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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후기] <방치된 디지털성폭력 게시물 1만 4천여건, 국회는 방미심위 심의위원 하루빨리 구성하라!>
  •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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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디지털성폭력 게시물 1만 4천여건, 국회는 방미심위 심의위원 하루빨리 구성하라!>기자회견이 국회앞에서 진행되었다.


지난 12월 17일, JTBC는 단독보도로 'N번방 그 이상'의 패륜 사이트라며 특정 사이트의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회원 수 54만명, 게시물 60만 건에 달하는 규모이며, 수익 시스템으로 운영자가 벌어들인 돈은 최소 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 되었습니다. 해당 사이트는 2022년부터 운영되며 친밀한 관계 내 불법촬영물, 비동의 유포된 피해촬영물,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다수 업로드되었고, ‘미공개 신작’ 게시판을 운영해 새로운 피해촬영물의 유통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논란이 되자 이미 수사가 개시된지  3년이 되었지만 제대로된 성과가 없었던 경찰,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의 접속차단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도 다시금 조명 되었습니다. 


사실 지난 10여년 간 한국 사회는 여러 성폭력 유통 플랫폼 실태를 마주했습니다. 이 사건에 기시감이 드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지겨운 국가 시스템의 부재도 마주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되고 난 이후 심의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3일에서 24시간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전 방심위)의 심의위원은 구성되지도 않았고, 이에 따라 10월 기준 디지털성범죄 게시물 1만 4천여건이 6개월째 심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2025년 12월 24일 오전 10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방미심위 심의위원 하루빨리 구성하라고 촉구하며, 젠더관점에 입각한 심의 역할을 요구하였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참여 및 발언으로 함께 했는데요. 성폭력 유통 플랫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과 더불어 해당 사이트가 ‘패륜사이트’로 기사화되고, 호명되는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도 진행했습니다. 발언을 통해 애인부부관계에서의 디지털성폭력을 ‘패륜’ 사건으로 여기는 관점을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으로 전환해야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발언문(전문)_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동은


지난 12월 17일 “‘아내 여친 능욕 신작’... ‘N번방 그 이상’ 패륜사이트” 라는 제목으로 한 온라인 사이트가 단독 보도되었습니다. 해당사이트에서는 아내나 여자친구 등 신뢰관계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친밀한 여성들의 성적 이미지를 서로 돌려보고, 품평하고, 거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패륜’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 어그러진다는 뜻입니다. 불법촬영물을 공유하는 범죄이자, 가족이나 연인관계의 신뢰를 훼손하는 반윤리적 행위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판단 아래, 이러한 제목이 붙었을 것입니다. 이후 파생된 기사들에서도 ‘패륜사이트’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며,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하는 언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은 윤리 감각을 상실한 문제적 남성들이 모여 벌인 추문 혹은 일탈로 이 사건을 이해하게 만듭니다. 내 주변의, 나의 일상의 문제가 아니라 저 멀리 수사기관에서 건건이 처벌하면 되는 문제로 정리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 내 여성의 사진을 올리고 모욕하는 행위는 일탈도, 새로운 범죄도, 기존의 여성폭력과 단절된 문제도 아닙니다. 오늘의 상황은 여성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모욕하는 문화가 이미 사회 전반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안들을 문제삼을 때 다른 언어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폭력의 조건인 젠더 권력 관계를 드러내고, 피해자들이 겪는 사회적 고통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친밀한 관계의 여성의 성적 사진이나 편집된 이미지를 게시하는 행위는 소라넷,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딥페이크 성폭력 등의 상황을 거치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되어 온 대표적인 피해 유형입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사회적 평판의 하락, 인간관계의 단절, 직업과 삶의 다양한 사회적 기획을 상실하는 부정의를 겪어왔습니다. 우리는 여성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고, 모욕하고, 평가절하하는 이 행위를 계속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합니다. 여성에게만 성적 낙인이 강하게 작동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성적 이미지가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피해의 맥락을 구성하는지 묻지 않는다면 문제의 핵심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이른바 ‘지인 능욕’은 여성의 성적 이미지가 그 자체로 피해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를 이용하는 폭력입니다. 


국가의 책임도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성폭력 산업에 직접 개입하고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한 운영자뿐 아니라, 여성폭력이 이루어지는 장으로 기능하며 그로 인해 수익을 얻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역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의 위원 구성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공언해 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온라인 성폭력에 대한 심의와 제재가 중단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선언 이전에, 기본적인 역할부터 제대로 수행하기를 바랍니다. 디지털 성폭력 뿐 아니라 젠더기반 폭력 전반에 대한 국가의 뚜렷한 관점과 이해, 역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팀 이태희 활동가는 현재 성폭력 유통 플랫폼의 삭제, 접속차단 등의 시정 요구를 할 수 있고 불응 시 처벌하는 조항이 법률에 명시된 방미심위 역할의 중요성을 짚으며 빠른 심의위원 구성을 촉구했습니다.


