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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 후기_0628_단단
첫 후기를 제가 썼는데 여름이 되니 다시 돌아오는군요. 대충 보니 한 번씩 돌았기에 자진해서 후기를 맡았습니다. 아무 말들을 잘 받아 적어야겠기에.
우리 참가자가 어느 정도 안정되게 고정된 것 같은데 왜 항상 밤 10시가 넘어 11시가 다 되어서야 끝나는 건지, 그리고 그렇게 얘기하고도 얼마나 많은 말들이 남아 입가에 웅얼거리듯 머금고 돌아가는지, 항상 아쉽기만 합니다. 버스 시간 때문에 먼저 상담소를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못다한 이야기들로 자리를 못 뜨는 분들을 보며 일박이일 엠티라도 가자고 제의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6월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있어서 영화 얘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의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의 저자이고,
<얼굴, 그 맞은편>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팀의 이야기입니다.
<RGB>는 미국 연방 대법원의 여성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이야기입니다.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는 미국에서 낙태죄 폐지를 둘러싸고 여성의 건강권 주장이 태아의 생명권과 부딪치며 실패한 사례를 보여주며, 낙태를 불법으로 간주해 산모가 죽기 직전까지 이르는 고통을 담아낸 영화입니다.
지금 우리도 낙태죄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 있어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많은데, 주디스 톰슨의 <바이올리니스트>예시를 들며 낙태죄 성립에 대한 주장들을 따져보고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봤습니다.
<흔적 없는 삶>에 대한 평이 무척 좋았습니다.
<자비로운 날들>은 퀴어 영화이면서 사형제 찬반을 둘러싼 대립을 다룬 영화라는 점이 흥미로웠고,
<레시 테일러의 #미투>는 흑인 여성에 대한 집단강간 사건을 다룬, 그래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의 교차를 다룬 영화입니다.
저는 영화를 한 편도 보지 못한 터라 들려주는 얘기를 따라가는 것에 조금 한계를 느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집단 상영회를 열거나 참여해봐야 할 듯 합니다.
임신과 출산에 관해 실질적으로 겪어내야 하는 몸은 여성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그 몸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당사자인 여성이 아니라는 것이 언제나 불필요한 논쟁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임신과 출산이 상징적 의미나 통계적 의미로만 해석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어떤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지에 대해 먼저 말해져야 한다는 점에서 웹툰 <아기 낳는 만화>를 권해주셨는데 검색해보니 어지간한 성교육 자료보다 훌륭하다는 평가와 칭찬이 자자합니다.
몸에 관한 대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산부인과 진료 경험인데 가장 많은 불만과 공감은 남자 의사들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여성의 몸에 대해 쉽게 예단하고, 과학적 접근이 아니라 통념에 기반한 진료를(처녀막을 보호하고 재건하는 시술, 질염에 대한 편견) 행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산부인과 진료 전반에 대해 언제나 불쾌한 감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데, 단지 의료용 의자나 시술 도구의 차가움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 몸에 대해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단지 자신의 의료인으로서의 권위만으로 나의 병의 치료가 아닌 나의 인간성 전반을 평가하는 위치에 서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진료에 거부감이 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여성의 몸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생리 경험은 빼놓을 수 없는데, 위생용품과 관련한 개인 경험과 한국에서 용품이 제한적으로 유통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습니다. 탐폰의 경우 종류가 다양함에도 한국에서는 몇 제품 안 되고, 그 사용에 있어서 불필요한 편견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던 아쉬움도 얘기 나눴습니다.
몸에 대한 얘기를 참 많이 나눴다 싶은 것이 결국 사도마조히즘까지 이르렀는데요. 세간에 알려진 사도마조히즘은 성차별적 포르노와 연관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반해 실질적으로 SM은 상호 합의와 안전 장치 그리고 클럽 또는 커뮤니티를 통해 지식과 정보가 공유 및 전수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상적이라고 말해지는 이성애적 성관계에 있어서는 오히려 합의나 배려 약속이 전무한 반면 SM 체계에서는 필수적인 것으로 봤을 때 지금의 성교육은 SM 체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존중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애기도 나눴습니다.
좀 더 디테일한 내용들이 많지만 지면에 모두 옮기기엔 좀 무리가 있습니다. 공개되는 것을 꺼려서가 아니라 오히려 충분한 논의와 논리적 뒷받침이 필요한 얘기들이 많기 때문이며, 다음 시간에 우리의 대화가 더 진전되고 의미 있기를 바라며 이만 마무리 합니다.
