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12월3일, 윤석열의 불법비상계엄 이후 다들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의 삶은 정신없이 바쁘고 아프게(?) 굴러가고 있습니다. 일단 저는 근 5년 이내 한 달동안 최다 빈도 병원 진료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비인후과, 피부과, 내과, 여성의학과를 아우르는 각종 면역질환…. 매주 모든 집회를 나가도 아프지 않은 동료가 있는데, 저는 왜 이런걸까요? 👀이 후기를 빌어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며, 모든 허약한 이들에게 공감의 마음을 보냅니다.
아무튼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가 거의 마무리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탄핵 심판을 기다리며 우리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2월에도 윤석열 퇴진, 그리고 성평등 민주주의를 위한 행동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활동 공유합니다!
👉2/1(토) 오전에는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 시민공론장 “나의 광장 획득기”가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오매 활동가의 후기 겸 발언으로 읽어보실 수 있어요. ([발언] 민주주의 광장, 페미니즘 없이 불가능하다면)
오후에는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이하 범시민대행진)> 9차 집회가 열렸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민주주의 구하는 페미-퀴어- 네트워크(이하 민구페퀴)로 함께 참여했습니다. 집회 전날에는 최상목 권한대행이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재차 행사하기도 했었는데요. 이에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특검으로 내란 척결”,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 “최상목 대행 즉각 사퇴” 구호를 외쳤습니다.
👉2/5(수)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가 있었습니다. 매 주의 집회가 소중하지만, 이번 집회는 상담소 활동가들에게 남달랐습니다. 민구페퀴가 주관한 집회였거든요. 자세한 집회 후기는 다음 링크에서! ( [후기] 혐오는 퇴진, 평등은 전진!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 후기)
(이게 바로 안티페미니스트 정치의 말로!)
(너무 춥지만 투쟁으로 불타는 - 아님 사실 추움 - 활동가들)
👉2/8(토) ‘범시민대행진 10차’가 열렸습니다. 이 날의 집회는 ‘피켓 인쇄 안 하는 날’로 진행되었어요. 그동안 광장에 많은 피켓이 뿌려지고 있었지요. 물론 피켓은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매체이지만, 결국 쓰레기가 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민구페퀴도 다양하고 아름다운 피켓 디자인이 많아서, 이 날은 휴대폰과 태블릿으로 피켓을 대신했답니다.
(민주주의 구하는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합니다 피켓을 휴대폰으로 보여주는 활동가들)
이번 집회 때 새로 든 피켓은 ‘민주주의 시작은 학생인권에서부터’ 와 ‘민주주의 구하는 동덕여대 학생들과 연대합니다’ 였어요. 동덕여대 학생들은 오래 전부터 사학비리에 맞서 싸우고 있었고, 최근에는 학교의 일방적인 공학 전환에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젠더갈등 프레임’으로 사안을 왜곡하고자 하는 이준석 등의 정치인들은 동덕여대의 투쟁을 서부지법 극우 폭동과 같다는 황당하고 분노스러운 코멘트를 하기도 했지요. 국가 체제의 민주주의, 학교의 민주주의, 일상의 민주주의는 모두 소중하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싸움은 어느 것도 ‘폭도’로 왜곡될 수 없기에 이 피켓을 들었답니다. (민주동덕 집회에 참여한 호랑 활동가의 발언은 다음 게시물에서 읽어볼 수 있어요 )
이 와중, 최상목 권한대행은 계속 헌법재판소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고 있었습니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았으니 임명을 하지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여당이 합의할 수 있는 후보만을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겠다는 말은 사실 윤석열의 탄핵을 반대하는 내란동조세력과 같은 입장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재판관의 수는 원활한 탄핵심판진행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탄도 같이 이루어졌습니다.
