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지난 8월 18일(목) 오후 7시 온라인 ZOOM으로 회원소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 8월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정기 일정(매월 세번째 화요일)은 8월 16일이었지만, 같은 날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젠더 갈라치기”라는 새로운 함구령 넘어 - 젠더폭력 저항하고 애도하기>이라는 행사를 진행하게 되어 이번 달만 협의 하에 모임 일정을 조정했어요. 이번 모임은 앎, 지은, 복희, 두라, 태완, 메릿 총 6명이 참여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스킨십, 특히 동성 간에 나타나는 스킨십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서로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우리는 생존자로서, 활동가로서, 단순히 일상을 살아가며, 동성 간에 터치를 하게 되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아무렇지 않을 수 있지만, 때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신체 접촉 친숙도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누군가는 편할 거라 생각해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당황스럽고 불편한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스킨십의 의도에 따라서 불쾌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연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동성에게서 받은 스킨십이 불편하게 느껴져 거절했을 때, 그 행동이 호모포비아로 여겨질까 봐 고민해보게 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화 주제는 연애와 동성애로 자연스럽게 흘러갔습니다. 자신이 끌리는 젠더가 아니면 전혀 안 끌리는 것. 심지어 자신이 끌리는 젠더정체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가진 생물학적인 특성(외모, 젠더표현 등)에 따라서도 끌림이 정해지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젠더 이분법적인 사회에 살고 있다 보니, 자신이 끌리는 사람의 젠더와 성적 지향성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하는 점들을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지레짐작 해버리는 점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관계가 나를 좋아해서 시작한 관계보다 안정적이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도 권력이라는 이야기, 데이트폭력의 상당수가 통제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 건강하게 연애하는 방법을 배우기 전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 동성 간에 나타날 수 있는 성추행 행위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생각을 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나쁜 남자"에 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른바 "사회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남자". 나쁜 사람이었다가 개과천선하는 캐릭터를 너무 많이 보다 보니, 나쁜 캐릭터를 보면 바뀔 거라는 예상부터 하게 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나쁜 사람이 다정하게 바뀌는 서사가 잘 와닿는 이유가, 사람에 대한 희망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페미말대잔치에서 추천 받고 흥미롭게 읽었던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자서전 『더 라스트 걸』에서도 비슷한 서사를 접했는데, 그 감동과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IS)로부터 탈출하는 나디아를 옆에서 도와 가족과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곁에 있어 준 남성은 IS를 위해 일하기도 했던, 이슬람 극단주의를 동경하던 사람이었지만, 고통받는 나디아를 옆에서 보고 공감하며 나디아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고, 나중에는 성폭력 생존자인 나디아가 가족과 커뮤니티에서 안전하게 받아들여질 때까지 옆에 있어 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나디아를 보호해주려 하는데, 저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나쁜 사람이 개과천선하는" 서사가 미디어에서 강렬한 사랑의 유일한 모습으로 너무 과장되고 반복돼서 나오다 보니, 사랑에 대한 기대치를 지나치게 낮아지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의 자서전 『허리문신을 한 소녀Girl with the Lower Back Tattoo』에서 에이미가 폭력적이고 학대적인 관계에 오랫동안 남아있게 만든 생각들 중 일부가 '내가 사랑으로 문제있는 상대방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무섭게 싸우는것은 사랑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었다는 점도 생각났습니다. 요즘에는 메인 남주인공의 특성이 "나쁜 남자"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며, 사회가 생각보다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생각도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연애하지 않을 권리』, 최근에 많은 주목을 받고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묘사되는 장애여성의 사랑과 장애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 (동의를 개인의 능력으로 바라보기보다) 그루밍 성폭력과 집단 그루밍이 일어나게 되는 배경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일탈계를 통해 온라인으로 성적인 사진을 올리는 이유가 일상 관계에서 해소되지 못한 욕망과 관심에 대한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일 수 있고, 장애여성이 어플 등을 통해 자신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남성과 '연애'를 계속해서 하는 이유가 장애 여성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과 그로 인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플을 하지 마라, 일탈계를 하지 마라"와 같은 억압과 통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도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만족스러웠습니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지만, 다음 달에도 재미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쉬움을 뒤로하고 모임을 끝냈습니다. 모두 다음 달에 건강한 모습으로 또 만나요!
<이 후기는 본 소모임 참여자 메릿님이 작성했습니다.>
2022년 정기 일정은 매월 세번째 화요일 저녁 7시-10시입니다. 다음 모임은 2022년 9월 20일(화) 오후 7시에 온라인 ZOOM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참여 안내에 따라 이메일로 참여 신청을 해주세요. 담당자가 확인하여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에 참여하고 싶다면? 올해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월1회 여성주의 수다모임으로 매월 셋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되, 부득이한 경우에는 사전 협의하여 다른 주 목요일로 일정을 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및 지지자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셔서 신청해 주세요~ ◆ 일정 : 매월 세번째 화요일 오후 7시-10시 ◆ 장소 : 신청자에게 별도 공지 *코로나19로 인해 당분간 온라인 ZOOM을 통해 진행 ◆ 문의 : 한국성폭력상담소 앎 (02-338-2890, f.culture@sisters.or.kr) ◆ 신청방법 : 다음 구글 설문지 작성 https://forms.gle/WVcNJwHW22wX2Cbw6 또는 성문화운동팀 이메일(f.culture@sisters.or.kr)로 다음과 같이 참여 신청서를 작성하여 보내주세요! 제목 : [페미말대잔치] 회원소모임 참여 신청 내용 : 이름/별칭, 연락처, 참여 동기 * 담당 활동가가 참여 신청서를 확인하면 1주일 이내로 이메일 답장을 드립니다. * 신규 참여자에게는 모임 당일에 문자로 참여 안내를 보내드립니다. * 1회 이상 모임에 함께한 참여자가 지속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경우 카카오톡 오픈채팅 링크를 보내 페미말대잔치 단톡방에 초대해드립니다. 이후 단톡방을 통해 참여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8월 모임에서 언급된 그 밖의 작품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전인수 『페미니스트가 된 남자들』
록산 게이 『나쁜 페미니스트』
한국성폭력상담소 <적극적 합의를 시작할 때>
라두 주데 <배드 럭 뱅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