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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공대위성명] 가해자 주장 받아쓰기 그만하고 일상의 수많은 ‘안희정’을 향한 싸움에 언론도 동참하라
  • 2019-02-26
  • 1868


[성명서] 가해자 주장 받아쓰기 그만하고 일상의 수많은 ‘안희정’을 향한 싸움에 언론도 동참하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로 징역 3년 6개월 선고된 안희정 전 도지사에 의한 직장 내 성폭력사건의 2심 판결이 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가해자 가족의 SNS 글로 촉발되어 해당 사건 관련 왜곡된 정보, 편협한 ‘피해자다움’에 대한 이미지,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통념에 치우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13일, 20일 가해자 안희정과 피해자가 ‘불륜’ 관계였으며 ‘피해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메신저 대화 일부 등과 함께 가해자의 배우자의 SNS계정에 게시되었다. 이에 수많은 언론이 ‘피해자일리 없다’는 가해자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퍼나르고 있다. 
 

언론의 영향력으로 인해, 가해자 가족의 주장은 짧은 시간 동안 빠르게 확산되고, 새로운 사실이 등장한 것처럼 많은 시민들을 헷갈리게 했다.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편집된 일방적 주장을 옮기며 피해자를 비난하는 원색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부추기고 있다. 언론이 그대로 옮기고 있는 것은 맥락이 삭제된 짜깁기이며, '피해자다움'을 앞에 내세운 사실 왜곡이다. 
 

검찰 기소, 1심, 2심에서 드러난 사실관계 및 중요 쟁점을 통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사는 소수일 뿐이다. 대개는 가십거리로 소비되기 쉬운 제목으로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2심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성관계 내지 신체접촉을 할 사적관계라고 볼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을 두고 새로운 증거나 진술이 없는 상태에서 되풀이하는 가해자측 주장을 보도하는 행태는 언론이 여론재판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수행비서직의 업무의 성격이 어떠했는지, 피해자가 일한 조직의 분위기는 어땠는지, 메시지 전후 맥락은 어떠했는지 충분히 신중하게 검토된 보도가 이뤄져야한다. 또한 위력이 무엇인지, 위력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되며 타인의 성적인 권리를 침해하는지, 우리가 사회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어떻게 바라봐야하는지 등 
 

우리 사회의 공론장에 제기된 위력성폭력 이슈에 대해 2심 판결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할 점들이 여전히 많다. 언론은 성폭력 이슈를 두고 사회정의에 대한 풍부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들과 논의의 장 펼칠 책임이 있다. 
 

2심 유죄 판결의 사회적인 의미를 제대로 짚고 공유할 책임을 방기하며 조회수만을 목적으로 하는 선정주의적 보도만을 계속하는 언론에게 묻고 싶다. 2018년부터 미투 운동을 통해 수많은 여성들이 사회변화를 위해 외친 목소리를 구태의 꽃뱀신화로 덮으려는가. 
 

얼마 전 검찰 내 성폭력사건을 증언한 서지현 검사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폭력 피해를 증언한 피해자를 꽃뱀이라 부르면서 손가락질하고 가해자를 옹호하는 이 잔인한 공동체는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잔인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누구인가. 언론 본연의 역할을 성찰하길 촉구한다.
 

작년 11월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에서 함께 쓰는 기자회견문에 참여한 시민들은 “안희정의 1심 ‘무죄’ 판결이 난 그날도 상사의 성희롱을 참으며 점심밥을 삼켜야했다”며 안희정 성폭력 사건에 왜 주목하고 분노하는지를 말했다. 우리 일상 가까이 존재하며 동시에 행사되는 그 위력에 대해 여성들은 “일상의 수많은 ‘안희정’에 맞서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연대의 마음을 밝혔다. 
 

이 싸움은 수많은 ‘안희정’에 대한 것이며,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작동되어온 위력과 위력에 의한 성적 침해에 대한 집단적 고발이기도 하다. 우리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아야한다. 다시 이 사건의 본질을 향해 시선을 돌려야할 때다.


2019년 2월 26일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