“디지털성폭력에서 삭제지원이 중히 다뤄지는 이유는, 그것이 이미 발생한 피해를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삭제지원이 신속히 이뤄짐에 따라 피해의 규모를 축소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플랫폼에게 삭제 접속차단 등의 시정요구를 할 수 있고 불응할 시, 방통위를 통하여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시에 대한 처벌조항도 법률에 명시되어있구요.  중앙디성센터에서도 삭제지원이 안되는 게시물의 경우, 방미심위에 요청하고, 피해경험자들 역시 유포 피해촬영물 발견 시에 방미심위에 신고를 넣기도 합니다. 피해경험자들이 유포피해에 좀 더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한 겁니다. 그만큼 디지털성폭력 삭제지원에서 방미심위의 역할은 참 중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반차별팀 구구 활동가는 정부가 기술매개 성폭력을 개별 기술 문제로만 다루며 여성혐오적인 온라인 환경 전반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부재하다는 점을 꼬집었습니다.  방미심위 위원 선임과 더불어 AI등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성평등 목표도 분명하게 제시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은 4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며 국회의 논의를 거쳤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성평등 목표와 AI가 유발하는 성차별을 포함하는 차별·혐오 문제에 대한 대책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AI 삭제 시스템으로만 탐지, 삭제하겠다는 대책은, 심의와 규제라는 기본 책무를 방기한 채 기술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얄팍한 접근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는 디지털 성폭력을 개별 기술 문제로만 미뤄두지 말고, 기본적인 심의 체계를 갖추는 것은 물론 여성혐오적인 온라인 환경 전반에 대한 정책적 개입과 성평등 목표를 포함한 책임 있는 대응에 나서야 한다.”


해당 사이트가 기사화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심위의 불법촬영물 규정을 바꿔 더 신속한 차단을 가능하게 해야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지시 이전에 방미심위 업무 공백에 대통령의 책임, 나아가 국회가 위촉 책임을 다하지 않았음을 따져 물었습니다.


"'방미심위 쪽에 차단 조치를 요청하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 논란된 사이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방미심위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책임, 대통령한테는 없는 건지 되묻고 싶습니다. 방미심위 위원들은 대통령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대통령은 9명의 방미심위 위원 중 3명에 대해 임명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방미심위에 일을 지시했지만, 그 일 할 사람을 임명해야할 본인의 일은 하지 않고 있는 거 아닙니까?

국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국회는 방미심위 위원 6명에 대한 위촉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회의장과 과방위, 어느 곳에서도 움직임조차 없습니다. 현재 과방위, 뭐하고 있습니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에 열을 올렸습니다. 참 열심히 했습니다. 시민사회는 ‘위헌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문제가 많은 개정안을 법사위에서는 오히려 ‘위헌소지’를 더 높여 통과시켰습니다. 그러자 여당은 본회의에 ‘수정안’을 내서 통과시키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그 문제적인 법, 이변이 없는 한 오늘 본회의를 통과합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궁극적으로는 권력자들을 위해 작동하게 될, 그 법을 만드는 일에는 참 열심히입니다.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요?" 


기술이 매개된 성폭력은 쉽게 ‘신종 성폭력’으로 규정됩니다. 또 비동의촬영,유포,이 과정에서의 여성에 대한 모욕적 발언들, 이 일련의 과정 자체가 돈을 벌어들이는 수익구조가 된 현재의 상황은 그 피해가 복합적이고 또 직관적으로 분노를 일으키기 때문에 ‘패륜’ 등 비윤리적 행위로(그래서 일탈적인 소수의 사람들이 벌이는 일로) 쉽게 설명되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구한 폭력의 역사가 우리 사회 안에 축적되어있지 않다면 어떻게 이렇게 큰 돈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가담하면서 유통될 수 있을까요? 


이번 기자회견 발언을 준비하면서 이재명 정부가 디지털성폭력에 대한 강력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공언해왔지만 정작 기본적인 역할부터 제대로 수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요. 디지털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를 직면하고, 피해의 실질적 의미를 읽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무겁고 어려운 일인지 이해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의지와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를 바라며 이날 자리에서 돌아왔습니다.   


아래 보도자료를 통해 발언문 전문과 기자회견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stibee.com/api/v1.0/emails/share/shxYIKSFjE0H2zcptfKHWHxNkjX_Rd8



기자회견 퍼포먼스 장면. ‘방치된 디지털 성폭력 14,731건’, ‘방미심위 위원’, ‘패륜사이트’, ‘AV*** 이용자 54만 명’이라고 적힌 판넬이 차례로 뒤집히며, ‘방미심위 정상화’, ‘성평등 관점으로 심의’,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으로 인식’, ‘성평등한 온라인으로 전환’이라는 문구로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