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만화가 윤서인의 조두순 사건 피해자 본인 및 가족에 대한
2차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조정 결과 및 입장 알림
1. 지난 3월 21일 만화가 윤서인의 조두순 사건 피해자 본인 및 가족에 대한 2차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조정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사건 경과 및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의 입장을 전합니다.
2. 사건 경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8. 02. 23 | 조두순 사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소재로 한 컷 만화 작성, 미디어펜에 게재 |
2018. 05. 31
| 피해자측,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와 함께 만화가 윤서인, 인터넷 신문사 미디어펜에 대하여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로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 |
2018. 10. 25 | 손해배상 청구 소송 건 조정에 회부 |
2018. 12. 23 | 강제 조정 |
2019. 03. 06 | 조정회부 신청 |
2019. 03. 21 | 임의조정 성립 |
3. 조정 결과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미디어펜은 2019. 3. 31.까지 "윤서인 작가는 2018. 2. 23.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소재로 삼는 내용의 웹툰을 그렸고, 미디어펜은 본지에 웹툰 게시를 허락하였습니다. 웹툰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드리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미디어펜 초기화면의 기사목록에 게재하되, 제목을 클릭하면 위 사과문이 표시되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기사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하여 검색되도록 한다. 피고들은 미디어펜이 계약에 의해 기사를 공급하고 있는 각 사업자에게도 사과문을 전송한다. 2. 윤서인은 2019. 3. 31.까지 "윤서인 작가는 2018. 2. 23.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을 소재로 삼는 내용의 웹툰을 그려 해당 웹툰이 인터넷신문 미디어펜에 게시되었습니다. 웹툰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드리게 된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본인의 페이스북에 표시되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유지하여 검색되도록 한다. 3. 윤서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웹툰이나 동영상 등 여하한 방법으로도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을 언급하지 않는다. 4. 피고들은 2019. 3. 31.까지 피해자 측에 2,000만원을 지급한다. |
3. 이에 대한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의 입장문을 아래와 같이 첨부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공동변호인단: 이명숙, 차미경, 최수영, 하희봉)
[입장]
만화가 윤서인의 조두순 사건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2차 피해 손해배상 조정 결과에 부쳐
악의적인 2차 피해 일으킨 만화가 윤서인은
진심어린 사과와 피해배상을 하라!
만화가 윤서인은 2018년 2월 23일 조두순 사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일으키는 한 컷 만화를 그려 미디어펜에 게재했다. 해당 한 컷 만화에는 피해자 아버지가 출소한 가해자를 피해자에게 데려와 인사시키자 피해자가 두려워하는 뒷모습이 그려져 있고, 하단에는 "전쟁보다는 역시 평화가 최고"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을 희화화하고 피해자 아버지를 2차 가해자로 허위로 묘사하여 피해자 가족들을 모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론매체가 성폭력 사건을 조롱하는 콘텐츠를 공공연하게 퍼뜨렸다.
이 사건 웹툰이 게재된 후 만화가 윤서인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했고 게재 당일 윤서인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등장해 불과 9일 만에 청와대가 답변을 해야 하는 청원인 20만 명을 돌파하였다. 많은 비판 여론이 일었지만 윤서인은 반성하기는커녕 “내가 싫어하는 표현도 존재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는 누구나 마음껏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사태가 커지고 나서야 윤서인은 이 사건 웹툰에 대해 사과하면서 천안함 사건의 주범으로 알려진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남을 비판하는 내용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비판과 피해 사실 간에는 아무런 합리적 관련성이 없다. 굳이 그러한 비판을 위해 범죄 피해자인 고소인과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상처를 다시 헤집고 들쑤셔야 할 어떠한 이유도 찾을 수 없다. 위와 같은 만화가의 해명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고 설령 그러한 동기가 일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를 위해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희화화하는 소재로 삼는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서 용인될 수 없는 것이고 어떠한 공익적인 목적과도 무관하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측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와 함께 2018년 5월 31일 만화가 윤서인과 해당 만화를 게재한 인터넷 신문사 미디어펜에 대하여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명예훼손, 모욕죄로 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또한 위의 한컷만화 게재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도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하였다.
2019년 3월 21일, 만화가 윤서인과 인터넷 신문사 미디어펜을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에 대하여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배상하는 조정 결과가 성립되었다. 우리는 이번 법원의 조정 결과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2차 피해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확인하였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는 "싫은 표현"과 같은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켜야 할 개개인의 존엄과 명예에 대한 문제이다.
만화가 윤서인의 피해자 비난, 조롱, 악의적 명예훼손의 오랜 행위 역시 바로잡히길 바란다. 성폭력 사건을 소재로 삼으면서 피해자에 대한 윤리는 찾아볼 수 없었던 만화가와 언론사는 더 이상 사회적으로 이해받거나 허용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상식이며 앞으로도 성폭력 피해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수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법원의 조정 결과가 윤서인의 한 컷 만화로 인해 10년 전의 피해 순간의 고통을 다시 겪어야 했던 피해자에게 위로와 지지가 되었기를 바란다. 윤서인과 미디어펜의 조정사항 성실한 이행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 우리는 더 이상 피해자가 2차 피해에 노출되는 일이 없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힘을 낼 것이다.
2019. 3. 29.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공동변호인단: 이명숙, 차미경, 최수영, 하희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