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안녕하세요, 자원활동가 너굴입니다.
8월 31일, 모두의안전한임신중지를위한권리보장네트워크(이하 모임넷)는 국가인권위원회 본사 앞에서 “정부의 임신중지 권리 방치는 인권침해다!”를 제목으로 한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활동가 유랑이 발언하고, 자원활동가 가을, 너굴이 현장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안나(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의 사회로 기자회견이 진행됐고, 나영(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셰어), 이동근(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김성이(시민건강연구소), 유랑(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차례로 발언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모임넷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임신중지 / 권리 방치는 / 국가의 / 인권침해다”
발언자들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낙태죄 효력이 상실된 지 3년이 다 되어가도록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여성들의 자기결정권, 평등권, 건강권, 행복추구권이 현저히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임신중지 관련 의료서비스가 비급여대상이고, 유산유도제는 도입이 지연되고 있기에 임신중지 권리가 사실상 방치된 점을 짚었습니다.
진정서는 복지부와 식약처가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음을 소명하고, 양질의 임신중지 케어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 부처의 책임 방기를 소상히 조사하길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임신한 여성이 전인격적으로 임신중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포괄적인 사회제도를 구축하고, 임신중지 시 경제적으로 이용 가능한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재생산 정의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결정(2017헌바127결정)을 통해 ‘낙태죄’와 모자보건법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법률이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정되지 않아,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는 한국에서 완전히 폐지됐습니다.
따라서 임신중지가 한국에서 현재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변한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 임신중지를 하기 위해 정확히 어떤 경로를 거쳐야 하는지, 어디서 임신중지를 할 수 있는지 등의 정보는 여전히 인터넷을 통해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알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안다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임신중지 수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찾기 어렵고, 오히려 건강보험 급여대상이 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이 큽니다. 일부 산부인과 병원들은 임신중지 수술에 비급여수가 고시를 하며 상업적 경쟁을 벌이기도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허용하고 있는 유산유도제도 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유산유도제를 사용하기를 원하지만, 공식적으로 구할 경로가 없으므로 결국 유산유도제는 ‘음지’에서 거래되고 맙니다. 이때 약품의 품질이나 안전을 보장할 방법이 부재하므로 여성들의 건강은 더욱 위험한 상태에 놓입니다.
WHO가 2012년에 언급했듯,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해서는 “쉽게 접근하고 모든 여성이 이용 가능하며, 일차의료로써 제공되고, 필요시 상위 기관까지의 연계가 가능한” 방식이 보장돼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방치하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를 위한 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 자세한 기자회견 발언문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https://drive.google.com/file/d/1LCcQixLqqdTtqXUglg23J8inEWxlclmd/view?usp=drive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