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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시국토론회> 세대와 젠더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주권자 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 20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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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9일, 정치권과 사회에 만연한 반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위해 할 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김현미 교수님의 사회로 문을 연 1부에서는 라운드 테이블 발표가 진행되었고, 2부에서는 여성학회 이현재 부회장님의 사회 하에 사전 신청자 여러분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졌습니다.



1부를 시작하면서 사회자 김현미 교수님은 “유뷰트 생중계 댓글에 지금 진행하는 방식이 학술대회인지, 성토대회(?)인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있는데 ‘둘 다’입니다. 걱정하지 말고 함께해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오늘의 시국토론회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단호하고도, 명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라고 선언해주셨습니다!!  

 

첫 번째 발제는 이화여대 김은실 교수님의 <정치의 부재 : 제로썸 논리를 벗어나자!!>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열어주셨습니다. 2030여성 중심으로 일어났던 지난 5~6년간의 페미니즘 대중화는 한국사회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정치적 공간을 열었는데요. ‘사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것과 ‘공적인 것’으로 인정받는 것 사이를 연결시키는 확장적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여러 직접행동주의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현재 여성들이 열어온 정치적 공간이 ‘공정하지 못하다’ 혹은 ‘역차별이다’ 이렇게 사유하게끔 만들어내는 정치적 퇴행을 우리 모두 목격하고 있습니다. 페미니즘 학자로서 이에 분노하고, 다른 말하기를 이어가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두 번째 발제는 우롱센텐스 오빛나리작가님의 <나 안 뽑으면 얘 된다? - 협박 정치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하고 반성폭력 운동을 이어오며 또 문학창작활동을 하며 느끼는 고민들을 나눠주셨습니다. “요즘엔 너나할 것 없이 모두 페미니즘에 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막상 잘 들어보면, 페미니즘 얘기가 아닙니다. 액체괴물처럼 필요와 상황에 따라서 만지작거리는 사람에 따라서 형태가 무한하게 달라집니다. 작가로서 한 단어가 다양하게 해석되고 개인에게 풍부한 경험을 주어 성찰과 통찰을 갖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활동가로서 몇 년 동안 모두가 이 단어에 크게 노출되어 있어 피로도를 느끼는 것에 비해 단순한 단어 이상으로 개념과 가치에 일정한 사회적 합의에 다다르지 못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이없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디스토피아적 상황’에 느끼는 막막함을 함께 바꾸어 나가자는, 멋진 구호로 마무리해주셨습니다. “페미니스트 주권자 여러분, 하던 대로 합시다. 우리의 가치에 투표합시다”

 

세 번째 발제는 동아대 젠더어펙트 연구소 권명아 교수님이 <이대남에서 정권 교체 담론까지, ‘민심’의 되먹힘과 정동정치>라는 제목으로, 거대양당에서 어떻게 ‘젠더 갈등’프레임을 정당 정치 조직의 지지율 관리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지를 포함하여 현재의 담론정치를 폭넓게 논의해주셨습니다. “페미니즘 백래시는 고용구조 개혁(경제민주화)에 대한 백래시, 탈냉전에 대한 백래시와 중층적으로 결합되어왔다. 또 페미니즘, 고용구조 개혁, 탈냉전 개혁에 대한 중층화된 백래시가 매번 얼굴을 바꾼다.”면서 반공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발, 반페미니즘이 한국우파의 이념 안에서 어떻게 밀착되어 있는지 짚어주셨습니다. 한편, 이른바 진보진영에서는 탈냉전, 경제민주화, 불평등 해소와 같은 가치지향적 담론이 사라지면서 대신 ‘이해관계 집단의 갈등’이라는 패러다임이 들어섰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대남 담론은 자신들의 “탈정치화를 ‘여론’으로 합리화하고 문제를 이대남으로 돌리는 효과를 발휘”했는데요. “이십대 여성과 페미니스트는 ‘극단화된 존재’로 이대남은 반페미니스트로 표적화되었고, 기득권 집단이 되어버린 오래된 진보 집단은 이런 문제 집단을 다스리는 주체로 재설정되었”습니다. 

