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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상담소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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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여성주의 수다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 2024년 5월 모임
  • 2024-05-28
  • 272

지난 5월 17일 금요일 오후 7시, 온라인 ZOOM으로 여성주의 수다모임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이하 '페미말대잔치')>가 열렸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앎, 이음, 나타샤, 미래 총 4명이 참여했습니다.


서로 근황을 나누던 중, 한 참여자가 유명한 영화 감독의 감독전에 다녀온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16세 여성 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내용의 영화가 극찬 받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가 성인의 시선으로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작품들, 성인과 아동·청소년의 성관계를 단순한 '로맨스'로 묘사하는 작품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네사 스프링고라가 쓴 자전 소설 <동의>에서 주인공 V는 14세 때 50세 남성 작가 G에게 그루밍 성폭력을 당합니다. G는 아동·청소년들과의 성적 경험을 작품에 써서 명성을 얻은 유명 작가였고, 당시 V는 G의 연인으로서 인터뷰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야 자신의 경험이 성착취였음을 깨달은 V는 성인과 아동·청소년의 성관계를 '사랑'이자 '예술'로 포장하여 용인해온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문제 제기합니다. G는 V가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주장하지만, V는 가해자가 취약한 위치에 놓인 아동·청소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사회적 명성 등을 이용해 가스라이팅하여 받아낸 '동의'를 과연 '동의'로 볼 수 있는가 질문합니다.



<동의>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중 일부 ⓒ은행나무

http://aladin.kr/p/BNlDJ


한편, 성인과 아동·청소년의 성관계를 다룬 작품 중에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처럼 의미 있는 작품도 있으므로, 그러한 내용을 무조건 작품에 쓰지 못하게 금지하거나 검열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 참여자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10대 남성과 30대 여성의 성관계를 '로맨스'로 묘사하는 게 불편했지만, 끝까지 읽고 나서는 작품에 대한 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유튜버 알간지님께서 <이 역겨운 영화가 내 인생 최고의 영화인 이유>라는 제목으로 영화 리뷰를 올려 주셨는데, 그 내용에 많은 공감을 했다며 영상 링크를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겨운 영화가 내 인생 최고의 영화인 이유> 영상 섬네일 ⓒ 유튜브 알간지Alganzi

https://youtu.be/VG3AEt7z6EA?si=QdsS2VVOFQu0PEdp


따라서 작품 의도도 중요하지만 이를 감상하고 해석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예를 들어 소아성애의 대명사로 알려진 <롤리타>처럼 대중이 작품 의도를 왜곡되게 해석하여 문제인 경우도 있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어 보면 1인칭 시점의 화자가 비록 초반부에는 "피해자가 또래에 비해 조숙했고 처녀도 아니었고 자신을 유혹했다"는 식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지만 후반부에는 스스로 "강간이었다"고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사죄합니다. 작품 속 화자가 한 행위들이 실제로는 '성폭력'이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특히 친족 성폭력 가해자의 관점을 다룬 리얼리즘 문학으로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는 "강간이었다"라는 문장을 직접 번역한 번역가조차 역자 후기에 '불멸의 사랑, 불멸의 연인'을 운운하는 지경입니다. 이 작품이 영화화 되었을 때 사람들이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영상미와 미장센으로 포장된,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화하는 이미지들이었습니다. 때마침 최근에 이러한 비판적 관점으로 유튜브에 <롤리타> 리뷰가 올라왔더군요. 이미 원작에서 화자 본인이 인정한 사실을 누군가 댓글로 반박하여 난상 토론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많은 성폭력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롤리타 컴플렉스'에 빠지는 이유는? 화면 갈무리 ⓒ 유튜브 배정원TV

https://youtu.be/tcfccDTehBM?si=D9cMtUuTM1fdDxRL


주제를 바꿔, '기획 노동'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기획 노동'은 가족 생활 전반을 살피고 계획하고 정보를 모으는 등 필수적인데도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가사 노동을 실제로 청소, 빨래 등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실행 노동'과 구분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냉장고에 어떤 재료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식구들의 식성을 고려해 어떤 요리를 할지 계획하고, 필요한 재료를 정리하고, 장을 봐서 요리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 그동안 통계청은 가사 노동 시간을 조사할 때는 장을 봐서 요리를 하는 '실행 노동' 시간만 계산하고 그 밖의 '기획 노동'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사기획 창의 취재에 따르면, 현재 통계청에서 조사하고 있는 항목, 즉 '실행 노동'에서 남녀 격차는 2.9배였지만, 통계청이 측정하지 않는 노동인 '기획 노동'에서 남녀 격차는 3.4배로 더 벌어졌다고 합니다. 흔히 남편은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 또는 "시켜야 하는 사람",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남편이 집안일을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고 사실상 '기획 노동'을 모두 아내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사기획 창] 어머니의 된장국 : 가사노동 해방일지>에 기획 노동 개념이 잘 소개 되어 있어, 링크를 공유합니다.



[시사기획 창] 어머니의 된장국 : 가사노동 해방일지 화면 갈무리 ⓒKBS뉴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906210


그런데 사회적으로 가사 노동은 여성의 일로 여겨지는 반면, 무거운 짐을 옮기거나 집을 수리하는 등의 노동은 남성의 일로 여겨지곤 하죠. 한 참여자는 회사에서 정수기 물을 갈았더니 "남자를 불렀어야지, 여자가 왜 이런 일을 하냐"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냥 할 수 있으니까 한 건데."라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자라서 못 한다고 미리 단정 짓거나 겁 먹지 말고 '그냥 할 수 있는' 힘을 기르자! 라는 생각으로 <언니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안 부르고 혼자 고침> 등 책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제 기억력의 한계로 후기에 다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이번 달도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 앎



페미니스트 아무말대잔치는 매월 세 번째 금요일 오후 7시-10시, 온라인 화상회의 ZOOM으로 진행됩니다(오프라인 모임은 분기별 진행 예정이에요).

다음 모임은 2024년 6월 21일입니다. 신규 참여자 대환영!

👉 소모임 신청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