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마음 맞는 회원들과 진행한 소모임이나 회원놀이터 등 다양한 회원행사를 소개합니다.
2013년 첫 회원인터뷰로 강유가람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2013년을 맞아 상담소 회원인터뷰를 새로 시작합니다.
그 첫번째 인터뷰로 문화기획집단 ‘영희야 놀자’ 강유가람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상담소와 인연을 맺으신지 오래 되셨지요? 언제부터 상담소를 알게 되셨나요?
- 처음 인연은 제가 학부 때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었고, 자원 활동으로 상담소는 2003년에 처음 왔어요. 여성학과에 갔는데 학교 선배인 이미경 선생님(당시 상담소 소장)을 만났고 선생님이 자원 활동을 할 생각이 있냐고 물으셨어요. 여성주의 활동을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기에 그때부터 6개월 정도 성폭력 기사 신문스크랩을 상담소 지하에서 열심히 했어요. 당시 활동가가 권김현영, 오매, 유석, 원사 등이었는데 그 때 사람들이랑 친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변혜정 선생님(당시 상담소 부설 연구소 소장)이 상담소에서 성교육 영상 제작 프로젝트를 했어요.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하는 프로젝트였는데 그때 처음 프로젝트 매니저처럼 상담소 일을 하게 되었어요. 그 후에 성폭력 생존자의 치유를 위한 극영화를 만드는 프로젝트도 있었는데 그 때도 같이 했어요. 상담소 활동가들과 시나리오를 쓰고 그랬지요.
▲ 인터뷰에 응하고 계신 강유가람 회원님
그때부터 영상에 관심이 많으셨던 거군요.
- 네, 당시 꽤 바빠서 연구를 하는 프로젝트면 안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영화에 관련된 일이었고 매체를 다루는 일이니까 호기심이 있었고 그래서 참여를 했던 것 같아요. 사실은 학교 졸업하고 영화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잘 안되었어요. 그런데 여성학과에 가서 여성학 공부를 하면서 세계가 확장된 것 같아요. 공부를 한 것도 있지만 그 때 만났던 사람들, 그런 인연들이 제게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습니다. 그 때 상담소에서 했던 초창기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에 가보기도 하고 자기방어 프로젝트도 보고 했는데 그런 것들이 언제나 신선했고 상담소가 반성폭력 담론 등에서 앞서가고 고민하고 노력하는 걸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작년에 있었던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함께한 성폭력 피해자 증인보호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셨죠?
- 네, 이미경 선생님이 '영희야 놀자'에 제안해 주셨어요. 성폭력 피해자가 법원에 증인으로 나가야 할 때가 있는데 그 때 2차 피해를 당하는 문제에 대해 대법원이 법원 내에서도 교육을 하고 싶고 실제 증인으로 오실 분들에게도 안내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큰 연구프로젝트였는데 그중 증인을 위한 안내영상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였어요. 저도 상담소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대충은 알았는데 실제 재판이나 증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공부를 하고 연구자들과 함께 법정지원 가고, 생존자 인터뷰 따라다니고, ‘영희야 놀자’에서 작가, 연출, 조연출, PD 이렇게 팀을 꾸려서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영화로 찍으려고 했는데 몇 년이 지나면 촌스러워 지거나 증인을 캐스팅하면 전형적인 이미지로 고정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애니메이션을 택했어요. 결과물을 법원에서는 많이 만족스러워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법원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을거에요.
▲ 프로젝트 결과물인 <모모씨 증언하러 법정가다>는
성폭력 피해자의 증인 소환 및 증언 과정에 대한 안내 영상으로
9분 정도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가람님이 함께 하고 계신 문화기획집단 ‘영희야 놀자’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 ‘영희야 놀자’는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을 만들면서 생긴 단체에요. 제가 대학원 다닐 때 언니네 초기 창립멤버와 여성학과 선배들과 함께 모임도 하고, 그랬었는데 그 중 김신현경 선배가 여성국극 구술사 관련 프로젝트를 국극을 주제로 해보자고 제안하셨어요. 처음에는 구체적으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는데 2008년에 국사편찬위원회에서 구술사 지원을 받게 되면서 다큐 작업이 활기를 띄게 되었어요. 오랫동안 잊혀졌던 역사였는데 만나다보니까 점점 더 흥미가 생기고 김혜정, 피소현, 김신현경, 유재옥 등의 선배들과 팀을 결성해서 작업을 계속 진행하게 되었어요. 이 다큐 프로젝트를 계기로 단체가 만들어진거죠. 문화 기획이고 다큐를 택했으니 영화를 만들지만 책이나 어떤 것이든 여성주의적으로 풀어보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다큐멘터리 하나 만으로도 되게 힘들더라고요. 이 작업을 하면서 저는 학교 졸업을 하고 학교 내 연구소에 있다가 직장을 다니기도 하면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는데 영화가 집중적으로 돌아갈 시기가 와서 선택을 해야 했죠. 계속 하고 싶었던 일이라서 직장을 그만두고 조연출로 합류하게 되었어요.
<왕자가 된 소녀들>은 1950년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성국극에 대한 다큐멘터리잖아요. 영화를 보면서도 저 역시 50년대에 있었다면 여성국극의 광팬이 분명히 되었을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듣고 실제 배우 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셨나요?
