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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상담소 소식

마음 맞는 회원들과 진행한 소모임이나 회원놀이터 등 다양한 회원행사를 소개합니다.
[후기] 균열을 일으키는 건 역시 “좋은 일”이야: 씨티-경희 NGO 인턴십 19기 도희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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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51~2월 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씨티-경희 NGO 인턴십 19기 도희입니다. 지난겨울 동안 상담소에서 1. 정기총회 준비 및 진행 보조 2. 수요시위 기획 및 연대발언을 주 업무로 맡았고, 기타 집회와 포럼, 공판에도 상담소의 활동가분들과 동행하였습니다. 당사자의 말하기, 회복탄력성, 친밀한 관계 내 폭력과 가족구성권에 관심이 있던 만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인턴을 하게 되어 기뻤고, 그만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균열을 일으키는 용기

겨울방학 전부를 기꺼이 인턴십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이유는 활동가라는 직군이 궁금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상담소에서도 연구자(연구활동가), 법률가 등 여러 직군의 사람들과 협업 없이 이루어지는 활동이 드물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다양한 전문가들과 구분되는 활동가라는 직업의 특색이 무엇일지 궁금했던 것이지요.

짧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 활동가는 무엇보다도 균열과 동시에 연결에 강점을 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집중하는 의제에 대한 높은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 의제가 거시적 담론에서 갖는 위치를 파악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 전반을 개별 연구자나 전문가가 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의 의제를 대중이 이해하도록, 받아들일 수 있도록 풀어 쓰고 또 그 언어를 닿게 하도록 광장과 일상으로 나아가는 노력 역시 활동가의 역할이었고요. 어쩌면 현장의 앞뒤에서 실천적 지식을 생산하고, 또 기획, 재원 마련, 실행 및 홍보까지 해내는 상담소의 활동가분들을 보았기에 활동가란 만능인 사람에게나 어울린다고 본 제 생각이 바뀔 틈이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인턴십 기간 동안 사회의 통념을 흔들고, 공고히 자리잡은 신자유주의와 가부장제 체제를 전환하고자 균열을 내는 상담소의 용기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인턴에게 내어주시는 관심에 보답할 만큼 주어지는 기회에 충실히 임했는지, 활동을 통해 내 생각을 기꺼이 변화시키도록 열린 태도를 유지했는지, 상담소를 거쳐가는 사람들(활동가, 자원활동가, 어쩌면 전화벨을 울린 모든 사람까지도요)에게 충실하려고 노력했는지를 되돌아보면 매 순간이 못내 아쉬워지기도 합니다.

 

일상에 스며드는 변화

인턴 경험을 통해 얻은 또다른 값진 경험은 연대의 힘을 체감하는 것이었습니다. 탄핵 시국 한복판이었던 인턴십 기간 동안 어떤 이에게는 매 일상이 투쟁의 순간이었음에도, ‘광장일상을 완전히 분리해 살아갈 수 있는가의 고민과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는데요, 첫 출근 아침나눔에서 길고 복잡한 이름을 가진 다양한 연대체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들으며 이곳에서의 시간이 연대의 의미를 느끼는 시간이 될 수 있겠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체제전환운동, 윤석열 퇴진! 세상을바꾸는네트워크 등 상담소가 다양한 연대체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고 또 그 활동들에 참여하며, 연대를 통해 사람들이 뭉칠수록 차별금지법이나 강간죄 기준 개정, 가족구성권 실현 등 우리의 의제 역시 달성할 가능성이 커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탄핵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투쟁이 일상이었던 사람들이 있었던 만큼 더 이상 탄핵 이전의 내 삶을 평화로웠던 일상이라고만 여길 수 없음을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연대의 가치와 중요성을 활동을 통해 배운 만큼, 학교로 돌아가서도 나 자신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용기를 늘 갖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두 달간의 인턴십은 끝이 났지만, ‘낡은 세계를 넘어간 곳에서 함께할 때까지, 곳곳에서 상담소와 만나며 연대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던 두 달,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상담소의 모든 활동가분들게 미처 전하지 못한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