며 섬돌향린교회 전도사 김하나입니다. 작년 4월 낙태죄 헌법 불합치 소식을 듣고, 이 불의한 사회 구조에 투쟁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낙태죄 헌법 불합치'를 이끌어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까지 저는 '낙태죄 폐지' 운동에 대해 관심하지 못했습니다. 나의 몸에 관한 일이니까 스스로 조심하라고 말을 듣고 살았고, 할 수 있는건 별로 없는 것에 이상하다고 여기며 스스로 조심하는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낙태를 했어야하는 친구들과 함께 병원 있으며 왜 우리는 죄 지은 사람처럼 병원을 찾아다녀야하고 그러는 동안 임신 주차수가 지나고 있는것을 두려워해야하는지 온갖 수치심을 뚫고 자기 삶을 지켜낸건 여성인데, 몸과 마음의 부담은 왜 오롯이 여성이 감당해야는지 화가 났습니다.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싸우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여성들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생존이, 살아내는 것이 투쟁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마음들이 올라왔습니다. 그 때 '성과 재생산 크리스천 포럼'에 함께 할 제안을 받았고 함께 공부하며 제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기 위한 사회적 구조와 임신중절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왜곡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낙태죄 헌법 불합치'가 선언되었으니 더 나은 세상이 오겠다고 기대했지만, 정부는 무늬만 '낙태죄 폐지'이고 실제로는 여전히 여성들의 건강과 존엄을 위협하는 제도를 남겨놓으려고 합니다. 여성의 건강과 존엄은 누군가의 합의나 허락이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더이상 우리의 건강과 존엄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지 마십시오. 국가의 역할은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지 국민의 중재자가 아닙니다. 사회적 합의를 운운하며 정작 국민들이 서로 소통하도록 조력하는 노력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사람의 생명과 존엄은 합의의 대상이 아니며, 인권이 보장되고, 각 사람이 자신의 몸과 맘의 건강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제도와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과 신념을 이유로 여성의 생명과 존엄에 위해를 가하지 마십시오. 당신들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이 시간에 어떤 여성은 더 안전한 임신중절의 방법에서 배제되고 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생명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말과 행동들을 돌이켜 가부장제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과 연대해야합니다. 생명존중과 사랑이 종교의 역할임을 기억해야합니다.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가 되고 우리들의 건강과 존엄성이 오롯히 지켜지는 그날까지 이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연대합니다. 함께합니다. 투쟁! |
발언문4. 진은선 활동가(장애여성공감)
안녕하세요. 저는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진은선입니다.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은 국가가 여성의 몸을 비범죄화하고 성과 재생산권리를 보장해야 함을 선포한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그 역사를 역행하는 정부안을 철폐하고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국가는 낙태죄폐지 이후, 성과 재생산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에도 조급한 이 때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형법 조항을 폐지하지 않고, 14주까지 허용하는 안을 만든다는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옵니다. 여성의 결정을 범죄로 만드는 문제를 그대로 두고, 14주까지만 '허용'하겠다는 것이 국가가 제시하는 최선입니까? 이것은 모든 여성들이 실현가능한 전제입니까?
성적 불평등과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조건에 놓인 여성, 장애를 가진 여성들은 정보의 불평등으로 임신사실을 모르거나 몸을 통제하는 권한 자체가 타인에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별받는 위치에 있을수록 적절한 시기에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에 놓여있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며 국가가 임신중지를 주수에 따라 제한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처벌과 낙인을 강화하는 시대착오적인 정부안입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임신중지를 전면 비범죄화 하는 안을 마련하고 장애, 질병, 나이, 국적이나 인종, 경제적 상황 등에 관계없이 성과 재생산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기위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십시오. 장애여성공감은 더불어 세 가지 과제를 제시합니다. 첫번째, 국가는 장애와 질병을 이유로 생명을 선별하고, 시설에 가두는 인권침해의 역사를 제대로 사과해야 합니다. 모자보건법 제 14조는 유전적, 우생학적 질환을 낙태의 허용사유를 두고 시설에 수용된 많은 이들이 강제불임시술과 낙태수술을 강요해왔습니다. 존엄하지 않은 생명은 누구입니까? 국가정책에 따라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모자보건법을 폐기하고 차별적인 역사를 반복하지 않아야합니다. 우리는 시설사회를 유지하는 구조에 분노하며, 가둬야 할 것은 낙태죄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두번째, 국가는 성과재생산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제도로서 성과재생산권리보장법을 제정해야합니다. 국가는 다양한 차별에 놓인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배제를 해소하기 위해 포괄적인 성과 재생산권리 교육과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여성에게 성과 재생산 권리가 사치로 치부되거나 사소한 것으로 무시되지 않아야 하며, 피임과 임신, 출산 과정에서 당사자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와 상담을 필요한 사람에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세번째, 코로나19 시대의 성과 재생산권리는 모두의 안전을 위한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합니다. 