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2026년 4월 10일 오늘 오전,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공동대책위원회는 가해자의 첫 공판 기일에 방청연대를 진행했습니다. 가해자의 변호사는 피해자들의 진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여러 차례 발언했습니다.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직원들에게 알렸다고 한다면, 면담 내용은 모두 일지로 기록하게 되어있는데 왜 기록이 없냐"라는 식의 말을 덧붙이면서요. 또한 '특정 장애인 단체'에서 압박을 가하여 언론 보도가 대대적으로 되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첫 기일인 만큼, 피고인 변호사, 검찰, 피해자 변호사의 간단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고, 추후 재판 일정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안내가 있었습니다.

* 가해자 공판 이후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의 사진입니다.
공판이 끝난 뒤엔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한국성폭력상담소도 발언으로 연대했습니다. 아래는 발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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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리라고 합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와 상담하다 보면, 성폭력이라는 것이 단순히 “한 개인에게 어쩌다 벌어진 운 나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깊이 알게 됩니다. 친족 성폭력이든, 직장내 성폭력이든, 혹은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난 성폭력이든, 발생하는 구조는 모두 같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점하고 있는 우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겁박하고, 위협하고, 어떤 경우에는 애정과 돌봄을 빌미로 회유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운”의 문제가 아닙니다. 얼마나 그 관계가 폐쇄적이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 관계에 힘의 불균형이 있었는지 하는 문제입니다.
색동원에서 벌어진 일도 다른 성폭력 사건들과 다르지 않습니다. 폐쇄적인 공간, 그리고 그 공간 내에서 가장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시설장”이라는 자의 위치, 또한 거기에 더해서 장애인이 다른 시민들과 교류할 수 없게 만드는 “시설” 문제가 모두 얽혀있습니다. 다수의 피해자가 원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 무연고자입니다. 또한 다수의 피해자가 이미 다른 시설에서 폭력을 경험하고 색동원으로 전원되었던 이들입니다. 시설장은 이들이 이런 취약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잘 알았고, 또한 자신의 힘을 아주 잘 알았습니다. 돌봄을 빌미로 자신을 의지하게 하였으며, 폐쇄된 공간 안에서 가지는 “시설장”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 색동원 거주인들의 신체를 함부로 침범해왔습니다. 이 구조와 현실 속에서 피해자들은 더욱이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누구에게도 전달하기 어려웠습니다.
지금까지 강화군과 인천시, 복지부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사건을 쉬쉬하는 데에만 급급해 왔습니다. 사실 다수의 피해자가 한 시설에서 발생했다는 것, 그 자체로 이미 엄청난 행정적 실패입니다. 그런데 발생한 이후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이 한 대처는, 더욱 기가 막힙니다. 피해자들을 가해자와 즉각 분리 조치하지 않았으며, 시설장에 대한 직위해제와 시설 폐쇄 결정도 형사 사법 절차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피해자들을 연계해 전원할 다른 “시설”을 찾아야 한다며 미루고 미루다 뒤늦게야 이루어졌습니다. 지자체는 자신들의 행정적 실패와 차별적 시선을 겸허히 인정하여 받아들이고, 당사자들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게 뻔한 다른 “시설”을 찾아 이들을 전원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 지역사회가 장애인과 더불어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오늘은 첫 공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지자체와 관할부처에서 다 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 뒤늦게라도 마땅한 사법적 결과로 책임져야 합니다. 자신은 거주하던 이들을 보호하던 사람일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시설장의 주장을 인용해서는 안 됩니다. 재판부는 정말 어렵게 자신의 피해에 대해 증언한 피해 생존자들의 말을 더욱 귀 기울여 들어야 합니다.
성폭력 경험을 세상에 알리고 말하는 것은, 큰 용기와 깊은 힘이 필요한 일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폭력 경험을 더욱 많이, 더욱 자주, 더욱 크게 발화하여 내놓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성폭력이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세상에 알리고 발화한 색동원의 피해 생존 당사자 여러분들의 용기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재판부는 우리 연대하는 자들과 마찬가지로 이 생존자들의 용기를 기억하고, 가해자에 대한 마땅한 처벌로 이들의 용기에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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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폭력상담소도 재판 과정을 지켜보며 가해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연대로 함께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