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 2011-12-14
- 3350
[성 명 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 명 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 노동자의
원직복직을 환영한다
모두가 고대하던 그 날이 왔다. 오늘 이루어진 현대글로비스와 형진기업과 금속노조의 협상 결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의 2012년 2월 1일자 원직 복직과 가해자 해고가 결정되었다. 2010년 시작된 성희롱 피해 당사자의 노숙 농성은 현대차 아산공장 앞의 차디찬 추위와 맞서며 2011년을 맞았고 196일간의 상경 농성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피해 당사자와 그의 대리인은, 가해자와 가해자 가족들 및 원청업체와 정부기관으로부터 2차 피해를 겪으며 지난한 싸움을 이어가야 했다. 성희롱 피해 여성이 피해 구제를 받고 가해자가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피해자가 ‘부당해고’되었던 이 안타까운 사건은 한국사회 여성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성폭력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으로써 반성폭력 운동사에도 길이 남을 것이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업체에서 14년 동안 일 해온 한 여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지속적으로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참다못한 당사자가 성희롱 사실을 회사 동료와 사측에게 알렸지만, 도리어 ‘사내의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다. 홀로 사측과 싸우던 피해 당사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진정서를 제출했지만, 회사는 인권위 진정을 이유로 성희롱 피해 당사자를 ‘해고’하였다. 사내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회사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를 해고함으로써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이다.
2011년 1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성희롱이 맞다는 결정과 함께 가해자 2인과 고용주에게 손해배상을 권고하였지만, 사측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직장을 폐쇄하였기에, 이 여성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곳은 더 이상 없었다. 사측은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여 가해자를 고용 승계하였으며, 성희롱은 자신들과는 무관한 일이라 주장하였다. 그동안 사내에는 피해 여성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들까지 퍼져 성희롱 사건 자체는 없었던 일로 무마되려는 듯 보였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25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직장내 성희롱 피해로 인한 혼합형 우울장애와 적응장애가 산업재해로 승인되었다. 11월 30일에는 그의 복직을 염원하는 전 세계 공동행동이 북미 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본 사건 당사자의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는 이제 더 이상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 싸움을 지지하며 여성 노동자들이 성폭력을 경험하고도 생존권을 잃지 않기 위해 얼마나 힘겹게 투쟁하며 살아가는지 뼈저리게 목격하였다. 어떤 상식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이러한 사건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직장내 성희롱이 모두 사라지는 날까지, 정부는 성희롱 예방교육이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은 평등한 조직문화를 가질 수 있도록 피땀 어린 노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오늘은 성희롱 피해 여성의 외로운 싸움이 고통 끝에 결실을 맺은 날이다. 그를 지지하며 응원하던 시민들의 마음이 빛을 발한 날이다. 당연한 투쟁이었고 당연한 결과를 맞이하였다. 이제 당사자는 또 다른 싸움을 이어갈 것이다. 아직 가해자의 지인들이 남아있는 일터에서 또 다른 심적 고통에 맞서며 힘겨워 할지 모른다. 그가 직장내 성폭력 피해 여성노동자로서 끝까지 투쟁한 상징적인 인물이 아닌 한 명의 여성 노동자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복직하는 그 순간부터 모두 함께 응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복직 후 새롭게 펼쳐질 그의 삶을 지지하며 이 투쟁의 기록이 진정한 희망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011. 12. 14.
(사) 한 국 성 폭 력 상 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