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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육아하는 페미니스트 모임> 공지를 보고 너무 반가웠다. 육아 중인 친구들과 만나 육아의 고충을 나누기는 하지만 늘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적어도 내 주변에는 육아를 평등하게 하는 커플은 없었다. 대부분 주양육자는 여성이었다. (대부분이라고 쓰긴 했지만 100%다.) 출산 전까지는 나름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출산 이후 육아를 시작하면서 여성이 끌어가고 여성이 감내하는 현실을 너무도 많이 봤다. 호르몬 때문인지, 산후우울증 때문인지 출산 이후 이러한 현실에 난 늘 화가 나 있었다. “이 힘든 걸 여태까지 여성이 혼자 하고 있었다고?”
그 이후로 페미니스트 육아 동지를 그토록 만나고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답답함을 느끼던 중 만난 공지였으니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두 시간을 내달려서 모임에 참여했다. 첫 번째 모임에서는 다른 육아 모임과 다르게 안정감을 느꼈다.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해도 된다는 안전한 공간 덕에 편안히,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9월, 우리는 다시 모였다. 모임이 있기 전 딥페이크 성폭력 사건으로 뒤숭숭한 마음이었는데 모임에 늦은 탓에 깊이 나누지 못하여 아쉬웠다. 일상에 치어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이 합당한가? 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양육자로서 나는 이 사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배우고 싶다. (그런 점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육아와 페미니스트, 사전에 준비한 질문지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두 번째 모임은 지난 모임에서 다루지 못한 질문들 위주로 나누었다. 그날 나는 오랫동안 품어왔던 질문을 던졌다. “제 주변에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며 평등하게 육아하는 사람들이 없어요. 그런데 이 모임에서도 남편(파트너)과 동등하게 육아하는 이야기는 듣기 어려운 것 같아서요. 투쟁하다 포기하게 되신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파트너와 공평하게 육아와 살림을 나누고 평등한 육아 동료로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었는데 이곳에 모인 사람들도 남편(파트너)과는 그런 관계가 어려운 것 같아 용기를 내 물었다. 그러자 한 분씩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60일 된 아기를 데리고 제주도에 갔다가 식당에서 먼저 밥을 먹고 나가버린 남편의 무개념을 듣고 함께 분노했었는데, 그런 시간을 거쳐 지금은 남편의 육아 기여도가 더 높다는 이야기, 여성이 아니기에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온전히 헤아리기까지는 어렵겠다는 자기 한계의 고백과 함께 그럼에도 노력하겠다는 남편의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괜히 조바심을 낸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다. 나도 더 떠들고 설치고 싶다. 평등한 육아를 위해 가정에서, 사회에서 함께 싸우는 동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이 모임이 작은 씨앗이 되길 기대한다.
* 이 후기는 육아하는 페미니스트 어푸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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