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직장 성폭력사건
대법원 유죄확정!
2019년 9월 9일 기자회견 후기
2019년 9월 9일 10시 10분 대법원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추행' 에 대해 3년 6개월과 40시간 교육 명령,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내린 서울고등법원 2심의 원심 판결에 법리상 오류가 없어 상고를 기각한다고 결정했습니다. 이로서, 유죄가 확정되었으며, 오랜 시간동안 싸워온 형사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대법원 앞에서는 11시부터 이 사건과 판결의 의미, 향후 다짐과 당부 등을 담은 기자회견을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서 개최하였습니다. 발언 내용 및 기자회견문을 첨부합니다.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 성폭력사건 상고심 판결 기자회견>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이제는 끝내자!
● 일시 _ 2019년 9월 9일(월) 오전 11시
● 장소 _ 대법원 정문앞 (서초역 5번출구)
● 주최 _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 순서 _ 사회 _ 닷 (한국여성의전화)
경과보고 _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발언1. 보통의 김지은들이 일궈낸 승리 (김민문정_ 한국여성민우회,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발언2. 안희정 성폭력사건 법적 쟁점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 (정혜선_피해자 변호인단)
발언3. 성폭력피해자 지원기관으로서 활동과 결의 (김경숙_ 용인성폭력상담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발언4.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 (손영주_ 서울여성노동자회)
발언5.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 이제 시작입니다 (김혜정_ 한국성폭력상담소)
발언6. 피해자 발언 (대독: 남성아_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현장 자유발언
성명서 낭독_한국여성단체연합,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첫번째로, 그동안의 경과보고를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가 했습니다.
● 경과보고 _ 554일간의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의 활동보고
배복주(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018년 3월 5일 김지은씨가 방송을 통해 피해사실을 알리면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이하 전성협)와 피해자 변호인단(3명)이 구성되어 활동이 시작되었다. 1심 무죄판결(2018.8.14.)이후, 158개의 여성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하여 공대위의 구성이 확장되었고 피해자 변호인단은 9명으로 확대되었다.
공대위 활동은 성폭력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과 책임을 묻기위해 1심, 2심, 3심에 이르기까지 해당재판부에 전문가 의견을 비롯하여 시민 연명 탄원서 제출하였고, 집회, 기자회견, 성명발표, 간담회 등을 통해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피해자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2018.3.6.)하고 부터 검찰의 안희정 불구속 기소(2018.4.11.)까지 검찰에서 피해자 조사 3회(2018.3.9. 2018.3.17. 2018.3.29.)를 진행되는 과정에서 변호인단과 활동가들이 동행 및 동석 지원을 하였다. 조사는 평균 10시간이 넘게 진행되었고 피해사실 하나하나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고소장을 제출한 시기부터 피해자의 개인정보, 허위사실 등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어 심각한 2차 피해가 발생되었고 이에 대해 피해자가 직접 손편지를 작성하여 언론을 통해 2차 피해의 심각성을 알리고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전성협은 2차 피해 생산자와 유포자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조치(2018.3.16. 2018.5.18.)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안희정 측근에 대한 고발조치에 대한 검찰 처분이 아직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1심 재판은 2차례의 준비기일과 7차례 공판이 진행되었고 피고인측 증인신문은 모두 공개로 진행되었으며 검찰측 증인신문은 일부만 공개로 진행되었으며, 피해자도 재판에 출석하여 16시간동안 증언을 하면서 받았던 고통에 대해 피해자 최후진술을 통해 알렸다. 공대위는 전문가 의견서(15명 참여), 안희정 대선경선 캠프 동료 10명,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트위터 지지그룹 ‘팀 스틸버드’ 운영진, 문화계 작가 228명, 일반시민 연서명 탄원 9,844명, 성폭력 피해자에 연대하는 92명의 지은이들과 112명의 지은이 친구들 등 의견서와 지지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또한 12차례의 공대위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의 쟁점(위력성폭력), 2차 피해, 언론보도의 문제 등을 알려나갔다. 무죄판결이후, 당일 서부지법앞에서 400여명이 참석한 규탄 집회가 있었으며,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에서 주최한 1심 무죄판결에 대한 규탄 집회에 2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안희정은 유죄다’라는 슬로건으로 재판결과를 규탄했다.