 

저는 권명아 선생님의 발제를 들으면서 “차별선동의 역사를 참조해보면 차별선동은 표적 집단이 된 사람들의 삶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았어요. 2부에 이어진 필리버스터에서도, 1부 발제를 들으며 제가 느낀 전반적인 인상도 ‘위기감’이었는데요. 이대남 담론이 담고 있는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정서가 대선 이후에도 어떻게 이어질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국토론회>같이 함께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어진 발제는 미투운동 후 치러지는 첫 대선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성평등에 대한 제도 정치내의 진지한 성찰을 찾아볼 수 없는 지금의 현실에 대한 미투운동 당사자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말하기였습니다. 김지은(미투운동 당사자)님은 <잊혀진 피해자의 시간들- 안희정사건 대법원 유죄 선고 이후>라는 제목으로 치열하게 투쟁했던 기록들을 공유해주셨습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4년여의 기간동안 형사재판/민사소송/2차 가해에 대한 대응/산재/인권침해와 권리침해에 대한 대응/언론대응/연대활동으로 “하루도 멈추지 않았고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노력”했던 시간들을 나눠주셨습니다. “위력 성폭력은 개인 간의 일대일 싸움이 아니라 권력구조의 불평등에 맞서는 사회적 싸움이다. 그 싸움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용기와 연대’라는 구조로 대응해야 한다.”며 성폭력사건의 조력자의 중요성과, 피해자의 온전한 일상 회복을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소장님은 <2018 미투운동, 4년 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가해자 출소를 마주하는 ‘우리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미투운동을 지원하는 반성폭력 단체로서 이 ‘시간’을 어떻게 같이 고민해야할지 의견을 나눠주셨습니다. “현재 소위 ‘이대남’담론은 남성들이 역차별 당한다는 오래된 담론이기도 하지만 여성들을 총체화하여 비난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을 전가한다는 의미에서 전통적인 역차별론과는 다르게 지난 미투운동이 방치해온 피해자 비난 기제를 여성 전반으로 확대한 측면이 존재한다”고 짚었습니다. 미투운동에서 “위계적 권력구조의 문제를 탈각시키고, 문화적으로 형성되어있는 피해자 비난 담론을 끌어와 가해자-피해자의 개인문제로 재탄생시키는”것이 행해지면서 <피해자를 향한 검증>을 많은 이들이 퍼나르고 이를 알 권리와 시민들의 합리적 질문으로 정당화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개인에서 공동체로, 형사처벌에서 사회적 대응 시스템의 문제로 문제틀을 이동시키면서 성폭력을 ‘사회적 재해’로서 응답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2017년 민주당 경선당시 충남도청에서 근무하였고, 2018년 3월 5일 미투 이후에는 생존자인 김지은씨 곁에서 함께 치열하게 싸웠던 정연실님은 <우리는 살아남아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전문을 인용하고 싶은 뜨거운 이야기를 전해주셨어요. 지면상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송구스럽게도 우리의 생존과 발언은 당장의 문제해결과 통쾌함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함입니다. 비록 너무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부디 함께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는 살아남아야 합니다”라는 말은 토론회장에 모인 많은 이들에게 가닿는 묵직한 이야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후에도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의 진냥 활동가,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님, 여성현실연구소의 권김현영 연구자님이 어떻게 반페미니즘 선동을 넘어 페미니즘 정치, 여성 ‘있는’ 민주주의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논의해주셨습니다.


저는 개인 일정때문에 1부 끄트머리에 현장 스탭으로 합류하여, 2부 필리버스터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는데요.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 서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라본 발언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초보 활동가로서 여러 시각을 접하고 이해의 범위를 넓히게 된 시간이었답니다.

 

