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여성단체 시국선언]
민주주의, 평등, 정의가 실현되는 국민의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 철저한 진상규명, 최순실과 관련자 전원 구속, 박근혜 정권 퇴진 -
우리는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파괴하여 국민주권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와 참담함을 느끼며 국가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사인(私人)인 최순실을 청와대에 자유롭게 출입하게 하고, 대통령의 중요한 일정과 국방, 외교, 문화체육 등 국정 운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시켰습니다. 그리고 최순실은 사인(私人)의 사업을 위해 청와대 실세들과 정부조직을 움직여 온갖 이권을 챙기고 비리를 저질렀습니다.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는 변함없는 민심입니다.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사상 초유의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농단 사건에도 반성하지 않고,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국민의 심판을 받아 자격을 잃은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 국민안전처장관,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 인사를 기습적으로 발표하는 등 국정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는 엄중한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우병우 민정수석 후임으로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임명했습니다. 최재경은 세월호 관련 수사를 담당하다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검찰을 떠난 인물입니다. 고위직 검찰출신을 민정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검찰수사를 좌지우지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보이 지 않습니다.
검찰 역시 국민적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최순실을 긴급체포하지 않아 증거인멸의 시간을 주었고, 청와대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만 전달받는 ‘보여주기식 수사’에 그쳤습니다.
새누리당은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다고 발뺌하고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해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배출하고, 국정 전반에 관여한 집권여당으로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책임과 반성 없이 대통령과의 선긋기에만 여념이 없습니다. 후안무치한 새누리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방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여성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민주주의와 젠더평등 후퇴에 대한 많은 우려와 비판을 해왔습니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양극화 심화로 빈부격차가 확대되어 여성들의 삶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노동현장의 성차별과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또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해소하겠다며 여성들을 저임금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인 시간선택제 일자리로 몰아갔고, 성별분업은 강화되었습니다. 4대악 근절의 구호를 내세웠지만 오히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혐오는 늘어났습니다. 특히 기만적인 일본군‘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해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워온 세계 시민들을 분노케 하였고, 역사는 퇴보되었습니다.
3년 전 우리 여성단체들은 바로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정부의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 배제와 불통의 정치, 민주주의 후퇴, 민생파탄에 대한 책임과 반성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3년 전보다 더 심각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사상 초유의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농단 사건으로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인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영문도 모르는 상처를 입어야 했고 분노해야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으로 국민의 의사에 따라 선출된 권력에 의해 민주적, 공개적으로 운영되며, 국가는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여야 합니다. 헌법은 국가기관 중 유일하게 대통령에게만 국민 앞에 헌법을 준수할 것 등을 선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 니다. 이는 대통령이 재임 중 헌법질서를 파괴하면 주권자인 국민이 저항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독립 특검을 통한 철저한 진상규명, 최순실을 비롯한 관련자 전원 구속, 박근혜 정권은 퇴진해야 합니다.
우리 여성단체들은 제2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생되지 않도록, 차별 받지 않고,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룰을 지키는 사람이 더 행복한 사회, 민주주의와 평등, 정의가 실현되는 나라를 위해 행동하겠습니다.
2016년 11월 3일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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