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2021년 1월 21일(목) 오후 7시부터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앎, 지은, 보라, 다운, 비욘드, 쓰다보니, 해심 총 7명이 함께했습니다.
새해를 맞아 SNS로 열심히 홍보한 덕분일까요? 2021년 첫 모임에는 신규 참여자가 많았어요. 처음 만나는 분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긴장되고 설렜습니다. 다양한 연령, 다양한 관심사, 다양한 참여 동기를 가진 참여자들이 만나 어떤 새로운 역동이 일어나게 될까 내심 걱정하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참여자들 모두 서로 페미니스트라는 신뢰와 친근감을 바탕으로 편안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나눴던 것 같습니다.
수다모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어떤 단체인지 간단히 소개하고, 함께 "이 공간의 약속"을 읽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 공간의 약속
1. 우리는 나이, 상근여부, 직책, 활동기간, 지원-피지원 관계 이전에 동등한 사람이며 여성인권운동에 참여하는 주체이다
2. 성별정체성, 성적지향, 외모표현, 신체조건, 피부색, 병력, 장애, 연애와 결혼여부 및 형태, 임신출산여부 등에 관하여 ‘정상적, 이상적’ 기준을 세워두고 판단하거나 표현하지 않는다
3. 위와 같은 다양한 사람과 함께 활동함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의사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4. 신체접촉 친숙도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르며, 나의 접촉이 상대에게 불편할 수 있음을 유의한다
5. 차별, 배제, 혐오표현에 공동으로 대처하고, 자유롭게 문제제기하며, 제기받은 사람은 적극 시정한다
6. 모든 활동에서 구성원이 배제되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장소, 도구, 음식 등을 준비한다
7. 평등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의 태도로 함께 변화해간다
이어서 한명씩 자기소개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다를 시작했습니다. 해외 거주 중인 참여자, 지역에서 페미니즘 관련 활동을 하는 참여자 등 평소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만나기 어려웠던 분들도 함께해주셨어요. 반면 기존 참여자 중에는 개인 사정상 온라인 모임은 참여하기 어렵다며 불참한 분들도 있었어요. 앞으로도 온/오프라인 모임 중 어떤 방식이 더 접근성이 높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을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주제는 "법적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과연 진심으로 반성할까?"였습니다. 많은 성폭력 가해자가 '운이 나빠서', '억울하게' 처벌을 받았다고 여긴다는 지적에서 시작된 대화였습니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들었던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의 뻔뻔함에 느꼈던 분노, 실제로 소년교도소 등에서 가해자와 만난 경험 등을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주제는 "연애감정 또는 성적 끌림이란 학습된 것일까?"였습니다. 이성애중심적 사회에서 우리는 이성에게 연애 감정 또는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고 배워왔습니다. 반면 동성에게 연애 감정 또는 성적 끌림을 느끼는 것은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어왔죠. 내가 이성 뿐 아니라 동성에게, 혹은 상대의 성별과 무관하게 특정 젠더표현에 대하여 연애감정 또는 성적 끌림을 느낀다는 깨달음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참여자는 질문했습니다. 애초에 동성이든 이성이든 연애 감정 또는 성적 끌림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그 자체가 학습된 것은 아닐까요? 이 또한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사랑을 연애, 우정, 가족애 등으로 세분화하고, 연애(그중에서도 섹스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연애)만이 가장 중요한 사랑인 것처럼 말할까요? 우정만으로도 충분히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데, 왜 사회는 연애-결혼을 하지 않으면 외롭고 실패한 삶인 것처럼 은연중에 강요할까요? 만약 연애 감정 또는 성적 끌림이 학습된 것이라면, 내가 연애하고 싶다고 느끼거나 타인에게 성적 끌림을 느낄 때 내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이렇다 할 답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참여자들과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참여자가 "오래전에 남성으로서 페미니즘 활동을 할 때는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남성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나에게 터뜨리거나 '남성인 네가 뭘 알아?'라고 비난하는 것이 불편하고 힘들었다. 이제는 그 분노가 나라는 개인을 향한 것이 아님을 이해할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요즘은 남성들과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 답답할 때가 있고, 이렇게 아무 말을 할 수 있는 페미니즘 모임이 있어서 좋다."라고 말한 것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대화 도중에 특정 언어 사용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사전에 "이 공간의 약속"을 함께 읽은 덕분일까요? 문제제기를 한 참여자도 "악의는 없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라며 신뢰의 태도로 솔직하게 불편함을 설명해주셨고, 문제제기를 받은 참여자도 "제가 잘못한 것이 맞다. 말해주셔서 고맙다."라며 문제제기를 존중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주셨습니다. 페미말대잔치는 완벽하게 안전한 모임은 아니지만 함께 토론하고 변화해갈 수 있는 모임이라는 믿음이 생겨 인상 깊었습니다.
다음 모임은 2월 18일(목) 오후 7시 온라인 화상회의(ZOOM)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시면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 말 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상담소 사정이 있을 경우 협의 하에 일정 변경)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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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본 회원소모임 참여자 앎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