 자신이 평범한 페미니스트 시민이라고 입을 연 구지혜님은, 첫 번째 발언을 통해 혐오와 타자화의 폭력을 강화하고 재생산하는 정치권에 변화를 촉구하였습니다. 그는, “내가 보는 세상과 현실이 전부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나의 세상에선 쉽고 당연한 결정들이 누군가에겐 치열하게 싸우고 쟁취해야 하는 결정들일 수 있습니다. …(중략)... 저는 그저 제 친구들, 동료 시민들 모두가 행복하고 자신의 삶을 뜻대로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왜 누군가의 목소리는 억압되어야 하고 왜 어떤 이의 현실은 마치 지어낸 세계의 일처럼 대해져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구성원 개개인의 개별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시선의 필요성을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의 생각도 지혜님과 다를바 없겠지요. 용기를 내주신 지혜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발언자께서는 여성 인권을 위해 끝까지 맞서 싸우겠다는 결의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게임사에 소비자의 권리를 피력한 발언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백래시를 겪었지만, 같은 문제제기를 통해 지지를 얻고 정치권에 입성한 남성 유저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는 여성을 지우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치를, 여성 혐오를 양분으로 이득을 취하는 사회를 규탄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는 여성이 정치의 인질이 되는 사회에 맞서 오랜시간 어렵게 쟁취해낸 여성인권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결연에 찬 목소리로 자신의 다짐을 얘기하는 발언자를 통해 저 역시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 디지털 성폭력 현장 활동가의 세 번째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현장 한복판에서 우리 사회가 디지털 성범죄를 어떻게 다루는지 목도하며 느끼고 생각한 것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관련 법령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사회적, 정책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성숙하지 않은 태도로 바라보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 디지털 성범죄를 페미니스트의 과잉해석으로 치부하면서도,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고 엄벌주의를 강조하는 사회의 이중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대선정국에서도 이러한 분노를 이용하여 국민 감정을 아우르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치권에, ‘현 사회에 성폭력이 만연하는 원인을 진단하고, 성폭력을 충격적 사건으로만 소비하게 만드는 현재의 방식을 비판해야 한다’고 말하며 발언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네 번째 발언은, 이번 토론회의 공동 주최기관 중 하나인 한국여성학회의 씽두님이 이어가 주셨습니다. 재미있는 서술로 묵직한 내용을 풀어가는 씽두님의 발언은 온오프라인 참가자의 웃음과 공감을 끌어냈습니다. 여러모로 살아남기 힘든 현 시국을 유쾌하게 꼬집으면서도, 페미니스트 이전에 사람으로서 지친 마음과 답답함을 털어놓으셨는데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시 만나 함께 목소리를 낼 생각에 솟아나는 설렘과 기대감을 숨기지 못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토론회에서 스탭으로 분주히 뛰어다니던 씽두님이 유독 기억에 남은 이유겠지요. 그가 발언의 말미에 남긴 인사에 글로나마 답해봅니다.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다섯 번째로 청소년 페미니스트이자 학교 안 청소년인 박수민님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학교에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제목으로 발언을 시작한 그는, 십대 페미니스트가 학교 안에서 겪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청소년의 목소리를 위한 창구가 없는 한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을 향한 폭력을 묵시하는 학교에서, 10대 페미니스트는 언제 공격받을지 몰라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청소년들이 혐오와 백래시가 넘실대는 남초 커뮤니티를 통해, ‘페미’는 마음껏 욕하고 괴롭혀도 된다는 폭력성을 학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는 페미니즘이 필요합니다. …(중략)...학교는 학생들이 마땅히 가지는 인권을 교육해야 하고, 학생들이 차별을 자행하지 않게 해야 하고, 학교가 혐오 재생산의 장이 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학교는 학생을 지워서는 안됩니다.” 침착한 목소리로 소신을 밝혀주신 발언자를 보며, 저는 잠시 제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았습니다.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것 같은 학교와, 성관념에 도취된 같은 학생들과, 그 안에서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은 어린 저를 보았습니다. 조금 씁쓸하면서도 벅차는 마음으로, 멋진 이야기를 들려 준 수민님을 향해 힘차게 박수를 보냈답니다.

 

  여러분은 지금까지의 발언에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정말정말 멋지지 않나요? 발언자 분들의 단단한 목소리로 이 멋진 이야기들을 듣고 싶으시다면, 한국성폭력상담소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실 수 있답니다! 여러분도 현장의 분위기와 함께 발언을 들어보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여섯 번째 발언자 퀴어 페미니스트 남고생 김찬서님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남자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으로서, 직접 목격하고 관찰한 남성 학생들의 여성 대상화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타자화가 이뤄진다고 나누었는데요, 그 첫 번째는 ‘성적 트로피로서의 여성’입니다. 남성이 여성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행해지는 탐구는 문제입니다. 그는 이에 맞서기 위해 성문화의 변화, 포괄적 성교육, 성별 이분법 해체 등 여러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두 번째 방식은 ‘대학 입시 경쟁자로서의 여성’으로, 사회권력이 젠더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는 개념이 부재한 공정주의적 관점을 꼬집었습니다. 페미니스트가 남성 청소년과 남성 청년에게는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반칙자’ 로 보인다는 것이죠. 그는 결국 공정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안티페미니즘을 본질로 삼고 있다고 얘기하며, 우리 사회가 이득을 재고 따지는 이해갈등에서 벗어나 ‘이 사람이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이 사람은 어떤 것을 얻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저는 제가 알기 어렵거나 미처 생각지 못했던 관점으로 바라본 찬서님의 시선이 매우 흥미로워서, 매 문장마다 배우는 느낌으로 경청하게 되더라구요. 여러 사람의 여러 발언 속에는 언제나 배울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현희진님이 일곱 번째 발언자로 참여해주셨어요. ‘느끼는 모두에게 자유를’이라는 문장 아래 비거니즘과 페미니즘 도서를 펴내고 계시는 희진님은, 현대 사회가 비인간동물 억압하는 방식과 여성을 대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음을 얘기해주셨습니다. 비건이자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며 ‘극단적이고 과격하고 예민하다’는 평가를 들을 때 이러한 동질성을 더욱 실감하시는 듯 했습니다. 이어서 동물권과 기후정의에 대한 외침에 페미니스트도 힘을 더해주길 청했는데요. 많은 것을 꾹꾹 눌러 담은 듯 밀도 높은 목소리는, 담담했기에 더욱 호소력 짙고 간절하게 다가왔습니다. 저 또한 동물권을 지지하고 비인간동물의 안전을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행동과 실천을 다시 한 번 단단히 마음 먹은 시간이었습니다.

