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후기] 페미니스트 콩깍지 프로젝트 첫모임: 나와 내 삶으로부터 싹틔우는 정치🌱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2월 15일 목요일, ‘페미니스트 콩깍지 프로젝트’의 첫모임을 가졌습니다. 최근 상담소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프로젝트에 대해 접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페미니스트 콩깍지 프로젝트’는 총선 젠더 의제에 관해 페미니스트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고, 함께 공부하고, 시민참여 이벤트도 직접 기획해보는 프로젝트인데요. 총선을 앞두고 페미니스트로서 느끼는 무력감이나 고립감에서 벗어나 나의 삶을 다루는 정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모여 이야기해보는 모임입니다.
첫모임 날, 모임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상담소의 성문화운동팀 동은, 수수님이 저희를 반겨주셨습는데요. 다과와 함께 질문쪽지 뽑기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먼저 3분 동안 나를 소개하고, 쪽지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뽑은 질문쪽지는 ‘콩 하면 생각나는 기억이나 추억이 있다면?’과 ‘기대했던 혹은 실망했던 정치인이 있다면?’이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였지만, 다른 곳에서보다 조금은 더 솔직하게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대화를 시작한 자리였습니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프로젝트의 취지와 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 프로젝트에 ‘콩깍지’라는 이름이 붙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이 선거를 마주하며 느끼는 혼란함과 무력감을 함께 나누며 안전하고 든든한 콩깍지 팟(pod)을 이루고, 콩 싹처럼 작고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을 찾아보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우리와 우리의 활동들이 어떻게 ‘콩’이라는 용어로 새롭게 이름 붙이고 의미 부여될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상담소의 동은, 수수님께서 일정에 대해 안내도 해주셨는데요. 페미니스트의 관점으로 정치를 읽어내는 페미니스트 정치 특강과 토크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월 8일에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콩깍지도 여성대회 시민참여 부스를 운영하게 되는데, 부스 기획과 준비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있는 모임에서 가장 기대되었던 활동은 저희가 직접 정책을 DIY 해보는 활동이었는데요. 구체적인 정책의 형태를 생각하면 아직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 일상에서 찾은 중요한 문제들을 꺼내 보며 어떤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함께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신이 납니다. 무엇보다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는 점점 심해지고, 여성의 삶을 다루는 정책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의 목소리로 우리의 젠더정책을 만들어볼 수 있을지가 기대됩니다.
첫모임의 하이라이트는 ‘나의 페미 가치 정치 만다라트’를 작성해보고 발표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내 삶의 가장 심각한 또는 중요한 문제들을 적고, 그 문제와 연결된 의견을 만드는 활동이었습니다. 이후 이러한 가치들과 연결되는 정책을 찾아가기 위한 첫 여정이었습니다. 안전한 주거 생활을 위해 독립적인 비혼 라이프나 대안가족에 대해 인정받는 것, 여성으로서 안전하게 밤길을 다니고 이웃과 소통하는 것, 일상에서 차별받는 말을 듣지 않고 보복이나 백래시의 위험 없이 불편함을 말할 수 있는 것, 나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며 누군가와 사랑하는 것이 위험하지 않은 것, 여성의 몸에 대한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 사회가 바라는 ‘좋은’ 능력이나 직업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 돌봄노동자의 권리가 인정되는 것 등 여러 이야기들을 펼쳐두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서로 다른 단어로 표현되었지만 공감대를 이루는 교집합이 생기기는 순간엔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위로를 느꼈는데요. 또 한편으로 ‘아, 이런 것도 중요했지.’ 하며 서로에게 새롭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가치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께서 일상의 가치들을 쉽게 풀어내어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너무 담론적으로만 이야기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일상 이야기들을 통해 추상적이고 담론적으로 적어둔 내 가치들이 역으로 내 일상의 어느 부분에 맞닿아 있는 것인지 다시 짚어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콩깍지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손에 잡히는 일상의 이야기와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가치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발견되는 정치와 정책의 가능성들을 찾아 연결해나가는 여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프로젝트에는 다음 모임까지 각자 탐색해보는 시간을 갖는 ‘콩싹틔우기’ 활동도 있는데요. 저희가 콩깍지 안에서 했던 활동을 밖에서도 해보며 콩싹을 틔워나가자는 의미입니다. 이번 모임의 ‘콩싹틔우기’ 중 하나는 우리의 만다라트를 주변인에게 권해보는 것이었고, 저는 저와 함께 살고 있는 엄마에게 권해보았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위해 독립적인 나만의 공간인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과 같은 가치들을 저에게 공유해주셨는데요. 저희가 첫모임에서 나눴던 ‘안전하고 독립적인 주거’에 대한 이야기와도 맞닿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된 콩깍지의 첫모임. 앞으로 콩깍지가 함께 만들어갈 여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은 만남이었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모임에서 뵐게요!
- 이 글은 콩깍지 프로젝트 참여자인 가을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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