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지난 5월 26일(목) 오후 7시-9시 30분 온라인(ZOOM)으로 가정의달 맞이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말하는 온라인 광장 <친족성폭력, 내가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 OO년>을 진행했습니다. 참여자 푸른나비님의 후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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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을 향한 우리들의 이야기 광장
푸른나비
연대의 광장을 향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말하는 온라인 광장(!!)>이 열렸습니다.
1부 <국가는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말한다>에서는 이야기꾼 이미경(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안지희(법무법인 위민 변호사), 행복(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활동가), 그리고 이야기이끄미 리을 미음 받침의(^^) 앎(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의 진행으로 이야기 광장이 펼쳐졌습니다.
안지희 변호사는 공소시효가 무엇이고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려주시며, 친족성폭력 공소시효가 폐지되어야 하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법률적으로 공소시효란 제도는 법적인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해 있는 것이나 가해자를 바로 고소할 수 없는 친족성폭력의 특성상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또한, 친족 성폭력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살인죄와 같이 중대 범죄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 요점이었습니다. 공소시효에 대한 예외 적용을 하는 범죄 중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일 경우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국 등 성폭력이란 범죄 자체에 공소시효가 없는 나라도 있고 형사체계에서 공소시효라는 제도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공소시효에 대한 법적인 개정이 너무 여러 번이어서 복잡했고 피해 당시의 나이와 기간, 피해양상 등이 다 적용되어야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현재 13세 미만 아동일 때만 공소시효가 배제되기에 그 이후 피해는 고소할 수 없다는 것 등을 잘 설명해주셨는데도 참으로 복잡하면서도 불합리한 계산법이었습니다.
친족 성폭력은 가족유대감을 파괴하고 가해자가 천륜을 저버린 범죄입니다. "친족 성폭력"이란 단어만 들어도 두려운 범죄인데 이것이 헌정질서 파괴가 아닐까, 또 이렇게 복잡하게 법을 지정하게 만드는 것조차 진정한 헌정질서 파괴가 아니고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3세 미만의 아동과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에는 공소시효가 없는데 여기에 친족 성폭력에 대해 공소시효 배제한다는 규정을 더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모든 성폭력에 공소시효가 없기를 바랍니다.
이미경 활동가는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06년 진행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연장 및 배제를 위한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활동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당시 공소시효에 대한 상담일지 분석을 했는데, 2년 8개월 분량의 성폭력 상담 중 친족 성폭력은 62.7%가 공소시효가 이미 넘은 사건들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어릴 때 겪은 일이라 무엇인지 말로 표현하지 못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상담을 하게 됩니다.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인데 오히려 피해자가 가족을 파괴한다는 주변의 압력을 받고 피해자 자신도 지속적인 폭력으로 오히려 자책감을 느끼는 것이 친족성폭력의 특수성이라 합니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부정의한 법·제도를 바꾸고자 헌법소원, 토론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분석자료 내용 배포 등의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또한, 과거에는 형사소송법 224조(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 때문에 친족성폭력을 고소할 수 없었는데,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통해 성폭력의 경우 예외로 고소할 수 있게 바뀌었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그토록 오랫동안 피해자를 위한 투쟁이 있었기에 오늘의 자리가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을 생각하니 피해생존자로서 위로받고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피해를 겪지 않아도 피해자 곁에서 지켜주고 연대하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을 위하고, 약자의 권리를 위한 울림은 분명 어디에든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희망이 느껴졌습니다.
행복 활동가는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매월 마지막 토요일(일명 '매마토') 시위를 참여한 계기를 말해주었습니다. 상담현장에서 친족성폭력 피해 상담 전화를 받았는데,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말에 내담자가 “그럼 어떻게 하냐”라는 절규가 강렬하게 마음에 남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연대 시위에 참여하게 되었고 그것이 현재까지도 지속하는 원동력임을 밝혔습니다.
활동 현장에서는 친족성폭력뿐만 아니라 아직도 가정 내 폭력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만났다고 합니다. 이에 더 분발하여 활동을 지속 하겠다는 결심을 전해 주셨습니다. 가정 내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주변의 폭력을 구별하지 못해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고 가족이란 환상을 그대로 답습하는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부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존자분들의 글과 이야기로 채워졌습니다. 온라인 광장답게 패널들과 생존자들이 말을 할 때마다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하라!", "내가 여기 있다! 행복할 권리가 있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는 구호가 채팅창의 글귀로 함성으로 울렸습니다.