 

 여덟 번째 발언은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입법보좌 노동자 원은설님이 해 주셨습니다. 그는 실무자로서 대선을 앞두고 매일같이 벌어지는 여성혐오 이슈를 목격하며, 이러한 젠더 이슈의 본질을 ‘페미와 반페미’의 대립으로 규정하는 정치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동시에 여성 주권자로서 도장을 들고 우리의 뜻을 표현하기를 호소했습니다. 고민되고 망설일지언정, 우리의 표로써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행동을 보여주자고요. 자신은 여성의 목소리가 충분히 들리고 동등한 의견으로 여겨지는 정치권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 하겠다는 결의도 나누어 주셨습니다. 은설님의 발언을 들으며, 저는 거대 양당의 ‘협박정치’에 겁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최악의 당선을 막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투표’는 더이상 없어야 합니다. 은설님의 말대로 고민되고 망설일지언정, 심지어 고민할 수도 없는 선택지밖에 없더라도, 우리 모두 도장을 듭시다.

 

 아홉 번째 발언은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가정폭력당사자네트워크 시작의 대표로 활동하시는 심연우님은, 한국 여성운동의 짧지 않은 연혁에도 여전히 고통받는 여성의 현실을 외면하고 반국제적-반시대적 행보를 이어가는 정치를 비판했습니다. 그는 고령자 인구와 1인 가구가 늘고 있는 한국의 미래를 설명하며, 돌봄정치와 돌봄의 국가적 책임을 피력했습니다. 그의 발언에, 저는 문득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문구를 떠올렸습니다.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우리는 돌봄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에 스며있는 일이라서, 돌봄은 쉽고 값싼 일로 치부되고 있는 걸까요? 그런 일일수록 그 부재와 공백의 타격은 큽니다. 우리 사회와 정치는 하루빨리 돌봄사회가 다가왔음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된 마지막 발언은, 페미니스트 대학생 송소영님이 대한민국 정치에 던진 요구였습니다. 소영님은 인터넷 문화에서 형성된 차별적 담론이 정치권에 퍼지고 이제는 상식으로 여겨지는 현실에 분노했습니다. 정치권이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넘어 그것을 지우고 있다고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 예로, 한참동안 온라인상에서 반페미니즘의 승리로 기록된 대학교 총여학생회 폐지가 사실은 궐위 상태인 총여학생회에 공백을 느낀 학생들이 자생적 운영과 대안기구 등을 논의하며 도달한 것이었으나, 정치권이 이를 입맛대로 여성가족부 폐지의 근거로 동원하려 했던 것을 들었습니다. 필요 없는 목소리는 지워버리고, 필요한 목소리만 꾸며내는 정치. 그는 그것에 이렇게 요구했습니다. “더 이상 우리의 존재를 지우려고 하지 마십시오. 우리는 침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왜곡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외치는 것은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입니다. 우리의 목소리에 응답하십시오. 우리도 동등한 주권자입니다.”

 

 분노와 희망과 벅차오름 등의 감정이 한데 섞인 필리버스터가 끝나고, 2부의 마지막 순서이자 이번 토론회의 끝을 장식한 것은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참가자의 ‘목소리’였습니다. 포럼 참가 신청서를 통해 약 320명의 사전의견을 정리해, 필리버스터 네 번째 발언자인 씽두님과 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산이 함께 이를 낭독했습니다. 이현재 선생님과 참가자들이 힘차게 외치는 구호에 따라 씽두님과 제가 한줄씩 읽어 나갔는데요. 필리버스터 만큼이나 다양하고 생각할 지점을 남기는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가장 남았던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나아질 거라는 용기와 희망”



# 이것이 문제다



#우리는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