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2022년 6월 9일(목) 저녁 7시 [이슈토크] 무고죄 강화? 진짜 필요한 것은 강간죄 개정이다! 가 진행되었습니다. 상담소가 사무국으로 함께하고 있는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에서 진행된 토론회였습니다. 어떤 내용이 논의되었는지 소개해보겠습니다.
2018년 미투운동이 한국의 강간문화를 낱낱이 고발하던 일어나던 시기,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역고소지원을위한안내서를 제작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오히려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역고소 되어, 수사중에 피의자로 전환되어 법정에 서는 일들이 발생했고 상담소 상담전화에는 피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고로 의심받을까봐 걱정하며 위축된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그해 검찰 수사지침이 개정되었고 적어도 피해자들이 무고로 고소되더라도 성폭력 사건 수사가 종료될때까지 무고 수사는 중단하도록 되었습니다. 보복심에, 승소전략으로 등 일단 걸고 보는 가해자들의 역고소에 방어막 하나 친 셈입니다. 그런데 2021년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캠프 시절 무고죄 처벌 강화는 “공정한 양성평등 공약” 이라며 청년공약으로 이를 내세웠습니다. 2022년 법무부는 인수위원회에 무고죄 강화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백래시와 혐오 선동 정치가 피해자 지원 현장에도 다가왔음을 체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간죄개정연대는 “성폭력으로 고소고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왜 ‘청년’ 정책이 된” 것인지, “성폭력을 인정하거나 불인정해온 수사와 재판과정의 기준은 무고죄와 무슨 관계”인 것인지 질문하면서 진짜 공평하고 정의로운 성폭력 법체계를 위해서는 강간죄가 필요하다는 토론회를 연 것입니다.
■사회 _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 패널1부 - 현실을 톺아보기
: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2부 - 통계와 관점
: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 추지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1부에서는 강간죄개정연대 활동가들이 현실을 톺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박아름 활동가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의 2022 무고 역고소 피해 상담 사례 70건을 분석하여 발제했습니다. 상담 사례 중 53%가 폭행협박이 없는 성폭력이었는데요. 폭행협박을 동반해야 법적으로 성폭력을 인정받는 현실에서 수사재판단계상 성폭력을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더 많이 무고 역고소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실이었습니다. 무고는 허위사실에 대한 신고를 의미하고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일이 성폭력이라고 생각해서 범죄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피해자는 법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수사재판기관에 당연히 신고할 수 있습니다. 성폭력 불기소, 무죄가 곧장 허위신고/무고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폭력의 법적 인정의 폭도 좁은 데다가, 인정되지 않는 성폭력은 무고 역고소될 가능성이 높은 답답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이하영 활동가는 성폭력 무고죄에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가 성매매 여성들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실제로 여러 사례들을 보면, 성매매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입어서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여성에게 성폭력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꽃뱀이자 무고한 것이라는 인식과 공격이 이어집니다. 무고죄는 성매매 여성처럼 더욱 취약한 여성들에게 위협과 처벌로 이어지게 됩니다. 강간죄 구성요건이 폭행협박이 아니라 동의여부로 바뀐다는 것은 성매매 여성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이하영 활동가는 성매매 여성들도 “사회적으로 너르게 합의된 수준의 성폭력 규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피해를 그렇게 해석”한다고 말합니다.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스스로 인정하고 외부로부터 인정받고 나아가 성폭력 뿐만 아니라 성매매 경험에 대해서도 자신의 잘못이 아님을 재해석하고 ‘피해자’로 인정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성매매 여성에게 ‘동의’를 묻는 것은 피해를 회복하는 힘 기르기”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성폭력 기준이 납작하게 ‘동의’여부로만 규정된다면 성매매 여성은 여전히 성폭력 피해를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강간죄개정운동이 동의여부를 제시함에 있어서 복잡한 현실과 다양한 주체의 경험을 담아내야 함을 짚어내는 발제였다고 생각합니다.
2부에서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정혜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추지현 교수님의 발제가 이어졌습니다. 김정혜 연구원은 2017~2018년 대검찰청 성폭력무고 사건 처리 통계를 분석합니다. 발제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무고는 가해자의 고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69.2%로 다수였고 불기소율은 60.3%에 이른다. 이 중 실제 무고죄 유죄 판결은 6.1%로 극히 드뭅니다. 대법원 역시 무고죄 판단시 ‘신고가 허위라는 적극적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성폭력 무고 사건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전형에 의존하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무고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은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요?
김정혜 연구원은 “성폭력 무고 엄벌을 표방하는 입법과 정책은, 성폭력무고 인지 수사, 성폭력 가해자의 무고죄 활용 증가에 기여할 것이며, 동의가 아닌 강제성에 기반한 성폭력범죄의 구조는, 성폭력피해자의 무고죄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어서 추지현 교수는 성폭력 무고죄 처벌강화입법이라는 담론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법적, 정치적, 사회적 흐름을 분석합니다. 특히 흥미로웠던 지점은 ‘성폭력 무고 처벌이 청년남성을 위한 정책으로 이야기 되고 있는데, 청년 남성들의 목소리이긴 한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발제 자료를 보면 잠재적 성범죄자로 간주될까봐 불안을 호소하는 청년 남성들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 특히 동의가 아닌 폭행협박을 중심으로 성폭력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제시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가해자로 지목될까봐 두려워하는 남성은 21.9%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청년남성의 두려움이 부풀려지고 결국 혐오를 자양분 삼아 커진 것은 정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료집을 하나하나 다시 보며 토론회를 복기해보니, 백래시와 혐오선동이 현실과 경험과 통계와 분석의 힘으로 조각나는 듯한 통쾌함이 느껴집니다. 유튜브에 다시보기가 제공되고 있고, 자료집을 pdf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으니 많은 분들이 시청해주시고 읽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슈토크 다시 보기 https://youtu.be/foB6JhN9QYE
■ 자료집 PDF로 받기https://blog.kakaocdn.net/dn/Q0gHN/btrEn9X8OLr/TYXjukJ7Hb0kRMr576Tqp1/tfile.pdf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신아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