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2018년 4월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7번째 생일을 맞이하였습니다. 뜻 깊은 생일을 맞이하여 1991년 상담소 개소 초기부터 20년 이상 소중한 후원을 해주고 계신 회원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뵙는 ‘오랜 회원 감사의 밤’(이하 ‘감사의 밤’)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상담소에 20년 이상 후원을 해주고 계신 28명의 회원님들께 연락을 드려 행사 소식을 안내드리자 많은 회원님들이 흔쾌히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주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동안 직접 소식을 나누지 못했던 회원님들이 최근의 근황과 상담소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전해주기도 하셨습니다.
‘감사의 밤’이 열리는 4월 13일 저녁, 상담소 이안젤라홀에 초창기 회원님들이 한 분 두 분 도착하자 반가운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상담소 건물에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총 14명의 회원님들과 회원님들이 초대한 지인 두 분, 그리고 상근활동가들이 함께 했습니다.
가장 먼저 회원님들을 반긴 것은 맛깔스런 음식 냄새였는데요. 첫 번째 순서로 박선영 요리사께서 상담소에 직접 오셔 만들어준 따끈따끈한 잡채와 버섯탕수육, 새우튀김 등을 맛있게 먹으며 그간의 근황을 나누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감사의 밤’ 본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경 소장님의 인사말에 이어 참석한 회원님들의 자기 소개가 진행되었습니다. 사무국에서는 1부에 회원님들의 간단한 소개 시간을 갖고, 2부에서 이윤상 회원님의 사회로 회원 토크를 진행하고자 하였는데요. 이러한 사무국의 의중을 미리 파악한 회원님들께서 자기 소개 시간에 2부에서 할 이야기들을 미리 다 해 주셨습니다~^^
회원님들이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와 활동 내용, 열악한 상담소 환경을 비롯한 여러 에피소드 등 웃음과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웃프면서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간단하게나마 이 날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초대 소장을 하셨던 최영애 회원님은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우린 여전히 똑같다. 감회가 새롭다.”는 이야기로 인사말을 해주셨습니다. 상담소 설립 당시 정관 정년에 ‘종신직’이라고 썼던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 ‘정년 없이 상담소에 평생 뼈를 묻으리라.’는 각오였다고 해요^^ 현재 상담소 상근활동가 정년은 65세입니다. 전 열림터 원장 조중신 회원님은 1991년 1기 상담원 교육 당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교육 받으러 왔는데, 똑똑한 사람이 많아 깜짝 놀라셨다고 합니다. 그때는 무슨 말 하는지도 이해를 못했는데, 함께 뭔가 한다는 게 너무 좋으셨다고 해요.
1991년 4월 13일 개소식 때 자원활동가로 상담소와 인연이 시작되어 15평 센츄리 오피스텔과 25평 르네상스 오피스텔을 거쳐 양재빌딩 사무실까지 활동하셨다는 로리주희 회원님은 당시에 있었던 ‘5자봉’(5명의 자원봉사자)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 ‘5자봉’ 중 한 명인 김지혜 회원님도 여성학 공부를 하고, 자원 활동가로 상담소와 첫 연을 맺게 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상담소 설립 초기, 상담을 하고 나면 진이 빠져 소파에서 쉴 때가 많아 ‘소파의 여왕’이라 불리었다는 김미주 회원님은 멀리 울산에서 올라오셨는데요. 김미주 회원님은 ‘성폭력상담소’라는 이름이 너무 세서 다른 이름으로 하자는 의견에 대해 “성폭력을 성폭력이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하느냐?”며 ‘성폭력상담소’를 주장해서 ‘한국성폭력상담소’로 이름을 짓게 되었다며 그거 하나는 정말 잘 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명선 회원님은 직접 타이핑 한 걸 복사해서 리플렛 만든 경험을 이야기해주셨고, 이력서를 쓸 때 상담소 경력을 꼭 쓴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공간이 없어 이명선 회원님 집 거실에서 회의하던 사진이 많이 있는데, 이렇게 홈 커밍 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하다고 하셨습니다.
자기 소개 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는데요. 이날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가 상담소 개소 당시 청운동 사무실 ‘자리’ 얘기와 ‘총무’ 이야기였습니다.
임순영 회원님은 최영애 회원님이 논문 쓰고 상담소에 오라고 해서 청운동에 있는 사무실에 갔는데, 막상 가니 자리가 없어 서서 일을 하셨다고 해요. 이미경·최영애 회원님이 연대활동 나가면서 사무실 보라고 하면 상담전화 받는 게 두렵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앉아서 일 할 수 있는 게 좋으셨다고 합니다. 임순영 회원님의 소개로 상담소에 오게 된 변혜정 선생님의 이야기도 흥미진진 합니다. 변혜정 회원님은 임순영 회원님이 “상담소에 자리가 없는데, 너도 오면 좋겠다.”고 해서 “내가 그냥 막 가도 되는 거야?” 했더니 “번갈아가며 앉으면 된다”는 답변에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되셨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총무인데, 본인만 늦게 와서 간사를 하다가 나중에 총무를 하게 되셨다고 해요. 변혜정 회원님은 지금도 총무가 된 그 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합니다. 개소 당시 청운동 사무실은 15평으로 상담실과 사무용품 공간을 제외하고 두 명이 앉을 자리 밖에 없었다고 해요. 자리가 없어 집에서 번역 ‘숙제’를 하고, 활동비도 없이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회원님들의 경험이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이 날 참석자중 ‘유일한 순수회원’임을 강조한 김세중 회원님은 수습기자로 일하던 1992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관련 취재를 하다가 상담소를 알게 되고, 후원 행사에 가게 되어 후원회원 가입까지 하게 된 경험을 나누어주셨습니다. ‘감사의 밤’에는 세종시에서 올라온 옛 하담지기 보리 회원님과 사무자원활동가 나누미로 상담소에 첫발을 내딛었던 이윤상 회원님, 상담소 출신인 걸 자랑스럽고 든든하게 생각한다는 백미순 회원님, 최근 미투운동을 보면서 상담소가 버티어준 게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는 김효선 회원님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회원님의 지인으로 참석하셨다가 즉석에서 후원회원 가입 신청을 한 새내기 회원님은 상담소의 오래된 히스토리를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하시면서 앞으로 20년 오랜 회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회원 소개에 이어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 부소장이 회원님들께 상담소 활동과 과제 등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상담소 과제 중에 상담통계 전산화에 많은 회원님들이 관심을 보여주시며 예전의 경험과 제안을 나누어주기도 하셨습니다.
끝으로, 참석한 상근활동가와 자원활동가 소개를 하고 참석한 회원님들께 상담소와 함께 반성폭력운동을 키워나가자는 의미로 상담소에서 준비한 화분을 드렸습니다. 예쁜 화분을 받은 회원님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이렇게 ‘감사의 밤’이 끝나고, 단체사진을 찍고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상담소 개소 초기부터 마중물을 부어주시고, 곁에서 늘 함께 해주신 회원님들의 응원과 지지에 감사드립니다. 상담소에서, 반성폭력 운동의 장에서 다시 뵐 것을 기약하며 ‘오랜 회원 감사의 밤’ 후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은 본 상담소 사무국 활동가 연정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