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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단호한시선] 왜 피해자가 죽음으로 성폭력을 주장해야 하는가? - 준강간 사건 무혐의 불송치 후 피해자 사망에 부쳐
  • 202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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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한시선] 왜 피해자가 죽음으로 성폭력을 주장해야 하는가? - 준강간 사건 무혐의 불송치 후 피해자 사망에 부쳐 


지난 2월 21일, 성폭력 피해자가 목숨을 잃었다. 피해자는 작년 12월 28일, 자신이 일하던 직장의 사장에게 준강간 피해를 입고 즉시 경찰서를 찾아 가해자를 고소했다. 고소 당시 해바라기센터에서 측정한 피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그가 만취 상태임을 명백히 입증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범행 전후 CCTV에 ‘피해자가 웃고 대화하고 보행하는 모습이 확인’된다는 점, 그리고 가해자가 ‘합의한 관계였다’고 진술했다는 점을 근거로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가 아니었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는 “더 이상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유서와, 이의신청서를 남기고 투신 자살했다. 


전형적인 가해고, 전형적인 면죄다. 준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건 정황을 기억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면 심신상실과 항거불능이 아니었다고 하고, 반대로 기억하지 못하면 진술이 부족하다며 범죄 성립을 부정한다. 범죄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며, 가해자의 책임은 묻지 않는 판단을 지속해서 내리는 수사기관의 전형성이다. 


전날부터 시작된 회식이 다음날 아침까지 이어진 상황에서, 피해자의 평소 음주량에 비추어보아 항거불능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무슨 기준으로 항거불능을 정의하고 있는가? 만취 상태에서 웃고 걸었다는 이유로, 합의한 관계라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수사인가? 20세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은 성행위를 인지한 즉시 경찰에 가서 고소한 사건에서, 40대 사장이 말한 ‘합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 외에, ‘동의’를 입증할 근거가 단 하나라도 있었는가. 


권력 관계를 이용한 가해, 피해자의 심리적·신체적 취약 상태를 이용한 가해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는 수사와 판결이 반복되고 있다.  심신상실, 항거불능은 끝없이 요구하면서 피해자의 ‘동의’의사는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은 경찰의 소극적이고 편향된 판단에 분노한다. ‘폭행’, ‘협박’, ‘심신상실’, ‘항거불능’ 현행 강간죄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에 갇혀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도, 판단하지도, 처벌하지도 못하는 현실을 개탄한다. 국회와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동의 여부를 둘러싼 맥락과 조건, 과정을 살필 수 있도록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라. 수사재판기관은 법의 요건 뒤에 숨어 피해자를 의심하고 배제하는 관행을 중단하라. 더 이상 피해자가 죽음으로 피해를 증명하지 않도록 하라. 


경찰은 피의자의 합의 주장만으로 불송치 결정하는 성폭력 수사를 당장 멈춰라! 

경찰은 고용관계와 위력을 고려하지 않는 성폭력 불송치 결정 그만하라! 

경찰은 음주 상태 피해자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준강간 수사하라!

국회와 정부는 피해자에게 책임전가하는 현행 강간죄·준강간죄 구성요건 폐기하고, 동의 부재로 강간죄 개정하라!


2026년 4월 10일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