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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NDC 젠더 워크숍에 다녀왔습니다.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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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여자가 보라색 들꽃을 들고 있다. <열린문장> 재연결 활동을 진행하는 참여자들의 모습 ⓒ<NDC에 젠더 관점 반영하기> 워크숍 주최측 제공  


2025년 9월 18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녹색전환연구소, 여성환경연대, 플랜 1.5가 주최하는 <2025 NDC 젠더 관점 워크숍>에 함께했습니다. 조만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계획이 수립될 예정이지만 공론화 기간이 촉박한 터라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또 페미니스트 기후정의가 실현되기 위해 NDC에 젠더관점을 담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이날의 자리가 마련되었다고 해요.  


한국성폭력상담소도 ‘기후위기 시대에 젠더폭력에 맞선다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을 이어가고 또 확장시키기 위해 소중한 초대에 응하게 되었어요. 또 9월은 927기후정의행진이 있는 달이기도 하지요? 927기후정의행진의 6대 요구안 중 첫번째로 등장하는 “기후 정의에 입각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전환 계획을 수립하라”가 무슨 의미인지, 젠더 관점은 또 어떻게 개입해야할지 페미니스트로서, 시민으로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날의 이야기 일부를 공유합니다.  



한수연 플랜 1.5 활동가가 'NDC 무엇이고 왜 중요한가'를 주제로 짧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NDC에 젠더 관점 반영하기> 워크숍 주최측 제공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요? 

혹시 NDC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전 세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약속한 ‘파리협정’에 따르면, 모든 당사국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막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자발적으로 정해 UN에 알리고 이를 이행해야 합니다. 이를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라고 합니다. 즉 NDC는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감축목표입니다.   


NDC는 5년마다 새로 갱신되며, 2020년 제출한 안을 ‘2030 NDC’라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의 2030 NDC는 국제 평가에서 “상당히 불충분하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후행동추적(CAT) 보고서는 “모든 나라가 한국 수준의 목표를 세운다면 지구 온난화는 4도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렇다면 NDC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핵심은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NDC의 ‘자발적’ 성격은 국가가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올해 7월 각국의 책임과 역량에 따라 가능한 높은 수준의 감축 의지를 담아야 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 역시 2024년 8월「탄소중립기본법」이 2031~2049년 감축목표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하며, 국회가 2026년 2월까지 누적 배출량을 고려한 장기 감축경로(2035 NDC 포함)를 마련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1.5도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지구적으로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61.2% 감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국과 같이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크고 기후위기 대응 역량이 강한 국가는 전지구적 감축노력에 더 많은 몫을 기여해야한다는 국제원칙이 있습니다. 


현재 정부는 2035 NDC를 새롭게 마련중이며 네가지 안을 두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11월 중 UN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2035 NDC는 한국의 기후 대응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입니다. 이날 발제를 해주신 한수연 플랜 1.5 활동가는 헌재 판결과 국제적 공정 기여 원칙, 세대간 정의를 고려할때, 4가지 안 중 65% 감축안만이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유일한 선택지라고 강조하였어요.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활동가가 페미니스트 기후정의를 주제로 짧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NDC에 젠더 관점 반영하기> 워크숍 주최측 제공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그렇다면 왜 기후정책에 있어 젠더관점이 중요할까요? UN은 기후정책에서 젠더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관련 논의가 부족합니다. 특히 NDC 심의·의결과 점검을 담당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남성 과대표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젠더불평등이 기후위기 대응을 가로막고, 취약성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해왔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은 곧 체계적인 불평등을 해소하는 과제와 맞물려있다는 점을 오랫동안 주장해왔습니다. 


실제로 기후 재난 상황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더 높은 사망률과 빈곤율을 경험하고, 가사·돌봄 노동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UN Women, 2023). 한국에서도 여성환경연대(2022) 조사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돌봄 노동이 늘었다는 응답이 여성은 76.7%에 달해 남성보다 3배 이상 높았으며, 특히 30대 여성과 수도권 거주 여성의 비중이 두드러졌습니다.


페미니스트 기후정의 관련 강의를 해주신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정치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주셨어요. 이는 여성을 본질적으로 취약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젠더 불평등이 취약성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고려하고 여성의 경험과 행동을 새로운 사회 디자인의 기반으로 삼는 접근입니다. 여성이 담당해왔던 노동의 가치를 재의미화함으로써, 현재의 성장과 발전 위주의 사회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대안적 비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는 기후위기에 처한 지구와 다층적인 불평등을 제거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합니다. 


워크숍 참여자들이 조별토론을 진행하고 있다.ⓒ<NDC에 젠더 관점 반영하기> 워크숍 주최측 제공  


“젠더 관점을 반영한다는것은 규범화·위계화된 특정한 삶만을 인정하는 제도에 문제제기하는 일”

간단한 강의 이후에는 조별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크게 “기후 정책/기후 대응에 젠더 관점이 부재해서 힘들거나 답답했던 경험” “NDC가 나와 내 현장, 활동가 어떻게 연결될까” “NDC에 젠더 관점이 반영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3가지 질문에 대해 의견을 모아보는 시간이었어요. 


저희 조에서는 주로 기후 거버넌스에 여성/소수자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기후정책에 대한 수행부터 이행평가까지 성평등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이에 대한 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여성들이 테이블에 앉지 못하고, 대표성과 의결권을 가진 이로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설득하거나 회유하는 방식으로 여성들이 대우받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기후위기에 대한 젠더적 관점의 연구, 통계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기후 거버넌스에 성평등에 대한 이해도는 전문성으로 인정되지 않는 현실은  여성/성소수자/청소년/홈리스/이주민/난민/장애인/노동자의 의견을 들으려는 시도, 반영해야한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 거버넌스에 다양성을 보장하라는 요구부터 직접 행동에 대한 도모까지 여러 아이디어가 펼쳐지는 이야기 자리였습니다.  


다른 조의 이야기도 청취할 수 있었는데요. 재생산 정의를 요구하는 단체의 한 활동가는 이런 지구라면 임신과 출산 양육을 할 수 없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NDC의 야심찬 비전과 연결될 거라고 한 말이 인상깊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젠더폭력과 맞서는 일도 실은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일일텐데요.  기후위기가 여성/소수자의 삶의 주는 영향 이러한 기후 스트레스 요인이 젠더기반폭력과 연결되는 고리를 구체적인 목소리로 드러내는 일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에서 어떻게 가능할지 깊게 고민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글은 성문화운동팀 동은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