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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반성폭력으로 읽는 사회] 반복되는 친밀관계 내의 여성폭력사건, 근본적인 해결은?
  • 2026-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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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사건들로 스토킹 조치 강화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조치를 취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가정폭력처벌법, 스토킹처벌법 등의 법제도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법의 부재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에 발생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의 피해자는 반복적으로 신고를 하고 국가가 요구하는 보호요청절차를 모두 수행하였음에도 결국 살해되었다. 이를 통해 지금의 피해자 보호 체계는 실제적으로 피해자의 생명 보호를 하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미 각 법률에는 가해자에 대한 처분과 규제가 명시되어 있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 시킬 수 있는 관련 법들도 있지만 현장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에게 적극적인 제재가 이뤄지지 않는다.  


가정폭력처벌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신고를 하더라도 가해자들이 구속되지 않는데 있다. 25년 1-8월까지 검사의 처분이 내려진 가정폭력 사건 3만 4305건 중 정식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3%대이고, 구속 되는 비율은 1% 정도¹ 이다. 이렇게 낮은 구속률과 기소율의 배경에는 개정이 시급한 법조항들이 있다. "가정의 유지와 보호"라는 목적 조항 때문에 대부분의 사건이 가정보호사건으로 송치되고, 상담을 조건으로 한 기소유예 조치가 많아 가해자가 처벌 받지 않는다. 또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조항은 가해자의 보복이나 회유로 합의를 강요받는 구조를 만들고 이는 다시 높은 재범률로 이어진다.


스토킹처벌법의 잠정조치 1호(서면경고) 2호(100미터이내 접근금지) 3호의1(통신이용 접근 금지) 3호의2(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4호(유치장,구치소 구금) 중에서도 가해자의 위치파악과 격리가 가능한 3호의2와 4호는 경찰이 신청한 경우도 적지만 이것이 법원에서 인정되는 비율은 더욱 낮다. 최근 2년간 경기북부지역의 스토킹 범죄 검거 건수 2천72건 중, 잠정조치 3호의2와 4호의 신청은 10%에 그쳤고, 이 가운데 법원에서 인용된 사례는 30%대² 이다. 


이미 많은 사건들에서 조금 더 강력한 개입과 분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예방 중심 대응을 통해 선제적으로 분리조치가 되도록 변화해야 한다. 또한 친밀한 관계 내 폭력은 피해자의 일상과 관계의 통제에 기반하는 지속적 범죄이고 이런 통제 상황의 반복 속에서 피해자가 벗어나려 할수록 살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여전히 신체적 폭력을 중심으로 위험성을 판단하다보니 물리적인 피해가 없으면 경미하게 평가하고 현장에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물리적인 폭력뿐만 아니라 통제,감시,위협 같은 행위들의 누적적 위험성은 고려되지 않는다. 이미 잠정조치 1.2.3호가 발령된 상태에서도 가해자가 반복적으로 접근하고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는 등의 행위를 지속한다면 이보다 확실한 위험 징후가 무엇일까? 관계성 폭력의 특수성에 맞추어 재범 위험성 평가기준을 다듬고 집행 과정에서는 형식적 운용에 그치지 않도록 규율해야 한다.


현행 친밀한 관계 내 폭력피해자에 대한 조치는 주로 가정폭력처벌법과 스토킹처벌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혼인관계가 아닌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이나 명시된 스토킹 행위에 포함되지 않는 친밀성 강요 과정에서의 폭력은 가정폭력과 스토킹의 어느 범주³ 에도 들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고 걸러지기도 한다. 


다양한 입법 방안이 논의되는 와중에 가정폭력처벌법의 전면 개정이 중요하다. 아직도 이 법의 목적 조항은 “가정의 유지와 보호”라는 가치를 우선하고 있기 때문에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피해자를 다시 위험으로 돌려보낸다. 그렇기에 근본적인 목적조항의 개정과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법률혼과 사실혼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친밀한 관계를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에 교제폭력을 포함하는 개정을 추진 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행위를 중심으로 처벌하는 법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친밀관계 내의 특수성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맥락을 읽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행위요건에 맞지 않는 다양한 폭력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있기에 친밀성이라는 관계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살펴야 한다. 


현재 22대 국회에 ‘친밀한 관계’의 범위를 확장하고 강압적 통제 개념을 포함하는 가정폭력처벌법 전부개정안 3건이 발의(용혜인·정춘생·전진숙)되어 있다. 분절적으로 스토킹 대응 조치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지금이야말로 가정폭력처벌법 전면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


¹경향신문(2025.10.03), [단독]가정폭력사범, 단 1%만 구속 기소···피해자 마음 꺾는 ‘반의사불벌’ 조항
²연합뉴스(2026.03.19), 경찰, 스토킹범죄 10%만 '강한 잠정조치' 신청…보호조치 '한계'
³김효정(2026.03.25),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의 비극은 왜 반복되는가?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페미사이드)를 둘러싼 쟁점과 대응 방향
한겨레신문(2026.01.28), 교제폭력을 스토킹처벌법 고쳐 막겠다고? “친밀관계 특성 파악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