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최근 동료들과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있습니다.
귀의 압력 평형을 조절하는 이퀄라이제이션이 관건인 프리다이빙.
이퀄을 해야 더 깊숙이 물 밑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요, 이 행위가 익숙해지기도 전에 프리다이빙을 배우는 의미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바다의 진귀한 풍경들과 헤엄치는 물살이들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요.
더 이상 바다를 누릴 수 없다니? 생각하자 기가 막혔지만, 문제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소금은 어떡하지? 미역은?
내리는 비는 맞아도 되나? 마시는 물은?
일상이 뒤집어지는 기분이 들었고, 가슴은 답답해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의 일상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전에도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있었습니다.
계속해서 갱신되는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나갈 수 없었던 코로나 시대가 말해주듯이요.
천재지변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기후재난이라는 것에 정신이 번쩍 차려졌습니다.
증말이지 죽을 것 같아서, 살고 싶어서 다녀온 기후정의행진. 그날의 행진을 기록해 봅니다.
1) '옷을 고치는 일은 망가진 시스템을 고치는 것만큼 중요합니다' (의류순환원정대) 2) 공룡도 함께 하는 즐거운 행진 3) 빵으로 피켓을 만들어 오신 시민분 4) 탐났던 어린이의 킥보드 |
2시부터 시작된 집회에는 환경 단체뿐 아니라 노동, 교육, 동물권, 의료, 청소년, 여성, 장애인 등 600여 개의 단체에서 참여하였고 3만 명의 인원이 참석하였습니다.
여러 단위의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저마다의 피켓과 전단지, 무더위를 피할 핫 아이템을 들고나와 볼거리도 참 많았습니다.
(저는 행진할 때 어린이의 킥보드가 제일 탐났습니다. 그리고 오매의 왓츠인 마이 백.. 오매의 경량 배낭 안에는 실리콘 물주머니가 있었는데 굉장한 잇아이템이었습니다.)
상담소도 뒤처지면 안 되는데, 내년에는 꼭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서 상담소만의 문구를 작성하여 오겠노라 다짐했습니다.
923 기후정의행진에서는 정부를 향해 5대 요구안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좋은 가을날 거리에 앉은 우리는 어떤 사람들입니까.
생명을 위협하고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기후위기에 맞서는 사람들, 사회 공공성을 뒤흔들고 노동하는 우리의 삶을 파괴하는 기후 부정의에 저항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다만 슬퍼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싸우는 사람들, 웃는 사람들, 자유롭고 자 하는 동물들, 숨 쉬고자 하는 나무와 꽃들 그 수천 개의 정체성과 수만 개의 마음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그 모든 우리의 존재가 벼랑 끝에 서있지만 우리는 좌절하지 말고 기후정의 쟁취를 위해 걷기로 합시다. 오늘의 행진은 그 시작의 걸음도 마지막 걸음도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이 순간의 운동입니다. 우리가 손잡고 끝까지 함께 갑시다. 위기를 가뿐히 넘을 우리의 힘을 키워가자고 커다란 함성으로 약속합시다.”
마이크를 잡은 권우현 위원장의 발언에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지만 대신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참았습니다.
다음으로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지난여름 서울에서 일어난 수해 참사로 동작구와 관악구 반지하에 살던 이웃들이 목숨을 잃었”고, “불평등한 이 사회가 재난의 순서를 정하고 있다.” 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전수조사는 표본조사로 변경됐고 각종 대책의 선정 기준은 말할 수 없이 까다로웠다.”면서
“정부는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 원이나 삭감했다.”고 했습니다. “지난 5년 6개월간 상위 30명의 주택 매입 건수가 8천 건에 달한다”라고 하면서, “사회가 돈을 버는 방식이 빈곤을 만드는 방식”이라고도 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났습니다. 천재지변이라는 말은 모두에게 공평해보이지만, 실제 기후재난은 불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말로는 대책을 세우겠다고, 반지하 주민들을 이주시키겠다고 하면서 뒤에서는 그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정부라니요.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 달 전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은 청주 정미진 충북녹색당 사무처장도 발언을 이어나갔습니다.
“참사 현장은 복잡한 법과 행정 체계를 잘 알지 못해도, 그저 주민의 상식으로만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새벽부터 내린 홍수 경보에도 하천 바로 옆 지하차도는 통제되지 않았고,
임시 제방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 참사 직후 지난 두 달은 참사의 그날만큼이나 비참했다. 재난 최고 책임자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은 책임 회피에 바빴고,
국무조정실의 감찰 조사 결과는 최고 책임자에게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
비민주적인 정치, 경제 체제가 기후재난 시대에 비극을 만들어 내고, 정치와 자본 권력이 우리 손으로 직접 기후재난을 대비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일본 사무국장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사과하며 탈핵 운동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투쟁이라고 했습니다.
핵 발전은 기후위기 대안이 아니며 사고 위험 핵폐기물 문제를 가진 핵발전소는 차별과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를 막는다고요.
대만에서는 25년 탈핵이 이루어지는데 우리도 대만을 따라가자고 하며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의 발언도 있었습니다. 화력발전소 노동자들도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발전소 폐지와 함께 사라지는 노동자들의 삶을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탄소중립 기본법에 명시된 정의로운 전환이라고요!
“더 많은 성장과 이윤을 위해, 사람과 자연을 희생시키고 쥐어짜는
잘못된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
돈보다 생명, 자본보다 노동, 개발보다 생태, 경쟁보다 공존, 성장보다 번영이 우선해야 한다.
그것이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정의로 가는 길”
본 집회를 마치고 두 행렬로 나뉘어 앞쪽은 일본 대사관과 정부 광화문 청사 쪽으로 뒤쪽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한다고 하였으나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행진하는 뒤쪽 행렬은 무산이 되었고 모두 광화문 청사 쪽으로 향했습니다. 행진 중간에는 ‘다이인(die-in)’ 퍼포먼스가 펼쳐졌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울리면 바닥에 드러눕거나 고개를 숙여 죽음을 표현하는 이 퍼포먼스는 기후위기로 인해 멸종하는 상황을 상징하고,
기후위기를 가속화했던 이 체제를 멈춘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다이인 퍼포먼스를 마치고 정부종합청사로 향하면서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다이인 퍼포먼스를 하면서 거리에 드러누워 바라본 가을 하늘은 정말이지 아름다웠습니다.
내 옆에 깃발을 든 채 눈을 감고 드러누운 오매와 아스팔트 위에 함께 브이를 하고 셀카를 찍은 도경의 해사한 얼굴이 보였습니다.
지키고 싶은 얼굴들이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친구들, 동료들, 사랑하는 사람, 집에 있는 반려견 다정이, 사무실 길고양이 삐삐도요.
'정말이지 멸종되기 싫어! 우리 모두의 삶 지켜내고 싶다!'
기후정의행진을 하며 부른 ‘멸종싫어송’이 귓가를 맴돌며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기후정의 실현하러 가자! 우리의 힘 보여주러 가자!'
반쯤 졸고있으나 깃발이 절대 흔들리지 않게 사수하고 있는 오매
우리는 정말 위기를 넘을 수 있을까요? 지키고 싶은 생명이 있다면 더 열심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키고 싶은 생명에는 내 목숨도 포함이니까요~ 살고싶으신가요? 살리고 싶으신가요? 멸종싫어송을 불러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