- 좋아하세요. 그런데 영화가 잘돼서 국극에 대한 사람들이 관심이 체감 할 수 있을 정도가 돼야 하는데 그렇진 않아서 아쉬워요. 저희가 찍을 당시만 해도 선생님들이 1년에 한번 정도씩은 큰 무대를 올렸어요. 그런데 영화에도 나오지만 상설극장이 없어서 한번 올릴 때마다 악사, 무용수, 대관 등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투자 받기도 힘들어요. 선생님들이 안타까워하는 게 이게 정말 중요한 문화콘텐츠인데 국가에서 후원을 안 해주는 거예요. 후원이 되면 후진양성도 가능할 텐데…… 그런 부분을 아쉬워하시는 것 같아요. 이 분들이 실제로 여성이라는 위치, 결혼과 육아에서 자유롭고 여성국극을 용인해 주는 문화가 되었다면 후진양성도 더 쉬웠을 텐데, 어떤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런 부분이 안타까워요. 배우 분들께서 남장을 하고 연기를 하시지만 그 안에 정체성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었고 영화에 담을 수 없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아쉬워서 책으로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 영화 <왕자가 된 소녀들> 포스터
그동안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하셨는데 관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여성영화제와 LGBT영화제 반응이 제일 열광적인 것 같아요. 여성영화제는 근대 1950년대 여성주의 역사의 한 부분을 발굴해 낸 부분, LGBT영화제는 정체성 부분을 많이 보셨고 작년에 노인영화제에서도 틀었는데 우리 역사 우리 문화 이런 부분에서 많이 꽂히셔서 국극을 보존을 해야 하는데 안타깝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해주셨어요. 독특하게 연구자들에게서 많이 연락이 와요. 1950년대나 성별 역전 같은 연구 그리고 해외 연구소, 희곡 연극사 등 연구자들에게 연락이 많이 와서 신기해요. 인도 영화제에만 두 번을 갔는데 인도에서 먹히는 영화 같아요. 발리우드 스타일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웃음) 김혜정 감독님이 초청되어서 갔는데 인도 여성학자분들이 너무 판타스틱하다고 좋게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했어요. 사실 노동이라던가 성폭력이라던가 정확한 주제가 녹아있지 않으면 여성이 활동한 것에 대한 기록이 잘 남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여성주의 활동을 역사로 남기고 싶고 이 영화도 여성주의 역사쓰기를 하고 싶어서 참여한 영화기 때문에 여성주의에 관심 있는 사람은 모두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국악방송에서 감독과 배우 선생님이 가서 인터뷰를 했었는데 작가분이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들이 했다니 이것보다 더 한 여성운동은 없었네요!”라고 해서 우리가 모두 빵 터졌어요. (웃음) 이 영화가 이런 멋진 여성들이 있었다, 이런 기운을 불어내 줄 수 있는 영화로 흥하길 바래요. 지금은 다들 고령이시고 경제적으로 어려우시기도 하지만 이분들의 삶은 진짜 후회가 없어서 지금도 만나면 기운이 넘치세요.
곧 <왕자가 된 소녀들이> 일반 극장에서 개봉된다고 들었어요.
- 4월 18일에 서울 광화문 인디스페이스와 신사역 인디플러스에서 개봉해요. 많은 분들이 보러 오시면 좋겠어요. 여성단체에도 단체관람을 제안하고 있는데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님들도 보러 오시면 10%할인을 해드리려고 해요. 더 많은 곳에서 개봉하면 좋을 텐데 아직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많이 보러 오시면 좋겠어요.
진짜로 영화제 뿐 아니라 일반 극장에서 상영 되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왕자가 된 소녀들> 배급으로 많이 바쁘시지만 하시는 다른 작업이라든지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신가요?
- <자 이제 댄스타임>이란 영화 프로듀서를 하고 있어요. 낙태에 관련한 얘기인데 <버라이어티 생존 토크쇼>의 조세영감독이 같이 작업하면 좋겠다라고 했고 저랑 다른 30대 여성 작업자에게 같이 하자고 제안했어요. 1970~80년대 산아제한 할 때에는 국가가 낙태를 장려했잖아요. 지금 2차 가편집까지 완성이 되어서 올해 하반기에는 상영회 진행이 될 거에요. 그리고 제가 다음 작품으로 생각하는건, 지금 생각은 두 가지에요. 제 전 작품인 <모래>에서 연결된 지점으로 지금 사교육에 매진하는 어머니들을 찍어보고 싶어요. 고학력자 여성이 정말 많은데 사회구조적으로 특수한 여성이 아닌 경우에는 진출하기 어려우니 교육이나 이런 부분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그게 굴레인 것 같아요. 해보고 싶긴 한데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요. 인터뷰이를 구할 수 있을지. 다른 하나는 제가 연예인에 관심이 많아요. 오디션,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 등을 보면 여기서 탈락한 참가자들은 뭐 하고 있을까 궁금해요. 계속 뭔가를 하긴 할 텐데 반짝하면서 사라지잖아요. 특히 여성 모델을 위주로 취재를 하고 싶은데 온스타일에 나오는 모델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그 이면이 궁금해요.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 네 그런데 제가 얘기하면 다들 두번째 것이 재밌을 것 같다고 해요. (웃음)
오늘 인터뷰가 2013년 첫 회원인터뷰인데 멋진 가람 회원님과 인터뷰 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상담소에 바라는 마음이 있으신가요?
- 언론에 나오는 잔인한 성폭력은 이슈화가 많이 되는데 일상적으로 맞부딪히는 사건들은 피해자가 꽃뱀이 되잖아요. 이 갭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열심히 하고 계시지만 이런 갭을 없앨 수 있는 성문화 운동이 잘 되는 상담소가 되면 좋겠습니다.
댓글(2)
왕자가된소녀들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여성국극 살리기 운동을 해야하지 않나 생각했었지요.
왕자가된소녀들 재밌게 봤었는데... 멋져요 감독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