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성명]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형식적이고 편파적인 공청회를 규탄한다
[성명]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형식적이고 편파적인 공청회를 규탄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가 오는 12월 8일 '낙태죄' 관련 공청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낙태죄'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이를 형법 개정안 심사에 참고하겠다는 것이 이번 공청회 개최의 취지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다음 두 가지 지점에서 깊은 유감과 분노를 표명한다.
첫째, 공청회 진술인이 대단히 편파적으로 구성되었다.
법사위에서 구성한 공청회 진술인은 총 8명으로 정부(법무부)·여당(더불어민주당)과 야당(국민의힘)의 추천을 받은 법조계/학계/의료계/종교계의 각 4명의 전문가로 구성되었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 개정안 외에도 4개의 발의안이 제출되어 있고,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도 10만 명의 동의로 성립되어 소관위에 회부되었다. 이에 따르면 낙태죄 전면 비범죄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전체의 2/3인 4건이다. 그럼에도 현재 구성된 공청회 진술인을 보면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를 요구하고 있는 여성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여 발표할 진술인은 단 2명에 불과하다. 야당의 추천을 받은 네 명의 진술인(이홍락, 연취현, 음선필, 최안나)은 물론이고, 법무부의 추천으로 선정된 진술인 두 명(정현미, 이필량) 또한 현재 정부의 개정안 수준에서 의견을 진술할 것이기 때문이다.
낙태죄의 완전한 폐지는 이미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요구해 온 것이고, 헌법재판소 또한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각계 시민사회 단체뿐만 아니라 한국여성변호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한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를 비롯한 보건의료계,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도 낙태죄를 폐지하고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국제사회도 “임신중지에 대한 처벌 조항과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가로막는 모든 규제를 철폐할 것”을 계속해서 권고하고 있다. 전체 발의된 법안에 따른 균형 및 실질적인 민의를 반영하고 국제사회의 인권 흐름을 파악하면서 제대로 된 입법 방향을 고민하는 공청회가 되기 위해서는 진술인의 구성이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낙태죄 폐지에 대한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
이제 국회의 책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편파적인 구성의 공청회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인가? 우리는 이번 법 개정이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며, 이번 공청회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우리는 이번 공청회가 12월 9일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개최된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표한다.
공청회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 후 법안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 안건상정 및 의결까지 단 하루로 가능할 리 만무하다.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과 더불어 관련 법이 효력을 잃기 전까지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를 진행하라고 주문했음에도 정부와 국회는 1년 6개월이 넘도록 법 개정을 위한 깊이 있는 논의는커녕 실태조사조차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입법부의 역할도, 사회적 논의를 위한 정부의 역할도 전혀 없다가 2020년 12월 31일을 목전에 두고 이제 와서 밀린 숙제를 하듯이 벼락치기로 해치우려는가. 여성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삶이 걸린, 인간으로서 존엄한 권리와 연결되는 ‘낙태죄’ 관련 법안은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될 법안이 아니다. 형식적이고 편파적인 공청회를 거친 후 졸속 개정을 고려한다면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분명히 요구한다. ‘낙태죄’ 폐지 외의 다른 대안은 없다. 여성에 대한 책임 전가와 처벌이 아닌 권리보장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어떤 진지한 고민도, 검토도 없었던 법사위가 단지 이번 공청회의 진술인을 편파적으로 구성하여 졸속 개정의 명분을 만드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낙태죄’ 폐지만이 이미 명확한 근거를 통해 도출되어 온 유일한 답이다. 국회 담벼락을 넘어, 전국적으로 울려 퍼지고 있는 우리의 요구는 이미 공식적인 목소리이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라! 국회가 낙태죄의 온전한 폐지라는 제대로 된 결론을 낼 때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2020.12.03.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건강과대안, 노동당, 녹색당, 민주노총,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노동건강연대,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불꽃페미액션,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여성의당,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여성공감, 전국학생행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진보당, 탁틴내일,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이상 총28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