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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과 인권 두번째 - 기후위기와 젠더
지난 9월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상근홛동가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활동가 교육 프로그램 -반성폭력과 인권 두 번째 시간이있었습니다.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을 앞두고 이뤄진 이번 교육은 김신효정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부소장) 님과 함께 <기후위기와 젠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요.
교육에 앞서 활동가들은 모두 『다시 쓰는 여성학』 한국문학사, <13장 기후위기시대, 페미니즘과 생태를 사유하기>와 김효정(2023) 「기후위기 시대 여성농민운동의 생태적 전환과 다종 간 관계성의 변화」 소논문을 읽고 참여하였습니다.
기후는 30년간 누적된 연평균값을 말하는데, 날씨를 기분이라고 한다면 기후는 성격이라고 볼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은 2020년 기준 연간 탄소배출량 10위, 누적 탄소배출량은 17위인데요.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전략은 완화와 적응이라는 두 가지의 방식입니다. 완화는 탄소배출을 감축하는 것이 목표이고, 적응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면서 적응할 것인가의 전략인데 한국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죠. 숲과 땅의 회복, 농민과 어민의 생존권, 야외노동자와 이동 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지원이나 문제들에 대해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인데, 여기에 페미니스트의 개입이 없다면, 기후재난의 속성상 더 많은 피해를 입게 되는 성별 차이에 따른 부당함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기후변화가 젠더 폭력을 증가시킨다는 보고서는 이미 많이 나와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기후변화에 따라 조혼이 더 많이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과 교육 환경이 제공되기 어려워지면서 조혼 비율이 높아지고, 인신매매가 증가하며 가정 내폭력이 증가했다는 보고 등도 이어지고 있죠.
기후변화로 재난 발생 시 여성들의 생존율이 더 낮다는 결과들도 있습니다. 1991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사이클론과 홍수에서 희생자의 90%는 여성이었고, 수마트라 아체 쓰나미때도 사망자의 75%가 여성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일하다가 탈출하는 것과 가정 내에서 어린 자녀나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다가 탈출하는 경우는 너무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특정 국가에서는 여성이 긴 치마를 입거나 수영을 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나무에 올라가지 못하게 하는 관습 때문에 재난 시 여성들의 피해가 더 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젠더화된 취약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프레임이 저개발국가의 비백인 여성을 강요된 희생자로 묘사하면서 수동적이고 주체성이 없는 존재로 간주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러한 프레임은 오히려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고 교차성을 보지 못하게 하는데요. 따라서 젠더 및 부문 간의 복잡성을 인식하고 젠더규범을 포함하는 문화적 차이들 속에서 기후위기에 맞선 대안을 형성하고 구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번 교육의 강사로 함께 한 김신효정님은 논문을 통해 여성농민운동의 생태적 전화과 다종 간 관계성 변화에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여성농민들이 기후위기로 생존권이 침해되고 건강이 위협되는 상황에서 농사를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저항적 실천으로 더욱 더 생태적인 농업실천을 하는 점에 주목합니다. 흙, 땅, 종자, 작물 등 다종간의 관계성을 구축하며 기후와 환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물질들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주체로 변모하는 부분을 살핀 것인데요. 수동적인 위치에서 기후위기의 피해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날씨에 상호 작용하면서 생태적인 감각과 지식을 구축하고 또 다른 여성농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을 구성해나가는 실천을 하고 있다는 점을 분석했습니다.
특히 김신효정님은 기후위기문제를 교차성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어요. 기후위기는 가부장제 체제에서 비롯되었고 인종주의와 백인 우월주의, 수탈적 자본주의와 얽혀있고 이러한 불평등의 영향은 성불평등을 강화((Wilkinson et al, 2021)하고 있는데요. 인종, 계급, 지리지 위치, 혼인, 성, 나이, 장애등과 같은 요소들도 기후와 연결(Sultana, 2017).