👉2/10(월)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집단진정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윤석열이 임명한 위원과 위원장 덕분에 파행으로 치닫고 있던 인권위가 “윤석열 방어권 보장 권고”라는 비상식적인 안건을 전원위원회 안건으로 재상정했기 때문입니다. ‘재상정’했다는 것은 이런 일이 한 번 더 있었단 말이지요. 😭 1월 13일, 여러 활동가들이 첫 번째 안건 상정을 막아냈습니다. 우리 상담소에서는 도경 상근변호사가 이 내용을 상세한 후기로 남겨주기도 했었습니다. ([후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 규탄 기자회견 및 긴급행동 참여 후기 https://sisters.or.kr/activity/solidarity/7417) 그러나 기자회견 예정일 인권위에 극우세력이 결집하여 난동을 부려 기자회견과 전원위 방청이 취소되었고, 끝내 윤석열을 옹호하는 안건이 통과되었습니다. “법원, 인권위, 그리고 헌재에 대한 폭동 모의까지 국가기관에 대한 폭동과 난동이 계속 이어지며 민주질서와 법치주의, 인권의 기본적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더 이상 폭동의 연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그 와중 윤석열은 탄핵 심판 절차를 계속 훼손하는 발언과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극우 세력뿐 아니라 정당인 국민의힘도 가짜뉴스를 통한 헌법재판소 흔들기를 자행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문형배 권한대행이 음란 게시물에 직접 댓글을 달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알고보니 조작된 캡쳐화면이었던 것으로 드러난 이 사건은 여러가지 논점을 시사했습니다. 우선 윤석열과 그 세력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고는 말하지만 사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 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한 성폭력과 여성혐오적인 남성문화를 단순 가십과 ‘논란거리’로만 다루고 있다는 지점입니다. 남성들이 커뮤니티에 음란 게시물을 올리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남자들의 놀이 문화처럼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더욱 구조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며 성평등 예산을 삭감하고 관련 부처를 식물화한 윤석열 정부와 그 지지자들이 제발 성폭력과 여성혐오 남성문화를 ‘단순 논란’으로만 다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2/15(토)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두 개의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첫 번째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주관한 “평등의 힘으로 가자! 파면까지” 집회였어요. 그간 광장에서는 ‘차별과 혐오 없는 나라를 원한다’는 공통된 목소리가 울려퍼졌는데요. 이 목소리를 가시화하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또, <광장에서 펼쳐보는 차별금지법 QnA> 라는 귀엽고 알찬 소책자도 처음 세상에 선보여졌습니다. 다음 링크에서 온라인으로도 다운받아보실 수 있어요. ( 클릭! )
(우주대스타 이반지하 님의 연대공연)
(보신각 광장을 가득 채운 집회 참여자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집회가 끝나고 같이 행진하여 ‘범시민대행진’ 11차에 결합했습니다. 그리고 민구페퀴에서 함께 만든 피켓들을 들었답니다. 페미니즘 없이 민주주의 없다! 윤석열은 물러나라! 평등은 전진 혐오는 퇴진!
( 피켓을 드는 활동가들 )
이 날은 윤석열 파면 이후의 ‘사회대개혁’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미 광장에 나오는 사람들은 윤석열 퇴진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대개혁이라고 응답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배경, 대통령 윤석열이 시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친위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 극우세력이 준동하며 국가의 질서를 파괴할 수 있는 배경, 한 나라의 여당이 그런 극우세력을 공식적인 정치의 장에 불러내며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배경이 모두 크게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또 그렇기에 구체적인 개혁의 방향과 방안을 광장에서 논의할 수 있고, 해야 하기도 합니다. 사이다 파티는 매주 토요일 광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지만, 또 온라인으로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비상행동에서는 천만의연결이라는 홈페이지를 열었어요.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2/18(화) “더이상 성평등 후퇴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기자회견에도 참여했습니다. 2/12(수)부터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릴레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는데요. 윤석열 파면해야 하는 이유가 이렇게 많다는 사실…. 기자회견 후기는 요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 [기자회견] 더 이상 성평등 후퇴는 없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
👉 2/22(토) 범시민대행진 12차가 진행되었습니다.
탄핵심판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민구페퀴는 ‘페미니스트가 요구한다 윤석열은 물러나라’ 대신,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피켓을 들었습니다.
탄핵 이후 우리는 어떤 시작을 만들어갈까요? 이번주 토요일에도 ‘범시민대행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전과 후에도 다양한 집회와 행진, 행사 등이 있고요. 요즘 사회문제에 연대하러 출동하는 연대자들을 ‘말벌시민’이라고 부르고 있지요. 우리도 말벌 잡으러, 말벌처럼 사회를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바꾸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봅시다. (다들 건강하고요~)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수수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