사람간의 접촉이 어려워지고 이동이 제한될수록 시설화 된 사람들의 삶은 급격한 위기를 맞습니다. 재난의 시기 일수록 모두가 성과 재생산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원을 평등하게 분배하고, 차별과 혐오에 강력하게 대처해나가야 합니다. 성과 재생산 권리는 보편적인 인권이며, 누구나 안전하고 행복하게 누릴 권리여야 합니다. 따라서 국가는 성과 재생산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통해 그 책임을 증명해야할 것이며 무지함으로 역사를 후퇴하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 합니다. 낙태죄 완전 폐지는 이를 위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완전 폐지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만들어냈으며, 낙태죄 완전 폐지를 만들어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부에게 우리를 실망시키지 말 것을, 우리를 적으로 만들지 말 것을 경고합니다. 우리는 오늘 여성과 소수자의 몸에서 벌어진 전쟁을 끝낼 것을 결의합니다. 낙태죄 완전폐지하고 성과재생산권리보장법 제정합시다. 감사합니다. |
발언문5. 권수정 부위원장(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자본주의 사회는 남성을 기본값으로 설계된 사회입니다. 남성이 기본값이라는 것이 무슨 말이냐면,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18만 조합원 중에 여성은 5% 밖에 안 된다는 말입니다. 배를 만들고, 철강을 만들고, 자동차를 만드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제조업 생산현장은 여성을 취업시키지 않습니다. 그나마 최근까지 3% 정도이다가 5%까지 늘어난 이유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의 여성 사내하청노동자들이 금속노조의 투쟁을 통해 정규직으로 신규채용 되면서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남성의 몸을 기본값으로 설계된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서 남성이 타던 자동차의 키를 여성이 받아서 운정할 경우 시트를 조정하고, 밀러를 조정해서 내 몸에 맞게 조정해야 합니다. 여성이 배를 만들고, 철강을 만들고,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 취업해서 라인에 들어가 일을 하려면 매우 불편합니다. 왜냐하면 남성의 몸을 기본값으로 설계된 라인에 여성의 몸을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대 심지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노동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실제로 90년대말에 창원의 한국산연이라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은 노사합의를 통해 임산부라인과 수유라인을 운영한 바 있습니다. 임산부라인은 야간노동을 하지 않는 라인이었고, 수유라인은 오전오후 두 차례씩 아이들에게 수유시간을 주며 운영했던 라인입니다. 수유라인이 가능할려면 사내탁아소를 운영해야 합니다. 아이들 젖먹이겠다고 한두시간 라인을 비우며 집에 왔다갔다 할 수는 없으니까요. 모범적인 라인 운영을 했던 한국산연은 해마다 흑자를 내는 회사였음에도 일본 자본이 철수협박을 반복하며 구조조정을 해서 지금은 소수의 조합원만 남아있고 더 이상 생산현장에 라인이 돌지 않고 있습니다. 임산부라인이나 수유라인도 옛말이 되었죠. 2020년 대한민국의 생산현장에 임산부라인이나 수유라인이 있는 공장이 몇 개나 될까요? 단 한 공장도 없습니다.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이 여성이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여성노동자가 어떻게 라인에서 임신하고 아이를 낳고도 잘리지 않고 일할수 있는지 말해야 합니다. 배를 만들고 철강을 만들고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 최소한 여성이 50%의 비율로 취업을 하고, 여성의 몸에 맞게 설계된 라인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고도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할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국가는 고민해야 합니다. 근대는 날 때부터 평등한 권리를 인정받은 인간들의 공동체입니다. 문재인정부가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임신과 출산에 대해 공공의 권력이 제한하고 처벌하는 전근대적 봉건시대의 사고로 국가를 운영하려 한다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여러분들과 함께 생산현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의 취업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여성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일하고 아이 낳고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겠습니다. |
발언문6. 성미선 운영위원장(녹색당)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성미선입니다. 지난 몇 년 간 거리에서, 학교에서, 일터에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을 함께 해 온 우리 모두와 연대하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우리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이끌어 냈습니다. 헌재는 66년만에 여성의 존엄을 인정한 중요한 판결을 내렸고 국회에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신중절 관련법을 정비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마스크를 낀 우리의 모습말고 달라진 것이 없는 답답한 현실 앞에 이렇게 다시 모이게 되었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임신중절 관련법, 정비에 앞서 사회적 공론장을 마련하여 윤리적 기준, 의료기반 마련, 시민의식 변화등을 주도하는 역학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국회는 이런 일에는 관심이 없고 임신중절에 대한 주수제한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다시 한 번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법안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녹색당은 강하게 정치권의 책임을 묻습니다. 