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상담소 소식
안녕하세요, 2025년 1~2월 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씨티-경희 NGO 인턴십 19기 도희입니다. 지난겨울 동안 상담소에서 1. 정기총회 준비 및 진행 보조 2. 수요시위 기획 및 연대발언을 주 업무로 맡았고, 기타 집회와 포럼, 공판에도 상담소의 활동가분들과 동행하였습니다. 당사자의 말하기, 회복탄력성, 친밀한 관계 내 폭력과 가족구성권에 관심이 있던 만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인턴을 하게 되어 기뻤고, 그만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
겨울방학 전부를 기꺼이 인턴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활동가’라는 직군이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담소에서도 연구자(연구활동가), 법률가 등 여러 직군의 사람들과 협업 없이 이루어지는 활동이 드물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다양한 전문가들과 구분되는 활동가라는 직업의 특색이 무엇일지 궁금했던 것이지요.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활동가는 무엇보다도 ‘균열’과 동시에 ‘연결’에 강점을 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의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 의제가 거시적 담론에서 갖는 위치를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 전반을 개별 연구자나 전문가가 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의제를 대중이 이해하도록,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 쓰고 또 그 언어를 닿게 하도록 광장과 일상으로 나아가는 노력 역시 활동가의 역할이었고요. 어쩌면 현장의 앞뒤에서 실천적 지식을 생산하고, 또 기획, 재원 마련, 실행 및 홍보까지 해내는 상담소의 활동가분들을 보았기에 활동가란 ‘만능’인 사람에게나 어울린다고 본 제 생각이 바뀔 틈이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인턴십 기간 동안 사회의 통념을 흔들고, 공고히 자리잡은 신자유주의와 가부장제 체제를 전환하고자 균열을 내는 상담소의 용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인턴에게 내어주시는 관심에 보답할 만큼 주어지는 기회에 충실히 임했는지, 활동을 통해 내 생각을 기꺼이 변화시키도록 열린 태도를 유지했는지, 상담소를 거쳐가는 사람들(활동가, 자원활동가, 어쩌면 전화벨을 울린 모든 사람까지도요)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했는지를 되돌아보면 매 순간이 못내 아쉬워지기도 합니다.
▶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
인턴 경험을 통해 얻은 또다른 값진 경험은 연대의 힘을 체감하는 것이었습니다. 탄핵 시국 한복판이었던 인턴십 기간 동안 “어떤 이에게는 매 일상이 투쟁의 순간이었음에도, ‘광장’과 ‘일상’을 완전히 분리해 살아갈 수 있는가”의 고민과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는데요, 첫 출근 아침나눔에서 길고 복잡한 이름을 가진 다양한 연대체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들으며 이곳에서의 시간이 ‘연대’의 의미를 느끼는 시간이 될 수 있겠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체제전환운동, 윤석열 퇴진! 세상을바꾸는네트워크 등 상담소가 다양한 연대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고 또 그 활동들에 참여하며, 연대를 통해 사람들이 뭉칠수록 차별금지법이나 강간죄 기준 개정, 가족구성권 실현 등 우리의 의제 역시 달성할 가능성이 커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탄핵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투쟁이 ‘일상’이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만큼 더 이상 탄핵 이전의 내 삶을 평화로웠던 일상이라고만 여길 수 없음을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대의 가치와 중요성을 활동을 통해 배운 만큼, 학교로 돌아가서도 나 자신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용기를 늘 갖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두 달간의 인턴십은 끝이 났지만, ‘낡은 세계를 넘어’간 곳에서 함께할 때까지, 곳곳에서 상담소와 만나며 연대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던 두 달,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상담소의 모든 활동가분들게 미처 전하지 못한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