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콩깍지 프로젝트 다섯 번째 모임: 본격 총선 공약 토크, 그리고 나의 정치 에세이 합평의 시간
24년 3월 21일, 페미니스트 콩깍지 프로젝트 다섯 번째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총선에서 정당들이 공약한 젠더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눠보았습니다. 아래는 콩깍지 프로젝트 참여자 물음표님이 다섯 번째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써주신 후기입니다.
(사진 설명: 스크린에 띄워진 화면을 찍은 사진입니다. 화면 위에는 '짧은 이슈 토크' 라고 쓰여있고, 하단에는 불꽃페미액션이 2017년에 진행했던 기자회견 사진이 들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 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습니다.)
정당별 총선 공약 비교
민주당/민주연합과 국민의힘/미래의 성평등 정책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여성의 인권보다는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는 임신, 출산 관련 정책을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더 자세히 풀어놓겠지만 여성 안전을 강조한 정책에도 문제가 많았습니다.
민주당/민주연합 공약 중에서 강간죄 처벌 기준을 동의 여부로 바꾸겠다는 공약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착오로 들어갔다'면서 총선 공약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결국 민주당/민주연합 공약에서 성평등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후기를 쓰는 지금 국민의힘/미래 총선 공약 중에서도 성평등 정책이라고 볼 만한 정책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예전에 길거리 현수막에서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같은 내용을 보고 국민의힘/미래가 웬일로 성평등 정책을 내놓았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출산 장려가 주된 목적인 정책입니다. 가족/저출생 정책은 양당 모두 이성애 부부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사회 전체에서 성평등이 확립되지 않아 임신, 출산하는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과도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면 어떤 출산 장려책을 내놓아도 반쪽짜리 정책일 뿐입니다.
저는 장애 당사자이기도 한데, 장애인 정책을 심도 있게 다룬 정당은 한 곳도 없다는 점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저희가 정책을 읽어본 정당들 외에도 장애인 정책을 총선정책으로 내세운 정당은 한 곳도 보지 못했습니다.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단체가 총선 기간 동안 활동했지만 이쪽은 캠페인성으로 만든 가짜 정당입니다. (탈시설장애인당이 궁금하다면 클릭!)
성평등과 환경을 앞세우고, 위성정당에 참가하지 않은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해서 원외정당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안티페미니즘을 내세워 인기를 얻은 개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3석을 얻었습니다. 성평등이라는 목표는 우리나라 정치에서 통하지 않는 걸까요? 어떻게 하면 통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여성 안전 정책의 한계: 엄벌주의
여성 안전을 강조하는 정책은 언뜻 보면 여성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정책이지만 성평등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안전'에는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환경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국가가 강력한 공권력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사회로부터 격리해서 ‘위험 요소'를 제거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후자의 의미가 강한 여성 안전 정책은 국가가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상인 엄벌주의와 통하는 점이 많습니다. 피해자 보호보다 가해자 처벌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여성이 스스로 저항할 힘을 기르는 대신 자신보다 강한 공권력에 의지하게 만드는 정책이기도 합니다. 범죄를 예방한다는 명목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명분으로 이용될 수도 있습니다.
- 위 글은 콩깍지프로젝트 참여자 물음표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사진 설명: 콩깍지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각자 쓴 정치 에세이 가편집본을 읽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입니다.)
이후에는 3.8 여성대회 때 만든 '페미정치가치' 콩 문장 중 내가 꼭 붙잡고 가고 싶었던 가치를 토대로 쓴 에세이를 함께 읽었습니다. 내 글을 남에게 읽는 것은 다소 수줍기도 했지만, 함께 읽는다는 것이 주는 울림이 있더라구요. 이 에세이들은 홈페이지에 "2024 총선대응 페미니스트 콩깍지 프로젝트 릴레이 '정치 에세이'" 를 검색하면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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