2심 재판은 2차례의 준비기일과 3차례의 공판이 진행되었고 재판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1심 재판에서 피고인 심문이 없었지만 2심에서는 피고인 심문이 진행되었다. 피해자도 한차례 더 재판에 출석하여 증언하였다. 공대위는 전문가 의견서(5종, 단체 및 개인 다수참여), 개인탄원서 13명, 시민참여 연서명탄원서 6,170명 등 의견와 지지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2심은 공소사실 10가지 중 9가지를 유죄로 인정하며 피고인에게 3년 6개월의 징역형과 성폭력수강명령 40시간, 취업제한 5년을 선고(2018.2.1.)하였고 안희정은 법정구속되었다. 이 판결은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입법취지를 반영하였고 ‘위력의 행사와 자유의사 제압이 없더라도 무형적 권세의 존재만으로 위력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였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판결이었다.
검찰의 수사과정, 1심과 2심을 통해 공대위는 16차례 성명발표, 전문가 간담회, 법률가 간담회, 기자회견 및 집회 개최, 1만 6천여 명 시민들의 연명 탄원서 제출, 20여 명의 전문가 의견서 제출, 시민들의 탄원서 제출, 재판 모니터링과 방청연대 조직 등을 진행했다.
대법원 2부에 사건이 배당되면서 피해자 변호인단에서 2차례 의견서를 통해 피고인측 상고이유에 대한 반론 의견서를 제출하였으며, 117개 여성시민단체 1,115명의 활동가들의 연명한 활동가 의견서를 통해 ‘위력’ 성폭력에 대한 판단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학계 및 법조계 전문가 75명이 연명한 공동의견서를 통해 ‘위력’성폭력의 법적 해석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였다. 또한 3,412명의 시민들의 연서명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554일동안 공대위는 49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이 사건을 공동으로 대응하는 활동을 했다. 회의를 통해서 토론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매 재판과정에 대한 대응, 피해자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에 대한 논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오늘 대법원 판결의 결과를 이끌게 해준 많은 조력자와 지원자, 지지자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공대위에 후원금을 보내주신 시민 여러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번째 발언은 작년 3월에 꾸려진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공동 집행위원장 한국여성민우회 김민문정님입니다.
● 발언1. 보통의 김지은들이 일궈낸 승리
김민문정(#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당연한 결과이지만 너무나 기쁩니다. 선고를 들으며 오늘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쌓아온 무수한 순간들, 그 순간을 함께 만들어왔던 사람들, 그리고 수많은 김지은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오늘 안희정 유죄 확정 판결은 우리들,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들어낸 위대한 승리입니다. 우리는 해냈습니다.
오늘 이 순간은 반성폭력운동사에 거대한 진전을 이룬 순간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여성들이 새로운 사법정의를 세운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괜히 시작했나, 이제라도 다 포기해 버릴까 고민하고 갈등하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럼에도 이 싸움은 나 개인을 위한 싸움이 아니라 또 다른 무수한 김지은들을 위한 싸움이며, 촛불혁명으로 만들어낸 시대에 여성의 이름으로 정의를 다시 쓰는 싸움임을 잊지 않고 끝까지 멈추지 않고, 오늘 이 승리를 함께 만들어 주신 김지은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이 있어 이 승리가 가능했습니다. 당신이 있어 또 다른 김지은들이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하고도 말하지 못했던 더 많은 김지은들이 당신의 용기와 승리에 힘을 얻고 더 새로운 반성폭력운동의 역사를 쓰게 될 것입니다.
오늘 대법원은 ‘피해자다움’에 갇혔던 성폭력 판단 기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오늘 대법원은 ‘피고인의 진술 신빙성’이 성폭력의 중요한 판단기준이어야 함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피해자다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합니다.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그 당연한 정의가 실현되는 날을 우리는 오늘 만들었고 앞으로도 만들어 갈 것입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오늘의 승리에 멈추지 않고 더 많은 김지은들과 함께 모든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일상의 삶을, 가해자들에게는 응당한 책임을 지우는 그 날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두번째로는 이 사건 1심부터 3심까지 피해자 변호사를 해오신, 변호인단(9명) 중 1인의 정혜선 변호사가 이 사건 법적 쟁점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말씀해주셨습니다.