되어있기에 기후문제를 교차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에코페미니즘은 페미니즘 이론과 실천에 생태적 관점의 부재와 생태학 논의와 해결에 있어 페미니즘 관점의 부재를 제기하는데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화폐 가치로만 측정해왔던 기존의 성장중독, 발전 패러다임을 재고할 것을 요구합니다.
시대와 관점에 따라 에코페미니즘도 다양하고 다양한 논의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들 사이에서 구성되고 있는데요. 한국의 경우, 1995년 베이징 여성 대회 이후에 독자적 여성환경 운동 단위 필요성 제기되면서 1999년 여성환경연대가 설립되었습니다.
김신효정님은 인간중심주의 사람되기가 아닌 생명의 정치로서 동물되기를 실천하자는 제안도 했는데요. 동물들의 코로나 시국선언 영상은 인간중심, 성장과 개발중심의 현재를 짚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시대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대안적 실천을 할 수 있을까요.
돌봄의 사회화, 정치화, 정책화, 생태화라고 한다면 먹거리, 건강, 돌봄, 탈성장의 문제를 공적으로 정치화하면서 더 나은 삶에 대한 틈새들을 넓히고 기후위기나 생태 위기 등의 문제를 전지구적이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는 것일 수 있을 것입니다.
생태와 환경의 문제는 일국적이지 않은 초국적 문제입니다.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 간의 새로운 관계성. 성장주의와 개발주의를 넘어선 대안들이 더 많이 고민되고 기획되고 실천될 필요가 있습니다.
강의를 듣고 먼저 읽은 텍스트에 기반한 질문과 응답이 이뤄졌어요. 질문 중에 한 가지 질문과 응답을 나누며 후기를 마치려합니다.
[질문]
횡단 신체성 개념은 인간의 살과 몸도 흙과 같은 하나의 물질로서 다른 사회적 물질들과 분리되지 않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지구, 우주의 아주 작은 한 종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지구의 본질을 훼손하는 최고의 종이라는 점을 인정하며 대안은 무엇일까요?
[응답]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하지만, 인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변화하는 것도 필요하죠. 볼리비아에서는 지구의 생존권리를 보장하는 ‘어머니 지구에 관한 법’을 만들었는데요. 모든 개발에 생태 영향 평가를 하는데 비용편익(한국은 환경적 비용적으로 감소되는지 여부만 살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물, 동물, 땅 등. 모든 사기업과 공기업에 생태감사를 두어서 감시하고 모니터링하는 역할을 명시한 법안입니다. 온실 가스 배출 감축에 대한 법률, 유기농에 대한 투자 등이 모두 이 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안데스 지역의 파차마마(Pachamama)라는 잉카문명의 여신은 토착적인 맥락에서 단순히 여성적인 모성적으로 볼 수는 없는 땅, 물, 생명, 자연을 관할하는 신앙의 대상이자 영적인 존재인데요. 바로 이 어머니 대지가 남미 국가의 헌법이나 국가운영정책에 반영되어있습니다.
에콰도르는 2008년 자연과 조화하면서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을 담은 생태헌법을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채택했는데요. 여기에도 ‘파차마마는 존재할 권리’라고 명시하고 있고, 칠레는 생태헌법을 국가투표로 붙였습니다. (투표자수가 적어서 부결되었지만)
후쿠시마 핵페수 관련해서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한 고래 개체 100여마리 이름으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소송을 하고있는 중인데요. 핵폐수가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가시화하게 실천이죠. 이러한 사례들이 인간으로서 할수 있는 대안적 고민과 실천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후위기와 젠더, 반성폭력운동과의 접점을 찾아보는 이번 시간은 인간으로서 생태와 지구, 기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었습니다.
탈성장, 탈개발, 탈육식.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생명의 정치로서 돌봄을 통한 생태전환 사회로 나아가는 길.
앞으로도 활동가들은 다른 영역과 만나고 교차하며 새로운 사회를 그리는 고민을 이어가겠습니다!
이 글은 란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