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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상담소 소식

마음 맞는 회원들과 진행한 소모임이나 회원놀이터 등 다양한 회원행사를 소개합니다.
[후기] 낡은 세계를 넘어, 페미니즘!: 씨티-경희 NGO 인턴십 19기 수현
  • 2025-02-27
  • 228

낡은 세계를 넘어, 페미니즘!: 씨티-경희 NGO 인턴십 19기 참여 후기

- 수현 -

 


 

안녕하세요! 씨티-경희 NGO 인턴십 19기로 활동한 수현입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활동가분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퇴사를 앞두고 있네요😭

저는 4학년 1학기를 앞두고 인턴십에 지원했습니다. 여자대학에 다니고 있었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과 안전한 공간에서 페미니즘을 말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큰 행운이었어요. 졸업이 다가오면서 안전한 공간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생겼고, 작년부터 타 여성단체에서 기자단 활동을 하며 학교 밖에서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기자단 활동을 하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페미니스트들을 만날 수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학내에서 교수에 의한 위계 성폭력 문제가 공론화되었습니다. 당시 ‘00여대는 너의 룸살롱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중심으로 시위가 전개되었는데, 동료 기자단원과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슬로건에 적힌 워딩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슬로건에서 말하는 룸살롱은 어떤 곳인지, ‘룸살롱의 여성들에게는 그렇게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학교 안에서의 제가 제한적인 페미니즘을 실천하고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학교 안에서는 성매매 여성을 페미니즘 의제에서 배제한 것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를 통해 여대가 결코 모든 여성을 위한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전문지식을 갖고 계신 활동가분들을 통해 페미니즘을 다시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성폭력을 핵심 의제로 다루는 성폭력상담소에 지원했고, 운 좋게 1지망이었던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상담소의 일상은 이렇습니다. 인턴들은 오전 10까지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합니다. 매일 오전 11에는 아침나눔이 진행되는데요, ‘아침나눔은 상근활동가분들부터 인턴, 당일 근무하는 자원활동가분들이 모두 모여 일정을 공유하는 시간입니다. 이 자리에서 어제 진행한 활동과 활동 참여 소감을 나누고, 금일 예정된 상담, 집회, 회의 등의 일정을 브리핑합니다. 점심식사는 오후 1부터 진행되는데요, 상담소에서는 인당 3,000원씩 돈을 걷어, 활동가분들이 돌아가며 음식을 준비하십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분들이 계셔서, 대부분의 메뉴는 비건식으로 준비됩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에는 모든 활동가가 참여하는 상근자 회의가 열리는데요, 이때 인턴들은 사무실에 남아 전화를 받고 메모를 남겨둡니다. 오후 4, 활동가분들의 회의가 마무리되면 전화 메모를 전달드리고, 이후 퇴근까지 남은 업무를 처리합니다.


 

상담소 인턴의 핵심 업무는 정기총회 준비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기획입니다. 1월 초에는 정기총회에서 배부할 자료집을 편집했는데요, 상담소에서 진행한 외부 자문, 입장 논평 등을 정리하고, 상담소 활동가분들이 참여하신 인터뷰나 상담소 자료를 인용한 기사 목록을 문서화했습니다. 자료집 작업을 마무리한 후에는 정기총회에서 상영할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상담소가 한 해 동안 진행한 활동과 다음 해에 진행할 계획을 회원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 ‘2024년 활동 보고영상, ‘2025년 활동 계획영상을 편집했습니다. 1월 말부터는 제1687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준비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주관단체로서 매년 1회씩 수요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시위 컨셉과 구호를 정하고, 정해진 컨셉을 바탕으로 홍보 포스터와 카드뉴스를 디자인했습니다. 이어서 시위 때 담당할 역할을 나누고, 사회자 대본을 작성했습니다. 시위 당일에는 작성했던 대본을 바탕으로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상담소의 주 업무는 앞서 말한 두 가지가 핵심적이었지만, 이외에 진행한 업무와 활동들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먼저 전화 업무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단련시킬 수 있었습니다. 언론사 컨택 요청, 상담 문의 등의 전화를 다루며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 방식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내부 역량강화 교육을 청강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유랑 활동가가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 운동에 대한 특강을 진행해주었는데, 이를 통해 낙태죄 폐지의 역사는 물론, 재생산 권리 보장 운동과 반성폭력 운동과의 연계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 Q&A’ 홍보물 피드백에 참여한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상담소 협력 변호사분들이 작성하신 차별금지법 소개자료를 대중의 표현으로 풀어쓰는 작업이었는데요, 자료를 살펴보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고, 전문가와 비전문가 시민 간의 언어적 간극을 좁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재판 결과 모니터링을 통해 상담소에서 담당한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었어요. 어떤 이유로 형량이 더해지거나 덜해졌는지, 법원이 성인지감수성을 가지고 판결을 내렸는지 등을 현장에서 직접 체크해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상담소 소속으로 집회에 참여한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민주주의를 구하는 페미니스트-퀴어 네트워크단위로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집회에 참석해 연대 발언을 듣고, 다른 단체들과 함께 깃발을 들고 행진하면서 여성폭력을 비롯한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6주 동안 상담소에서 일을 하면서, 상담소가 진행하는 업무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담소에는 성폭력 상담을 담당하는 여성주의상담팀 외에도 회원홍보팀, 성문화운동팀 등 여러 팀이 다양한 차원에서 페미니즘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절한 상담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는 기관이 있음을 밖에 알리고, 후원회원을 유치하고, 각종 입장문을 발표하고 성인지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제가 갖고 있던 고민의 답을 찾기에는 6주라는 기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오히려 평소 알지 못했던 문제들(낙태죄 폐지의 역사, 비동의 강간죄, 차별금지법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활동가분들과 함께 특강을 듣고, 다양한 판례를 살펴보면서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합의를 이룬 상황인지,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또는 이와 무관하게) 우리가 어떤 움직임을 만들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내년에 오실 20기 인턴분들도 멋진 활동가분들 옆에서 많은 것을 배워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상담소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저 또한 평등한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할 수 있는 곳, 한국성폭력상담소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