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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고발 1년,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딘 1년
  • 2021-07-08
  • 846


[성명]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고발 1년,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딘 1년



오늘은 서울시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접수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가해자의 책임 있는 인정과 사죄, 법의 정의로운 심판을 바라며 진실을 밝히고자 한 피해자의 용기는 피소 사실 유출 및 가해자 사망이라는 초유의 상황에도 지난 1년간 많은 것을 바꾸어놓았다.



가해자가 사망했으니 진실 규명도 필요 없다는 가해자 중심적 사고 


고소 접수 다음 날 전해진 가해자의 사망 소식은 사건의 방향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수사기관이 ‘공소권 없음’을 핑계로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끄는 동안 피해자와 변호인, 지원단체에 대한 공격은 나날이 심해졌다. ‘무혐의’처분을 ‘무죄’로, ‘무고’의 증거로 악용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본사건을 ‘수사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일로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목격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목소리에 힘입어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가 결정·실시되었고, 그 결과 사건의 실체적 진실 일부를 규명할 수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폭력 피해 사실의 인정은 물론, 작동하지 않는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제도, 인지되었지만 '관행'으로 지속·반복된 성차별적 괴롭힘,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라 여성에게 요구되는 직무 및 노동환경 등 성폭력을 묵인하고 방조하고 키우는 제도와 조직문화를 지적하고 관련 기관에 시정을 권고하였다.



가해자의 지위와 권력, 진영 논리로 성폭력 여부를 ‘판단’하려 한 부정의


잇달아 발생한 지자체장의 성범죄에 대한 반성이나 피해자 인권보장에 대한 고민은커녕 책임 회피와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여당의 사과를 끌어낸 점 또한 되새길만하다. 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절대 순탄하지 않았다. 사건 초기의 ‘피해호소인’ 논쟁, 당헌까지 무리하게 뜯어고치며 임했던 재보궐 선거 등을 통해 우리는 ‘젠더폭력근절’을 내세웠던 여당의 민낯을 목격했다. 자당 성폭력 사건에는 뒷짐 지고 있다가 여성의원들을 앞세워 호통치던 야당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진영 논리에 따라 성폭력 사건을 달리 이해하고 이용하려는 모습은 여·야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기에 더 분노스러웠고, 참담했다. 



피해자의 용기를 꺾으려는 극심한 2차 가해


가해자의 사망 후 우리는 또다시 성폭력 가해에 이용된 권력을 두둔하며 피해자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사회의 일면을 목격했다. ‘추모’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시도, ‘피해자’인지 ‘피해호소인’인지 논해보라던 언론사 신입사원 채용 논술 시험,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 및 유포 등 그악한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던 피해자의 편에 선 것은 다름 아닌 여성들이었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부터 쏟아졌던 피해자에 대한 연대의 메시지는 기자회견, 성명 및 논평 발표, 의견서 제출 및 1인시위, 연대행진, 천만 시민 퍼포먼스, 시민 공동성명, 현수막 액션, 성평등한 민주주의를 위한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의 활동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피해자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다. 중앙지방검찰청에 묶인 원 고소 사건의 수사는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고, 악의적으로 피해자의 신원을 공개한 자들에 대한 기소도 진척이 더디기만 하다.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하며 피해자의 안전을 위협한 자들에 대한 엄중한 조처는 즉각적으로 취해져야만 한다. 



우리는 함께 더 나아간다


피해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가해자의 성폭력을 묵인·방조한 사람들이 여전히 공직사회와 정치권에서 건재함을 과시해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성평등 의제가 사라진 선거를 목격하였을 때도 피해자는 여성과 약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1년 전 피해자가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권력형 성범죄에 맞선 것처럼, 오늘 우리는 새로운 1년을 시작하며 또 한 걸음 나아가고자 한다. 이 걸음에 정부가, 국회가,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정치권이, 언론·기업·학교가, 그리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는 모두가 함께하기 바란다.


“이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저벅저벅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 2021.3.17. “멈춰서 성찰하고, 성평등한 내일로 한걸음”에서의 피해자 발언



2021. 7. 8.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289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