정치가, 국가가, 왜 존재하는가?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권력임을 잊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 건강권을 제한하려는 행위는 엄연한 권한 밖의 일임을 선언합니다. 오늘 9월 28일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절 보장을 위한 국제행동의 날입니다. 전 세계의 여성들이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고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국가와 법, 제도에 맞서 저항하는 날입니다. 이제 대한민국도 완전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낙태죄 완전폐지로 나아가야 합니다. 임신중지의 선행요건은 원하지 않는 임신입니다. 시급히 정확한 성교육과 피임법, 성평등 제도개선등 사회적 합의와 법률 정비가 필요합니다. 덴마크에서 1971년에 출간돼, 2017년 한국에 소개된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 라는 그림책이 8월 25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등장하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이 일부 나다움 어린이 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바로 책을 회수하였습니다. 교육부 장관이 성교육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잘못된 논리를 반박하지도 설득하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체 당장 책을 회수하는 모습은 바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2018년 발표한 국제 성교육 지침에서 '세계 각국의 연구는 성교육이 성행동 시작 시기를 앞당기는 일은 거의 없다고 분명하게 말하며 오히려 시작 시기를 늦추거나 성적 행동에 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게 한다'고 정의했습니다. 성교육은 시기가 빠를수록 좋고 정확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포괄적인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성교육이 ‘강한자아’를 기르는 중요한 교육원리이기 때문입니다. 강한자아는 권력 앞에 굴종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연대하는 능력, 갈등이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자아를 만듭니다. 독일 교육은 성교육을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성교육 제1원칙이 윤리적 판단금지의 원칙이며 일정한 나이가 되면 그런 욕망은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현상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이라는 것은 생명과 관계되고 인권과 관계되는 중요한 영역임을 또한 잊지 않고 강한 책임감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성과 관련한 자기 결정권은 절대적으로 인정하면서 타인의 의사에 반하는 성폭력, 성희롱은 반사회적 범죄로 엄단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성과 관련해서 올바른 인식을 갖는 것이야말로 강한 자아를 기르고 죄의식을 내면화하지 않는 인간으로 기르는 가장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정치와 교육이 함께 변화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폐지 공동행동을 ㄱ.ㅂ제안하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우리 삶의 현장 곳곳에서 벌였던 운동의 과정, 마침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만들고, 더 나아가 낙태죄 완전 폐지를 위해 녹색당도 끝까지 함께 연대하고 현장에서 행동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발언문7. 장혜경 정책위원장(사회변혁노동자당)
우선, 여성이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조건은 무시한 채, 여성이 안전하게 출산할 사회경제적 조건을 만들어야 할 국가 책임은 방기한 채, 낙태한 여성에 대해 단죄와 처벌을 여전히 유지시키고 있다. 이는 국가책임을 방기한 채 여성에 대해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둘째, 전세계적 추세에 어긋난다. 현재 낙태에 대한 전세계적 추세는 낙태를 처벌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태를 처벌한다고 낙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각국은 ‘낙태의 완전한 비범죄화’ 기조 아래,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권 보장, 무상의 공공의료로 임신중지를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하지만, 낙태에 대한 접근은 오히려 글로벌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움직임은 낙태죄 완전 폐지를 염원했던 여성의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문제가 있다. 최근 미투운동이 촉발되고 N번반 사태와 같은 성착취에 대한 여성들이 분노하는 것은 여성의 몸에 대한 성폭력, 성착취를 끝내야 한다는 외침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성폭력과 성착취가 문제인 것처럼, 여성의 출산권, 임시중지권을 국가가 법으로 제한하고 처벌하는 것은 여성에 몸에 대한 국가폭력에 다름아니다. 완화된 형태의 낙태죄의 존치는 단순히 임시중지권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성의 안전한 임신권, 출산권, 임신중지권의 보장은 노동현장에서의 여성차별을 종식시키는 것과 밀접히 연관된다. 따라서 낙태죄 전면 폐지는 여성의 몸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을 없애는 운동과 연결되어 있으며, 평등한 여성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한 것과 연결된다. 가부장적이고 여성억압적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보전진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는 더 이상 페미니즘 대통령이라는 정치적 수사를 남발하지 말라. 정부는 낙태죄 전면 폐지로 여성들의 목소리에 화답해야 한다. 우리 변혁당도 낙태죄 폐지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여성들과 함께 낙태죄 완전 폐지를 위해 함께 투쟁해 나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