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제158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변화를 만들어온 것은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말하기였다. 성폭력특별법 제정, 성희롱 법제화, 미투운동, 불법촬영 공론화 등 남성 본능이나 개인 실수로 치부하던 일상을 강간문화로 명명하고, 성폭력의 본질을 피해자 잘못에서 가해자의 범죄로, 성차별적 사회구조의 문제로 인식하게 했다. 한국사회에 깊이 뿌리내렸던 성폭력 통념을 깨고 변화를 끌어낸 것은 생존자와 연대자의 힘이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역시 생존자들의 말하기로 세상에 알려졌다. 고 김학순님의 말하기는 또 다른 생존자들에게 용기가 되어 피해자를 입막던 한국 사회에 균열을 냈다. 생존자들은 일본 정부에 사죄와 책임을 요구할 뿐 아니라, 전 세계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국제 사회에 전시 성폭력을 공론화해왔다. 수요시위는 전쟁범죄, 젠더범죄를 고발하는 역동적 운동 현장이자, 생존자와 시민들이 참여하고 연대하는 평화와 민주주의의 장이 되어왔다..
이렇게 ‘변화’를 만드는 동안 무엇이 ‘변화’했는가? 전쟁종료 후 50여 년이 지나 시작된 말하기, 그 후 32년간의 생존자들의 외침과 요구는 세계를 변화시켜왔다. 그러나 책임이 분명해질수록 책임자들은 요구받은 일곱 사항 중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 일본정부는 언제까지 ‘1965년 한일협정’, ‘2015년 한일합의’ 뒤에 숨어 진상규명과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 다음 세대에게 왜곡된 역사를 교육할 것인가? 평화협정을 개정하고 본격적으로 군사화하여 제국주의를 부활하겠다는 것인가? 조직적 성폭력과 성착취를 통해 가능했던 군국주의를, 전시 성폭력을 부인하면서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한국 정부의 태도는 더 개탄스럽다. 전쟁으로 피해를 당한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훼손하는 ‘강제 동원 배상안’과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외교적 프레임을 변명삼아 가해자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겠다는 것인가? 한국 정부는 피해생존자들의 외침을 듣지 않고 있는가?
그러나 변화하지 않을수록 변화에의 열망은 분명해진다, 변화에 대한 요구는 거세진다. 수요시위는 1582번째 이어지고 있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외치는 피해자, 조력자, 연대자들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한다. 생존자의 명예와 인권 회복, 탈군사주의, 전시성폭력 공식사죄와 법적배상, 성평등 평화에 대한 요구는 변함없다. 우리가 바라온 변화는 변함 없다, 우리가 만들어온 변화 역시 변함 없다.
기억을 직면하고, 국가에 거부당한 이들의 목소리와 함께할 때 정의가 실현될 수 있음을 안다.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가 변화하기를 변함없이 요구한다. 우리는 요구한다!
하나. 일본 정부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역사 왜곡을 중단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피해자의 관점에서, 생존자 인권을 위해 행동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모욕과 혐오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안전한 수요시위를 보장하라!
2023년 2월 8일
제1582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및 한국성폭력상담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