● 발언2. 안희정 성폭력사건 법적 쟁점과 대법원 판결의 의미
정혜선(피해자 변호인단)
이 사건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있었습니다. ‘권력형 성범죄를 참다 못해 용기 낸 내부 고발이다’, ‘ ‘미투 운동’이라는 시류에 편승한 거짓 폭로다.‘ 피고인의 행위를 두고도 누구는 자신의 지위와 권세를 이용한 성폭력 범죄라고 하였지만, 어떤 이는 도덕적으로는 비난받을 행동일수는 있어도 우리 현행 법제상 처벌할 수 있는 범죄는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1, 2심이 판결 결과가 갈리면서 대법원 판단이 중요해졌고 오늘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우리 현행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추행 등 명백한 범죄라고 그 답을 주었습니다.
2018년 3월 수사과정부터 오늘 최종 대법원 선고에 이르기까지 피해자 진술, 피고인의 진술, 또 여러 참고인의 진술 등 모든 증거기록과 공판기록을 다 보았던 피해자 변호사로서 항소심 유죄 판결 이후에도 언론, SNS 인터넷을 통해 사실 아닌 내용들이 무분별하게 펴지거나 때로는 왜곡되어 전파되는 것을 지켜보며 대법원 판결 선고만을 간절하게 기다렸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피고인에게 적용된 범죄 성립 요건인 ‘위력’이 무엇인지는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축적된 확고한 법률적 정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위력은 그렇게 선명하게 드러나거나 잘 보이지 않습니다. 노골적인 갑질이나 폭력적인 행태를 띄지 않고도 때로는 점잖게, 때로는 의식할 수도 없는 공기처럼 작동하여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왜곡할 수 있는지 이 사건이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력이 성폭력으로 이어질 때, 그러한 성폭력이 반복되었을 때, 사후적으로 평가할 때야 늦은 시점이지만 피해자로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외부에 도움을 호소하였을 때,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해, 또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재판하기 위해서 법원은 어떠한 눈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판단하여야 옳은지 이 사건의 재판 과정과 판결이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위해서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고, 법관은 합리적 의심을 해가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탐구함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합리적 의심의 잣대는 피해자에게만 가혹하게 적용되어서는 안 되고 피고인의 진술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일상의 숱한 권력 속에서 운신의 폭이 좁은 약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과 위험 부담을 오롯이 피해자의 몫으로 돌리지 않으려는 예민한 감각과 신중함은 법관에게 자유 심증을 무겁게 인정해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는 당연한 소명입니다.
이 사건의 수사와 재판은 매우 엄정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자신의 은밀한 프라이버시, 인간관계, 일상의 기록들 모두 철저하게 검증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사건의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면 기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해자에게 온당한 처벌을 내리기 위한 것이니 오롯이 견뎌야하는 것이라고, 묵묵히 감당하라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피해를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말할 수 없었던 수많은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본 대법원 판결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입니다. 앞으로도 피해자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외부에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주도록 이러한 판결이 계속 유지되기를 희망합니다.
세번째는 이 번 사건 초기부터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에서 경기북부 권역 대표로 활동하시는 용인성폭력상담소 김경숙 소장님의 발언입니다.
● 발언3. 성폭력피해자 지원기관으로서의 활동과 결의
김경숙(용인성폭력상담소 소장,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운영위원)
먼저 침묵을 깨고 미투(me too)에 나선 지난 1년 6개월여의 지난한 시간을 견뎌내 주신 피해자분에게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2018년 1월 29일 뉴스를 통한 검찰 내 고위 검사 안태근의 성폭력사건을 시작으로 연극연출가 이윤택, 시인 고은, 극작가 오태석, 배우 조민기, 조재현, 영화감독 김기덕, 빙상코치 조재범, 그리고 유명정치인이자 대권주자였던 안희정까지 ‘위력“이라는 말을 빼고서는 설명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성폭력 사건들입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고, 일상의 전체에 무형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가해자들은 그 ‘위력’한 권력을 가지고 힘없는 자의 권리 위에서 잔인하게 그 힘을 발휘했던 것입니다.
