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클럽 ‘버닝썬’과 관련된 최근 사건들은 여성의 몸과 성을 침해하는 한국 사회의 작동방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럽 내의 약물성폭행과 성매매, 불법촬영물의 생산과 유포는 단순히 특정 연예인과 유흥업소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성산업과 공권력의 유착이라는 측면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성단체들은 지난 3월21일 ‘버닝썬’ 관련 공권력 유착 진상규명과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다섯 분의 참가자 발언이 있었습니다.
김영순(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님은 ‘버닝썬’, ‘故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양진호 사건’이 모두 여성을 성적도구와 권력의 거래물로 취급한 사건이라는 것을 짚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사건들이 ‘특권층에서 벌어진 특수강간’, ‘장자연 리스트 가해자 실명 000 사건’, ‘물뽕을 이용한 강간문화 사건’으로 명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연예계와 정치계의 강간 사건들에서 뒤를 봐준 검경에 대한 진실이 꼭 밝혀지길 바란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정미례(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님은 클럽 ‘버닝썬’에서 벌어진 사건이 부정부패한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성산업 카르텔의 본모습임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버닝썬’을 넘어 사회의 여성에 대한 성착취와 성매매알선, 경찰유착과 비리가 총체적으로 수사되고, 관련자는 엄중처벌하여 수사당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길 촉구하였습니다.
효린(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님은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안이한 태도를 규탄하였습니다.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정준영은 과거에도 휴대폰 증거를 제대로 경찰에 제출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역시 경찰은 긴급체포도, 휴대폰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부실수사이며 비상식적임을 비판하였습니다. 그리고 성착취 구조를 끊어낼 의지를 갖지 못하는 자는, 해결을 촉구하는 여성들과 페미니즘에 의해 빠르게 도태될 것이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위은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님은 피해자와 증인의 신변 보호에 대해 발언하였습니다. 피해자와 증인의 신변의 위협은 다른 사건에서도 계속해서 발생하는 불안이자 고통입니다. 위은진님은 이번 사건의 수사과정에서 검경은 피해자들이 2차피해를 입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을 말씀하였습니다.
김수정(한국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인권정책팀장)님은 십수 년 이상으로 반복되고 있는 남성 권력에 의한 여성들의 성착취 카르텔과 공권력의 유착이 진작 규명되고, 가해자가 처벌되었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가 여성들을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고 여성에 대한 성착취를 방관하였음에 참담함을 표현하며, 이 모든 사건들이 철저하게 진상규명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발언과 기자회견문 낭독 후에는 강간문화와 남성카르텔을 끝장내고, 공권력 유착을 규탄하는 분노의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참가자들은 바닥에 누워 주먹을 쥐어 올렸습니다. 약물강간X, 불법촬영X, 강간문화X 라고 쓰여진 주먹과 “낱낱이 밝혀내고 빠짐없이 처벌하라”, “강간문화가 이 사건의 몸통이다”, “경찰 내 남성연대 해체하라” 등의 빨간 피켓이 돋보였습니다.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책임자에 대한 올바른 처벌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기자회견문]
강간문화, 남성카르텔 이제는 끝장내자!
검‧경은 공권력 유착 철저히 수사하여 관련자를 처벌하라!
‘클럽 버닝썬 사건’은 클럽 내 성폭력, 불법 성매매, 불법촬영물 생산과 유포, 마약류 유통 등 그야말로 범죄 종합세트였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드러나고 있는 범죄의 양상과 관련자들의 행태는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점입가경이다.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침해하고 도구화하는 남성들의 강간문화, 그를 이용한 거대하고 불법적인 성산업의 카르텔이 공권력과의 유착 속에서 유지, 확대되고 있었다는 정황에 여성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 사건은 故 장자연, 김학의 사건에 이어 다시 한번 남성들의 강간문화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응축하여 보여주고 있다. 클럽 버닝썬은 비즈니스를 위해 ‘성상납’을 자행하고, 약물강간이 횡행하며, 불법촬영물이 버젓이 소비‧유통되는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난무하는 무법천지였다. 정준영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또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모의‧기획되고 범죄 현장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드러난 피해자만 10여명에 이를 정도로 정준영을 비롯한 대화방의 인물들은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실행하고 공유하는 범죄집단이었고, 그들은 스스로 범죄행위임을 인지하면서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
이러한 범죄의 공간에 경찰이 유착되어 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범죄를 ‘놀이’로, ‘유흥거리’로 치부하며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고 착취하며 폭력을 서슴치 않는 강고한 남성카르텔에 공권력 또한 일부분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왜 수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신고할 수 없는지, 신고하고도 왜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는지, 법치국가에서 왜 여성들이 사법시스템이 아닌 거리에서 피해를 고발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여성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미투운동 속에서 여성들이 외쳤던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는 외침이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공권력과의 유착관계를 발본색원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유흥업소를 매개로 한 각종 범죄들, 여성을 착취하는 강간문화와 그것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하는 강고한 카르텔을 이제는 깨뜨려야 한다.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경찰 내부에서 셀프 수사한다는 것이나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서 뚜렷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검찰의 작태를 감안할 때 검찰의 수사 지휘도 신뢰하기 어렵다. 땅에 떨어진 공권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경찰과 검찰이 조직의 명운을 걸고 관련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와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다. 여성을 성적 유희를 위한 수단으로 도구화하며, 이러한 범죄들을 방관하고 묵인한 남성들의 ‘강간문화’를 외면한 채 사건을 축소시키거나 임기응변으로 변죽만 울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불법촬영물을 생산, 소비, 유포한 모든 자들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 지난 한 해 수 십 만 여성들의 외침으로 불법촬영물의 소비와 유통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에 대한 인식이 대중화되었다. 경찰과 검찰은 그 외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과연 사건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비리와 불법을 명명백백히 드러내 유착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지 여성시민들이 모든 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버닝썬으로 시작된 범죄의 전말과 이와 관련된 카르텔들을 철저히 수사하여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이번에도 관련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지 못한다면 검찰과 경찰의 존재이유는 사라질 것이다.
강간문화, 남성카르텔 이제는 끝장내자!
공권력 유착 철저히 조사하고 엄중 처벌하라!
2019년 3월 21일
‘버닝썬’ 관련 공권력 유착 진상규명과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 이 글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의 수수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