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안녕하세요? 저는 상담소에 후원한지 이제 2년이 되어가는 신입후원회원입니다.
그리고 상담소에서 일한지도 어언 2년이 다되가는 신입활동가이기도 한데요,,,,!
제가 속한 성문화운동팀과 같은 층의 사무실을 쓰는 회원홍보팀이 사부작 사부작 신입회원 대상 커뮤니티 데이를 준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며, ‘바로 나를 위한 행사잖아’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매일매일 상담소 명패가 달려있는 건물로 출근하고, 상담소 이름으로 외부활동을 하면서도 아직 저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좋아하면서도 어색하기도 한, 서로 낯가리는 사이입니다ㅎㅎ 나와 비슷한 시기에 후원을 시작한 사람들은 무슨 계기로 상담소를 만났을까 알고 싶은 활동가적 궁금증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정에 쫓겨 꼼짝없이 야근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여,,, 나에게 과분한 행사였어,,,체념하게 되었습니다. 당일에 북적북적 꺄르르 공간을 꾸미는 소리에 이끌리면서도 겨우겨우 마음을 진정시키며 묵묵히 사무실 자리를 지켰는데요. 꼬르르 배가 고파오고, 대박적으로 맛있는 비건 도시락이 온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었던 저는,,, ‘밥만 먹고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거야!’ 다짐하며 행사장으로 입성하였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상담소 지하 1층은 아주 별세계가 되어 있었습니다. 주로 회의실로 이용되는 이안젤라홀이 반짝이는 전구, 아늑한 캠핑 의자, 은은한 뱅쇼향으로 채워져 있었거든요. 홀린 듯 도시락을 받아 자리에 앉았더니 쌓인 일들은 잠시 사라지고, 잔잔한 설레임이 일었습니다. 무엇보다 밥이 무~척 맛있었거든요. 정말 심혈을 기울여 고른 도시락이구나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밥을 먹던 중 아차, 행사가 시작되어 버렸습니다. 잠시 어쩌지 고민하다, 1부만 앉아있다가 올라가자 마음을 편히 먹었습니다. 사실 이날의 진행자는 무려 ♡오지은님♡!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 짧게라도 얼굴도 뵙고, 목소리라도 듣고 가려는 마음에 그만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날 행사 끝까지 함께하게 되었습니다ㅎㅎ 그 정도로 마성의 커뮤니티데이였다는 게 정설입니다.
4부까지 이어진 촘촘한 기획은 각자 지난 5년간 페미니스트로서 어떤 설레임을 느꼈는지, 어떤 우울을 느꼈는지, 어떤 동료를 만났는지, 어떤 단절이 생겼는지, 어떤 일상을 만들어왔는지, 어떤 일상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궁금해하는 질문으로 채워졌습니다.
기억에 남는 문답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질 : 상담소에 후원하기로 결심한 그 때, 기억하시나요?
답 : 성폭력상담원 교육 때 지금의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님이 강연자로 오셨습니다. 30분을 지각하셔서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팔짱끼고 있었는데, 강연을 듣고 있던 내가 어느순간 심장이 뛰고 있더라고요. 그날 바로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훗날 저는 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되었습니다.
질 : 페미니즘 리부트부터 지금까지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했나요?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답 : 미투운동 당시 여성단체에서 매주 주말 집회를 진행했고, 저도 참여했습니다. 당시 많은 인원들이 좁은 1차선 도로를 행진하고 있었어요. 권김현영님이 발언자로 나서며 이 선을 넘지 말라는 엄포에 맞서자고 했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길을 열어라 외치는 우리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말, 그런데 왜인지 하나도 위축되지 않았어요. 어떻게 살면 좋을까 질문이 들때 가장 떠오르는 장면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먼 미래의 나를 상상하며 어떻게 나이들고 싶은지 한명한명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머뭇대면서도 하나같이 흥미로운 답변들이었습니다.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 돈을 팍팍쓰는 할머니”
“조경사로서 필요할 때 멋진 정원을 만들어줄 수 있는 능숙한 직업인”
“수상할 정도로 수영을 잘하는 할머니”
“우리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럽지만 그래도 지금 할일을 해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도 친구에게 퇴사할까? 했지만 남초 직군에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는 멋진 선배”
웃고 떠든 시간 속에서 이 퇴행의 시대에 나만 우울한 게 아니었어, 페미니즘을 알아가던 그때 나만 설렜던 게 아니었어, 총체적 불안의 시대, 나만 막막한 게 아니었어 저절로 깨닫게 되는 충만한 소통이 있었던 커뮤니티 데이였습니다~!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동은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