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성폭력사건’ 피해 당사자는 2012년 3월 16일, 명예훼손 방조 혐의로 가해자 변호인 A씨를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본 사건 피해 당사자의 용기 있는 이번 고소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앞으로 그의 고소 과정을 지원할 것이다. 또한 성폭력 피해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가해자 측 소송대리인들의 2차 가해와 불합리한 인권 침해 행위에도 계속 대응해 나갈 것이다.

1. 한국성폭력상담소가 20년간 만나온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와 소송대리인들은 법정에서 ‘피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유발했다’ ‘피해자는 문란한 사람’이라는 허위사실 혹은 명예훼손의 언어들을 가해자의 혐의 없음의 근거로 주장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처럼 가해자 측 소송대리인들은 피고인의 승소를 이끌어내기 위해 피해 당사자의 성적 행위에 관련된 진술 등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언어들을 사용하고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허위 사실을 공표하며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성폭력 수사재판과정에서 가해자 측이 ‘피해자의 성경험 등 성력’이나 ‘평소 행실’ 등을 거론하며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무너뜨리려 하고, 가해자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성폭력 발생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고 여기는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순결하지 않은 여성은 성폭력 피해를 입어도 마땅하다’라는 한국사회의 성차별적 성윤리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 성폭력 피해 당사자 인권을 위한 각종 보호제도를 두고 있다. 미국의 ‘품행증거의 사용제한, 피해자의 개인정보 봉인' 제도나, 프랑스의 ‘피해자 성적 이력 등 신문 금지’ 등이 그 예이다(한국형사법학회 2011년 연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체계와 성폭력 피해자 구분에 따른 보호방안에 관한 연구] 참고).

3. 2011년 5월 11일에 발생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성폭력 사건’은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서울소재 상위권 의과대학 학생들에 의하여 발생한 성폭력 사건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1심에 이어 지난 2월 3일 항소심 판결에서 가해자 3인 모두에게 성폭력 혐의가 인정되어 실형이 선고되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4. 본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불거진 성폭력 가해자들의 2차 가해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형사고소 이후 겪는 고통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특히 가해자 측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학교 동기 및 선후배들을 대상으로 배포한 피해자에 대한 사실확인서는 본 사건 피해 당사자의 실명이 학내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어 피해 당사자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이 사실확인서는 구속된 가해자의 석방을 위하여 작성되었으며 ‘피해자가 평소 학내에서 학우관계가 원만치 않고 평판이 안 좋은 사람이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허위의 사실확인서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내의 학생 다수에게 배포되면서 피해 당사자의 인권은 심각하게 침해받았고 해당 대학 내에 남아 있는 소문으로 인해 피해자는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2차 가해를 겪으면서 피해 당사자와 그의 가족은 언론에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며 공포감과 억울함을 호소한 바도 있다.

5. 이에 본 사건의 피해 당사자는 가해자 중 1인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였으며 현재 기소되어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 문제가 된 사실확인서에 관여한 변호인 A씨를 대상으로 명예훼손 방조 혐의로 형사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6. 이번 소송은 성폭력피해생존자를 대상으로 자행돼 왔던 가해자 측의 반인권적인 2차 가해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수개월에 걸친 지난한 소송과정에 지쳐있음에도 자신의 성폭력 경험을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맞서 싸우려는 피해 당사자의 용기 있는 결정에 지지의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의 과정에 연대해 나갈 것이다.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의 인권회복을 위하여 법 체제 정비에 노력해온

수사재판기관의 노력들이 뜻 깊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본 소송에 대한 공정한 결과를 기대한다.

2012. 03. 16.

(사)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