어떤 성희롱·성폭력사건도 “힘”을 제거하고서는 사건의 맥락을 구성할 수 없습니다. 특히 고위직, 누구나 다 아는 사회적 위치, 심지어는 학연, 지연, 혈연, 성별, 국가, 나이, 직업 등 모든 것이 “힘”의 형태로 작동 가능합니다.
2018년 3월 5일 뉴스를 통한 차기대권주자이자, 전충남도지사 안희정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보도를 접하고서 느낀 무력감, 그것은 직장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사건을 지원하면서 느낀 힘없는 자의 막막함과 마주 닿아 있었고, 8월 14일의 서울서부지방법에서 “모두 무죄”라는 1심 판결이 열리던 날 맥없이 턱하고 주저앉아버린 황망함은 여러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느낀 울분과 무력감의 표현이었습니다.
2019년 2월1일 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서 피고인에게 3년 6개월 형이 선고되었을 때 그 때의 정의로운 느낌은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는 자긍심과 단 한 사람의 피해자도 그가 가진 천부적인 권리를 포기하거나 잃지 않도록 함께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하였습니다.
오늘 안희정의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기각”이라는 대법원의 상고심은 마땅히 성폭력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과 책임을 묻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가 해야 할 일임을 천명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요원 합니다. 여전히 사건의 발생 탓을 피해자에게로 돌리고,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의 정체성을 가질 것을 요구하고, 꽃뱀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고, 밖으로 말하지 말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해자 중심의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여론이나 불이익한 처우 및 신분 노출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폭력 사건에서 ‘그럴 만 했다’, ‘그럴 의도가 없었다,’ ‘도와주려고 그랬다.’ 라고 하는 가해자들에게 이제는 면죄부를 가질 시간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가진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연대하여 건강하고 안전한 조직 사회의 성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제 다시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으로서의 우리는
첫째. 피해자가 처하여있는 특별한 사정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고려하여 지원할 것을 다짐합니다.
둘째. 사회 구조 내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왜곡된 성인식, 성폭력 통념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셋째. 권력형 성폭력뿐만 아니라 모든 성폭력이 법에 의해 정당하게 심판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합니다.
넷째.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다짐합니다.
다섯째. 성폭력피해 후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힘 닿는데 까지 조력할 것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소속 성폭력상담소는 업무상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피해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모니터링을 할 것이며,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네번째 발언은 공대위 참여단체로 있는 서울여성노동자회 손영주 대표님의 발언입니다.
● 발언4.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을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로
손영주(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인정한 전 충남도지사 안희정 성폭력 사건 대법원 판결을 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환영합니다. 또한 이번 판결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일터 성희롱·성폭력을 끝장낼 수 있는 우리사회의 변곡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에 접수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은 지난해에만 819건에 달합니다. 특히 가해자의 78%가 사장과 상사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직장 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명확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임을 보여줍니다.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고충을 호소한 피해자 중 53%가 해고, 부당인사, 직무미배치, 집단적 따돌림 등의 불이익 조치를 경험했고, 32%는 지금 발생한 사건이라 ‘아직은 모름’이라고 답하고 있으나, 문제제기 후 불이익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실제 2차 피해 경험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듯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은 보호는커녕 회사로부터, 주변 동료들로부터 다양한 불리한 조치를 경험하고 결국 퇴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2016년 본회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추적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사건 발생 이후 해당 직장에 재직 중인 피해자는 28%에 불과했으며, 72%가 퇴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장난이였다고, 호의였다고 쉽게 말합니다. 그러나 본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심리정서 지원을 받았던 분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는 장난이라고 했다. 매일 최소 2번씩, 매월 최소 24일 출근하니까 근 4달 동안 그의 장난은 200번 가까이 지속되었다. 나는 매 순간마다 심장이 내려앉았다. 매 순간이 아니라 매일매일 집에 도착해도 잠을 못자고, 날이 서고 예민하고, 그가 출근하지 않은 날에도 뒤에 누가 오기만 하면 소름 돋게 무서웠다”
많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일상적으로 자신에게 업무지시를 내리고, 업무를 평가하며 심지어 해고까지 결정할 수 있는 업무상 위력을 가진 당사자임을 알기에 가해가 계속되어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습니다. 가해자들 또한 이것을 알기에 업무상 위력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은 여성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노동권·생존권을 위협함과 동시에 건강한 일상의 삶을 파괴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본회 조사에 의하면 피해자들의 대다수는 성희롱·성폭력으로 인해 분노, 두려움, 수면장애, 두통, 근로의욕저하, 대인기피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였습니다. 특히 100명중 13명은 사건 당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기억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시간이 흘렀음에도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이 결과는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이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한 인간의 인생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명백한 범죄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이 일은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와 지지일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도덕성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우리사회가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지 않기를, 그래서 더 이상 피눈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제2의 김지은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여성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든 일터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을 넘어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건강한 실천을 촉구합니다.
