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공론화가 진행 중인 개별사례의 구체적인 쟁점을 알리고 정의로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또 다시 가정폭력 피해 신고 묵살한 국가와 경찰 규탄한다
[가정폭력 무대응 경찰 규탄 및 가정폭력 척결 촉구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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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가정폭력 피해 신고 묵살한 국가와 경찰 규탄한다 | |
지난 17일, 구조를 요청하는 여성폭력 피해자의 절규를 경찰이 무시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수원의 한 여성이 동거남에게 심한 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112에 신고했으나 경찰이 출동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유가 황당하다. 경찰이 신고사실 확인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은 남성이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신고자는 여성이었고,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남성이었다. 경찰의 112 신고 대응 매뉴얼은 도대체 어떻게 되어 있는가? 도대체 무엇을 확인하고, 어떻게 범죄에 대응하는가? 대한민국 경찰은 가해자에게 신고 사실을 묻고 출동여부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가?
어이없게도 피해자는 경찰에 의해 신고사실이 발각되어, 수일간 감금당한 채 더욱 심한 보복 폭행을 당하고 말았다. 갈비뼈가 두 대와 허리뼈가 부러졌다. 피해자가 어머니의 도움으로 구조되지 못했다면, 우리는 또 어떤 죽음을 목도해야 했을지 모른다. | |
일벌백계 다짐은 어디로 갔는가? 여성폭력 근절 대책 즉각 마련하고 실천하라! | |
이번 사건은 지난 4월 ‘오원춘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에서 불과 700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다. 오원춘 사건 당시 경찰은 112로 구조를 요청하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부부싸움인 것 같다’고 하며 먼저 구조요청 전화를 끊은 바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한 여성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부부싸움’이면 안일하게 대처해도 되는가, ‘부부싸움’이면 죽어도 되는가.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며 요란했던 2개월이 지났다. 오원춘 살인사건 관련 경찰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고, 112 신고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했고, 당시 경찰청장은 “경찰의 무성의함이 이런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사퇴했다. 그러나 불과 두 달 만에 같은 지역에서 가정폭력 신고에 출동조차 하지 않아 피해자가 감금·폭행당하는 기막힌 사건이 발생했다. 일벌백계하겠다던 경찰의 요란한 외침은 결국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쇼’였단 말인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은 책임지고 수사에 집중하기는커녕, 병원에 입원해 있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을 끊임없이 찾아가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해달라고 하는 등 본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 |
국민의 생명권 보장하지 못한 국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책임져라! | |
언론에 보도된 건 수 만을 집계할 때, 지난 3년간 최소 209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남성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 통계조차 한국여성의전화가 집계한 통계일 뿐, 대한민국 정부는 여성 폭력에 의해 발생하는 살인범죄통계를 아직까지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여성이 목숨을 잃어야 여성폭력 근절의 절박함을 국가가 알게 될 것인가. 대체 언제가 되어야 전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인가.
국가는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고 보장해야할 책임이 있다. 국민의 생명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 의해서든 결코 위협받거나 빼앗겨서는 안 된다. 그 국민이 여성이라고 해서, 가해행위를 한 자가 그 여성의 남편이라고 해서, 동거남이라고 해서, 묵살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이번 사건은 명백한 경찰의 직무유기다. 우리는 여성의 생명을 담보로 한 국가와 경찰의 말 뿐인 약속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을 것이며, 책무를 저버린 국가에 대한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비통한 심정으로 요구한다. 국가는 본 사건에 대해 그 무엇보다 먼저 국민 앞에 사죄하라. 112로 신고하면, 국가가 피해자를 보호하고 범죄자를 처벌할 거라 믿고 있는 선량한 국민 앞에 사죄하라. 112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 앞에 사죄하라. 국가와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신고를 포기해야 했던, 결국 지금도 폭력에 신음하고 있는 여성들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라.
그리고 국가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책임을 다하라. | |
<우리의 요구>
1. 경찰은 가정폭력 신고 시 즉각 출동하라!
2.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체포우선주의 도입하라!
3. 가정폭력 가해자를 구속수사하라!
4. 살인을 부르는 가정폭력, 5대 폭력에 포함시켜 적극 대응하라!
5. 미온적인 경찰의 가정폭력 현장 대응 매뉴얼, 전면 개편하라!
6. 성폭력, 학교폭력 등 모든 폭력의 뿌리, 가정폭력 근절 대책 마련하라!
7.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상담조건부기소유예 폐지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라!
8. 가정폭력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도록 가정폭력 관련법 전면 개정하라! | |
2012년 6월 25일 여성폭력 피해자 추모 및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행동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전국 62개 쉼터),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전국 25개 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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