모두 평안 하시고 7월 19일 목요일 7시에 빌게요~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단단님이 작성하였습니다.>
이 달의 페미니즘 실천 목표
매번 모임이 끝나기 전에, 서로 간단한 소감을 나누고 다음 모임까지 실천해보고 싶은 나만의 페미니즘 목표를 정하고 있습니다. 다음 모임에서는 각자 정했던 목표를 어떻게 실천했고(혹은 왜 실천 못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들었는지 이야기 나누기도 해요. 아래는 이번 모임에서 참여자들이 각자 정한 <이 달의 페미니즘 실천 목표>입니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판에 방청연대로 참여하기"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갖기, 휴펨"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 공연 관람하기"
"7월 5일 국회토론회
[낙태죄에서 재생산건강으로 - 현행 낙태죄의 문제점과 해외사례를 통해 본 개선방안] 참석하기"
"영화 <엘르> 보기"
"녹색당 신지예 인터뷰하기"
언급된 작품 목록
※ 누적, 가나다순 정렬
언급된 작품은 주로 페미니즘 관련 추천 작품이거나 여성인권 및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지만,
일부 작품은 페미니즘과 무관하거나 페미니스트로서 비추천하는 작품일 수 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가슴 노출을 허하라!(2014)> 리나 에스코 감독
<거룩한 분노(2016)> 페트라 비온디나 볼프 감독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2007)> 수오 마사유키 감독
<낳을 권리, 낳지 않을 권리> 시비아 타마킨 감독
<더 헌트(2012)> 토마스 빈터베르그 감독
<레시 테일러의 #미투(2017)> 낸시 부이르스키 감독 ◀New
<롤라 런(1998)> 톰 티크베어 감독
<몬스터(2003)> 패티 젠킨스 감독
<버라이어티 생존토크쇼(2009)> 조세영 감독
<불온한 당신> 이영 감독
<사물의 상태: 현대 여성감독이 말하다(2018)> 로잔나 몰, 귈렌 디온느 감독 ◀New
<소원(2013)> 이준익 감독
<아내가 결혼했다(2008)> 정윤수 감독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되기(2018)> 페르닐레 피셰르 크리스텐센 감독 ◀New
<얼굴, 그 맞은편(2018)> 이선희 감독 ◀New
<엘르(2016)> 폴 버호벤 감독 ◀New
<왕의 남자(2005)> 이준익 감독 ◀New
<자비로운 날들(2017)> 탈리 샬롬-에저 감독 ◀New
<파도 위의 여성들(2014)> 다이아나 휘튼
<테레즈의 삶> 세바스티앙 리프쉬츠 감독 ◀New
<피고인(1988)> 조나단 캐플란 감독
<피의 연대기(2017)> 김보람 감독
<하녀(1960)> 김기영 감독
<하녀(2010)> 임상수 감독
<헌팅 그라운드(2015)> 커비 딕 감독
<흔적 없는 삶(2017)> 데브라 그래닉 감독◀New
<RBG(2018)> 줄리 코언, 벳시 웨스트 감독◀New
도서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프리드리히 엥겔스
『감시와 처벌』 미셸 푸코 ◀New
『그것은 썸도 데이트도 섹스도 아니다』 로빈 월쇼
『그럼에도, 페미니즘』 김보화 외 11인
『근본 없는 페미니즘』 김익명 외 7인
『남성성/들』 R.W.코넬
『다른 시선』 엠마
『막달레나, 용감한 여성들의 꿈 집결지』 엄상미
『맨박스』 토니 포터
『며느라기』 수신지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벨 훅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New
『미줄라』 존 크라카우어
『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수전 팔루디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 무타 카즈에
『섹스 앤 더 처치』 캐시 루디
『아내가 결혼했다』 박현욱
『아담의 침묵』 래리 크랩, 돈 허드슨, 앨 앤드류스
『아이에스 IS』 로쿠하나 치요
『악어 프로젝트』 토마 마티외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정희진 외 4인
『여왕을 찾아서』 박정아
『용서의 나라』 토르디스 엘바, 톰 스트레인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수전 브라운밀러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New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인권옹호자 예수』 김지학
『정신의학의 권력』 미셸 푸코 ◀New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New
『젠더와 사회』 이남희 외 14인
『조선의 퀴어』 박차민정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 윤김지영 ◀New
『진화의 무지개』 조안 러프가든
『참고문헌 없음』 참고문헌 없음 준비팀
『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코끼리 가면』 노유다
『코끼리는 아프다』 G. A. 브래드쇼
『트렌스젠더의 역사』 수잔 스트라이커
『페미니즘과 기독교의 맥락들』 백소영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권김현영 외 4인
『홍계월전』 미상 ◀New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기타
게임 <뮤그 Muug>
국제 기획전 <히든 워커스 Hidden Workers>
웹툰 <아기 낳는 만화> ◀New
<위 내용은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앎이 정리했습니다.>
다음 모임은 7월 19일 목요일 늦은 7시에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한국성폭력상담소 앎(02-338-2890, ksvrc@sisters.or.kr)로 문의주세요.
(메일 제목에 [페미말대잔치]라는 말머리를 달아 이름/별칭과 연락처를 적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원활한 모임 진행을 위해 꼭 신청을 하고 와주세요. 7차 모임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