다섯번째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주제로 공대위 참여단체인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부소장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 발언5.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이 사건에 대한 형사고소 대응은 오늘로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얼마나 고된 시간이었는지는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형사대응을 해온 여성폭력 피해자와 조력자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이 마무리를 축하하고 기뻐합시다. 동시에 분노합니다. 왜 피해자가 되어야 했습니까? 왜 가해를 계속 했습니까? 봉쇄하려 했던 기억을 문서로 쓰고, 검찰에서 수차례 진술하고, 자료를 하나하나 다 찾아서 실수 없이 제출하고, 개인폰을 포렌식하고, 법정에서 취조에 가까운 증인심문을 하고, 마찬가지로 피고인의 위력 하에 있는 주변인에게 도움을 청하며 보낸 지난 1년 6개월의 극한 시간은 오롯이 가해자의 행위로 인해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징역형으로도 보상 못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여성폭력 피해자들은 보상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맞서 싸우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드디어 감옥으로 갔습니다. 이제 40시간 교육과 3년의 형기를 보내면 나옵니다. 그 사이에 피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자신의 이웃들과 자신의 공간에서 자기 일을 하며 지내는 일상이 시작됩니다. 3년 후가 어느 날 닥쳐 오더라도 다시 두려움과 위력에 휩싸이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이 펼쳐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형사적 대응이 마무리 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피해자 혼자의 의무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던져지는 숙제이자 미션입니다.
첫째. 검찰은 작년에 고발한 피해자에 대한 악성 거짓 모욕 댓글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고발했던 댓글 작성자에 대한 기소를 해야 합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최측근에 있었다가 악성 댓글 등을 달아 고발했던 2명에 대한 기소를 신속하게 하기 바랍니다.
둘째. 재판기록을 무단으로 유출하여 짜깁기 하고, 피해자가 제출한 포렌식 자료와 의료기록까지 공표했던 가해자의 가족은 이를 즉시 삭제하고, 사죄해야 합니다. 이를 제공하고 조언했던 피고인측 변호인들은 피고인 방어권을 넘어선 피해자 인식공격형 대응, 법치주의를 넘어선 편법 위법적 대응에 스스로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가지고 사죄해야 합니다. 해당 글들을 그대로 보도했던 언론사들도 기사를 즉시 내리기 바랍니다.
셋째. 성폭력 피해자의 얼굴이나 신상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성폭력 피해 보도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고 과열된 취재 경쟁으로 피해자의 업무시 얼굴을 다 띄웠던 언론사는 즉시 삭제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비서로서 가해자를 보좌했던 것은 업무였음에도, 이를 동그라미 치고 마치 함께 숙박업소에 들어가는 것 같은 표제와 함께 사진을 사용한 언론사들은 즉각 시정하기 바랍니다. 기자 단톡방에서 미투 사건이나 성폭력 사건 피해자 사진이나 자료를 돌려보며 음담패설을 서슴지 않았던 기자들은 사죄하기 바랍니다.
넷째. 피해자들이 평범한 사람으로서, 근무하던 한 사람의 노동자이자 직장인, 학생 등으로 살아왔던 일상에 돌아갈 수 있도록 이웃 시민들이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피해자가 어디에서 길을 걷든, 누구와 만나서 무엇을 먹든, 어디에서 걸으며 바람을 쐬든 취재하지 마시고, 사진찍지 마시고, 그런 모습을 볼 때 만류하고 함께 제지해주십시오. 일터에서, 주거지에서, 또 다른 장소에서 이웃으로 만났을 때 평범하게 따뜻한 마음으로 교류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 가는 것으로 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섯째. 성폭력을 다루고 있는 책, 자료, 캠페인, 법과 정책과 예산, 피해자지원 시민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주변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함께 쌓아올린 경험과 지식을 배우고 참여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단단히 지지하고 교류하고 연대할 수 있고, 그럴수록 가해자 중심사회가 들어설 여지는 좁아집니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이제 함께 시작합시다. 고맙습니다.
