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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정상가족> 아동인권과 정상성에 대하여 : 0510 Meka 3기 두번째 세미나 후기
  • 2018-05-30
  • 1986

<이상한 정상가족> 아동인권과 정상성에 대하여   

: 0510 Meka 3기 두번째 세미나 후기


5월 10일 늦은 7시반, MEKA 3기의 두 번째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김희경 님의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고 모인 이 날은 아동인권, 그리고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의 이분법적 구도에 대하여 활발한 토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책에서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국가와 법제도의 태도가 달라지면 우리나라가 달라질 것”이라고 역설한 점에 대하여 많은 분들이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에 동의하였습니다. 이어서, 인권운동의 한 흐름으로서의 아동인권운동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아동에 대한 폭력 또한 성인과 아동 간의 권력구조에 기반한 폭력이기 때문에 여성인권을 포함하여 모든 인권에 대한 논의와 맥을 같이하며 폭력에 대한 감수성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은 연결되고 확장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하여, 스웨덴의 차별금지법에서 중고등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것을 시작으로 가정 내로 영역을 확장한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책과 관련하여 본인의 경험을 나누다가, “공동육아”가 가진 아동인권에 대한 철학을 소개하며 자신의 의견을 나누기도 했는데요, 공동육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아이와 부모, 교사가 모두 서로에게 ‘평말’ (‘반말’이라는 용어 대신에 ‘평말’이라는 단어를 사용)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존댓말-반말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어려워하며 동시에 일상 속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의사를 무시당하는 경험이 축적되기 때문에 성폭력 등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NO”라고 말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쉽다고 합니다. 반면, 평말문화에 익숙한 아이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데 거리낌이 없고, 자신이 느끼는 것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지체 없이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즉, 권력구조가 구현된 존댓말-반말의 이분법적 언어문화 속에서 아이가 자연스럽게 권력구조를 학습하게 되는 것에 대하여 문제의식을 가진 이들에 의해 평말문화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언어가 사고체계를 지배하는 만큼 평말의 사용은 문화와 인식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현재 아동-청소년의 부모 세대는 부모자식 간 위계질서에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 주체는 평등하다”는 이중적인 인식을 가진 이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아이가 자신의 피조물, 소유물 내지는 하위 행위자라는 인식과, 아이와의 평등한 관계를 추구하는 마음을 동시에 지닙니다. 따라서 이 내적 갈등이 양육에 있어 일관성 없는 태도로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친권은 소유권과 동의어가 아님을 부모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 현 시점에서도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자신과 동등한 주체가 아니라 자신에게 매여있는 존재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소유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부모자식 간 관계의 변화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친구 같은 아빠’ 즉 ‘프렌디(Friend+Daddy)’도 그저 친구같이 놀아주는 아빠라는 의미를 담고 있을 뿐, 사실상 아동을 한 인격체로 존중해주는 아빠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동과 청소년을 온전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사회 일반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그와 동시에 법과 제도에 내재하는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를 확장시킨 논의로서, 대통령 피선거권의 연령제한 역시 나이차별의 인식이 반영된 제도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30대인 대통령이 당선될 수 없는 제도 상의 차별 또한 아동, 청소년에 대한 차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스웨덴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이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이 생소한 일이 아니며, 정치적 견해를 갖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닌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미성년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한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아동, 청소년과 성인을 동일가치의 주체로 인식하는 것에 대하여 성인과 동일한 권리를 아동과 청소년에게도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더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정상가족’과, 이에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비정상가족’에 대한 토의가 이어졌습니다. 먼저, ‘정상가족’이라는 프레임과 그 기형성은 고정적인 성 역할과 국가의 경제상황이 엇갈려 돌아갔던 점에 기인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해방 이후 당시의 경제상황과 국가의 판단에 따라 출산에 대한 국가의 정책이 장려와 억제의 양극단을 오간 점과, 국가가 여성을 출산에 대한 수단 및 도구로 부려온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아이는 온전히 여성의 책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성에게만 무조건적으로 출산을 강요하는 국가의 태도가 기형적이라는 것입니다. 

정상가족과 비정상가족이라는 이분법이 위험한 이유에 대하여, ‘정상가족’ 내부의 폭력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고 ‘정상가족’의 궤도를 벗어난 가정에서의 폭력은 구조적으로 해석되는 점이, 성폭력 가해자의 괴물화와 맥을 함께하는 듯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가족에 대하여 ‘정상’과 ‘비정상’의 구도로 나누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며, 폭력은 가족구성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다름’에 대한 무관용적이고 배타적인 태도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규범을 따르는데 왜 저 사람은 따르지 않아?’라며 자신과 다른 형태의 가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비정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으로 자신의 자존감을 제고하고 자신의 처지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비판 없이 주어진 법과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답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오답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미혼모’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습니다. 미혼모에게 가해지는 힐난과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문제의식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입니다만, 이에 대한 해결책과 더불어, 미혼모의 양육의무를 공동체가 함께 부담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잉태하고 양육하는 것이 묘사되는 <안토니아스라인(1995)>, <앨라니스(2017)> 등의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들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가지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며, 양육과정에 여성 혼자만이 아니라 여성이 속한 공동체가 당연하다는 듯이 참여하는 모습이 유쾌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미혼모’에게 중요한 것은 공동체에서 자신과 아이가 오롯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속감과 안정감입니다. 즉 ‘미혼모’를 포함하여 ‘정상가족’이 아닌 형태의 가정을 꾸린 이들에게는 그들 자신의 객관적인 상황뿐만 아니라, 그 상황이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또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상한 정상가족>을 통해 우리 안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자각하게 되었으며, 우리 또한 각자의 성장과정을 돌이켜보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한 피해자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식의 전환을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 기형적인 이데올로기의 한 축이 되지 않도록 서서히 이분법적인 인식을 도려내야겠다는 생각을 나누며 이 날의 세미나를 마쳤습니다. 


다음 세미나는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을 읽고 6월 4일에 만납니다. 다음 세미나 후기도 기대해 주세요. 


<이 글은 Meka 3기 김혜리님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