생존자 아름님은 가해자들도 여럿이고 2차 가해와 혼자 분투하며 살아오신 것들을 글로 표현했습니다. 자신의 건강도 좋지 않으나 언젠가 공소시효가 폐지되고 가해자들이 뼈아프게 벌 받기를 바라며 힘을 모으자는 단단한 선언이었습니다.
생존자 하윤님은 가해자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하윤님은 평생 목마르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갈구했으나 아버지는 자신에게 죽음의 고통을 준 가해자라는 것을 말했습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참고 살았으나 절대 가해자를 닮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자신을 사랑하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생존자 달님은 4살 때부터 이어온 아버지의 성폭력으로 편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집을 나와서야 짧은 시간이나마 잠을 편히 잤다고 합니다. 그런 자신에게 주변인들은 끊임없는 질문을 하고, 용서를 말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들었다고 합니다.
결코, 가해자에게는 묻지 못하면서 피해자에게만 묻는 2차 가해 질문들,
어쩜 이렇게 모두 다 닮았을까?
왜 우리에겐 이토록 가해자들이 많을까?
왜 우리와 가해자들은 이렇듯 친밀 할까?
가족에 대한 끝없는 결핍이 어째서 용서와 희생으로 변할까?
가해자들은 여전히 자신을 악마나 괴물이라 하며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아닌 척하고 있는데 세상은 왜 그대로 두고만 있을까?
생존자들의 발언과 대독이 있을 때마다 물음표만 가득해서 먹먹해졌습니다.
저(푸른나비)도 생존자로서 발언을 했는데요, 저도 친족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를 말하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아니냐는 질문이 들었던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라도 해서 그 바위에 계란 썩은 내라도 나게 하겠다"고 말했는데, 누군가 우리는 계란이 아니라 돌맹이라 했으니 그 말대로 우리 서로가 힘을 내어 함께 돌맹이가 되어보자는 말을 전했습니다.
채팅창의 울림은 우린 돌맹이가 아닌 짱돌이라는 언어로 대답해주었습니다.
짱돌이란 언어에 미소가 지어지고 말하는 생존자인 제 마음이 다시 한번 더 행복해졌습니다.
짱 좋은 돌맹이, 짱돌로 어느 날 다시 만나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앎 활동가가 사전 신청을 통해 연대 메시지를 보내주신 분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끊임없는 투쟁으로 가해자인 목사를 면직시킨 1호가 된 분의 이야기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계란이든, 그 어떤 무엇으로라도, 이 세상의 거짓과 범죄의 바위를 깨뜨릴 수 있는 진실의 존재입니다. 약자였으나 항상 약자는 아닙니다. 친족 성폭력은 지속, 반복, 은폐되는 범죄이기에 지속, 반복, 드러내어 말하고 짱돌을 던져 이 세상의 바위를 깨보려 합니다. 그날의 우리를 다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 돌에 새기겠습니다.
서로에게 고맙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살아 있어서.
오늘도 생존자의 언어와 연대로 저 또한 함께 전합니다.
이어서 5월 28일(토) 오후 12시 광화문사거리 앞에서 친족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매마토(매월 마지막 토요일) 시위에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도 함께했습니다. 이번 매마토 시위는 가정의달을 맞아 가족보다 나은 친구와 함께 하는 컨셉으로 진행되었고, '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피켓으로 만들어 들었어요. 매마토 시위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진행되며, 누구나 미리 만든 피켓을 가지고 12시 광화문사거리(광화문역 4번 출구 인근, 고종즉위40년칭경기념비 앞)로 모이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연대를 바랍니다.
혹시 개인 사정으로 행사를 놓쳤나요? 행사 내용을 다시 보고 싶은가요? <친족성폭력, 내가 말하기까지 걸린 시간 OO년> 속기록을 수정·보완하여 6~7월 중 자료집 형태로 공유할 예정이오니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자료집이 발간되면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서 PDF로 다운로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