여섯번째 발언으로 피해자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남성아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대독했습니다.
발언6. 김지은 (대독:남성아_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세상에 안희정의 범죄사실을 알리고 554일이 지난 오늘, 법의 최종 판결을 받았습니다. 마땅한 결과를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아파하며 지냈는지 모릅니다. 진실이 권력과 거짓에 의해 묻혀 버리는 일이 또 다시 일어날까 너무나도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증거와 사실관계를 꼼꼼히 파악해주신 재판부의 공명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통해 진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감사드립니다.
고통스러운 순간순간마다 함께해주신 변호사님들, 활동가 선생님들, 그리고 여러 압력과 어려운 속에서도 진실을 증언해주신 증인들께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2차 가해로 거리에 나뒹구는 온갖 거짓들을 정리하고, 평범한 노동자의 삶으로 정말 돌아가고 싶습니다. 제발 이제는 거짓의 비난에서 저를 놓아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세상 곳곳에서 숨죽여 살고 있는 성폭력 피해자분들의 곁에 서겠습니다. 그분들의 용기에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날 발표된 기자회견문입니다.
[기자회견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 이제는 끝내자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의한 성폭력, 대법원 유죄 판례가 만들어갈 변화를 기대한다
드디어 유죄가 확정되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수행과 정무를 보좌했던 비서에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을 하였고, 그것은 범죄임을 법원이 확정했다. 사건은 첫 출근한 지 겨우 3주가 되었을 무렵 시작되었고, 초기 3개월에 대부분의 공소사실이 집중되어 있으며, 보직이 변경된 후에 피해가 다시 있자 피해자가 미투를 결심하여 세상에 드러났다. 피고인 안희정은 7년간 충남도지사였고, 수년간 차세대 리더로 꼽히며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2위를 한 유력한 대권주자였다. 미투가 일어난 직후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했으나, 며칠 만에 뒤집은 바 있다.
이 사건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폭력의 문제를 세상에 알렸다. 형법 제 303조는 1953년 형범 제정 당시부터 있어 왔음에도, 성폭력에 대한 가부장적 통념으로 인해 ‘폭행 협박’이 극심할 때만 강간으로 인정 해 온 법원의 오랜 판례태도는 사회문화적으로도 위력이라는 형태의 폭력을 외면하게 해왔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 사회는 위력을 말하기 시작했다.
위력은 업무상 생사여탈권을 가진 사람이 가해하는 힘이고,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한 채 일하게 하는 힘이며, 더 나아가 모든 빌미로 신고인을 타격하는 힘임을 이번 사건은 드러냈다. 뉴스 댓글, 법정, 피고인 가족 SNS에서는 피해자 음해성 악의적 거짓 주장들이 난무했다. 업무 당시에는 한번도 누구도 의심한 적 없는 피해자의 업무 언행이 신고 이후 갑자기 ‘불륜’의 증거라며 짜맞추기식으로 주장되었다. 피고인의 뜻에 따라 피해자의 의사가 제압되거나 왜곡되는 장면은 미투 후에도 실시간으로 펼쳐졌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이 지금 당장 끝나기를 바란다. 이 사건은 적대적 환경을 무릅쓰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용자를 상대로 법과 정의에 기대어 싸워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회에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과 추행죄의 법정형을 상향했다. 그러나 제대로 위력 성폭력을 방지하고 제재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해야 하고, 신고한 이후에 제대로 절차를 밟을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보장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이 구호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고와 노력을 다해주셨다. 응원하고 참여해주신 여성 시민들, 이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주신 다양한 그룹들, 논문과 의견서로 참여해주신 전문가들, 다양한 활동으로 싸움의 불판을 지켜온 단체/활동가들, 3번의 재판 동안 이 폭력의 구조와 문서로 싸워온 9명의 변호인단, 그리고 꿋꿋이 삶을 지켜온 피해자에게 본 공대위는 감사한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이제 이웃 시민들이 함께 실현해 갈 과제다.
2019년 9월 9일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같은 날, 광주에서는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고 의미를 짚는 기자회견이 미투광주전남시민행동 주최로 광주지바법원 앞에서 열렸습니다. 전국에서 연대해주신 수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대법원 선고일이 잡히기까지, 당일의 모습>
대법원 선고일은 매우 늦고도 빨리 잡혔습니다. 대법원 상고심은 9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던 2심 판결에 대해 안희정 피고인 측이 상고하여, 더불어 인정되지 않았던 1개의 강제추행 공소에 대해 검찰 측이 상고하여 이루어졌는데요, 그런데 도중 지난 4월 재판부가 한차례 바뀌었습니다. 재판부와 피고인 측의 '연고관계'가 확인된 것이지요. 피고인 측과의 '연고관계'로 인한 재판부 변경은 1심 때부터 수차례 있어오던 일입니다. 그 때마다 피해자는 새로운 재판부를 확인하고, 제대로된 심리와 판단을 해줄 것을 마음을 모아 기다리게 되는데요, 재판부에 피고인과의 인연이 그토록 많다는 것은 이미 사회적 자원과 위치의 차이를 실감하게 하고 그것이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를 불식시키기 어렵습니다.
그에 더불어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피고인 측이 헌법재판소 연구관, 판사 출신 등 전관 변호사를 17명까지 선임했고, 국내 유수 로펌들이 새로이 참여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피고인이 졸업한 대학교 학번들의 밴드 등에서 구명 서명운동이 회람되었고, 재판부에는 '가짜미투' 라고 이 사건을 명명하는 탄원서도 제출되는 등, 상고심에 걸맞는 법리 판단에 대한 논의 보다는 피고인 측의 사회적 인맥과 자원, 프레임을 동원한 내용이 확대되었습니다.
심각한 문제는 2심 유죄 선고 이후에 가해자 가족, 배우자로부터 발표되는 SNS 글들이었습니다. 1심 재판 때부터 재판에 제출되고 검토되던 5만 장 이상의 재판 기록이 피고인 배우자에게 어떻게 제공되었는지, 그 중 일부 메세지 등을 짜깁기하여 업무상에 있었던 대화를 피고인과 피해자가 나눈 대화인 것처럼 게시하여 그걸 기정사실화하는 언론 보도까지 이어져 정정하게 했을 정도였습니다. 심지어 피해자가 스스로 제출했던 의료기록까지 피고인 가족은 SNS에 업로드하여 자신들의 주장에 사용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의 신고로 페이스북과 일부 언론에서 해당 내용을 삭제하기는 했지만, 피고인이 가진 사회적 발언력으로 1, 2심에서의 재판과 상고심 재판에서의 성폭력피해자 보호는 커녕, 피고인 측의 의지로 여론전을 통해 피해자를 음해하고, 법적 과정을 모두 헤집고 뒤흔드는 초법적인 행위를 목격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상고심은 많은 기다림과 2차 피해를 동반한 채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여름 재판부 휴정 기간이 지나, 추석을 앞둔 9월 9일로 결정되었습니다. 일부 언론이 예상했던 9월 말보다 훨씬 앞당겨진 날짜였습니다.
방청연대 안내를 보고 당일 아침부터 대법원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며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되어 입장하였고, 1호 법정에는 양측 통행로까지 꽉 들어차 서기도 했습니다. 민사사건 80여건과 특수사건을 차례대로 선고하고 형사사건을 선고하였고, 숨죽인듯한 긴장가운데 열 번째 차례가 되어 "사건번호 OOOO, 피고인 OOO, 상고를 기각한다"는 주문과 이후 말들이 들리자, 공대위 활동가와 시민들은 짧게 환호를 하며 퇴정을 했습니다.
그동안 전문가 의견서로, 탄원서, 피해자 지지의 다양한 이벤트와 의견 표명, 서명운동, 심층 보도 분석 기사 등으로 함께 해주시면 여러분들께 감사합니다. 향후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이번 사건의 쟁점과 의미, 향후 사회적 의미 확산을 짚는 토론회를 11월에 개최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로 함께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