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7주년 집회
시스템이 없어서 여전히 우리는 위험하다.
<각자도생 7년, 보건복지부가 책임져라>
4월 11일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은지 7년째 되는 날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실질적인 권리 보장을 위한 법과 제도의 변화는 진척된 바가 없어, 많은 여성들이 병원에서 임신중지를 거절 당하고, 비밀 게시글과 비밀 상담으로 정보를 찾으며, 신속한 임신중지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지 비범죄화 이후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할 책임이 있으나, 현황 조사,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보장, 의료 체계 구축, 정보 제공 등 보건복지부가 해야했던 많은 일들을 하지 않고 책임을 방기해왔으며, 이로 인해 여전히 모든 시스템이 '낙태죄'의 시대와 다름없는 상태로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함께하고 있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4월 11일 토요일 오후 4시 탑골공원에서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보장의 책임을 방기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하고, 정부에 국정과제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집회에서는 100여명이 모여,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동안 임신중지와 관련된 비용과 책임이 여성들에게 전가된 경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여성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변화를 만들어온 과정을 알리고, 이러한 현실에 기반한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1. 일시 : 2026년 4월 11일(토) 오후 4시-6시 반
2. 장소 : 탑골공원
3. 집회 프로그램
사회 : 몽실 (한국여성민우회)
수어통역 : 한국농인LGBT+, 심수현
공연 : 일곱빛깔무지개, 풍물패 퀴얼
발언 :
◦나영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셰어SHARE 대표)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권나민 (플랫폼C)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김주희 (널싱페미 공동대표)
◦혜림 (행동하는 간호사회 회원)
◦강경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
◦약물 임신중지 경험 여성 발언
[대독] 공혜원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셰어SHARE)
◦수술 임신중지 경험 여성 발언
[대독] 구구 (한국여성민우회)
◦해바라기센터 근무 간호사 발언
[대독] 김성이 (시민건강연구소)
4. 행진프로그램
행진경로 : 종로2가사거리→청계2가→광교사거리→종로1가사거리
행진 사회 : 다운 (널싱페미), 공혜원(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
행진 발언 :
◦산부인과 간호사 발언
[대독] 민희 (플랫폼C)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발언
[대독] 백경하 (장애여성공감)
◦신생아실 간호사 발언
[대독] 새길 (한국여성민우회)마무리 발언 :
◦유지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현빈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5. 주최·주관 :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노동당, 녹색당,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탁틴내일,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C,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6. 후원 : 한국여성재단
7. 집회 요구안
주요 요구
◦임신중지 시기 지연 복지부가 주범이다!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복지부가 주범이다!
◦7년 전에 시작했다면 이미 바뀌었을 현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복지부가 책임져라!
◦임신중지도 의료행위다! 안전한 보건의료 연계 체계 마련하라!
◦우리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 임신중지 정보 상담 제대로 보장하라!
◦모든 의료인에게 WHO 기준의 임신중지 임상가이드 제공하라!
◦임신중지 권리 보장, 통합 연계 시스템 마련하라!
◦시스템이 없어서 범죄자가 되다니, 각자도생 7년 이제는 끝내자!
◦입법 핑계 그만하고 복지부가 일해라!
◦안전한 임신중지, 우리가 근거다! 우리의 현실에서부터 권리 보장 체계 구축하라!
◦이재명 정부는 유산유도제 도입 국정과제 이행하라!
◦이재명 정부는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계획 마련하라!
◦모든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보장하라!
◦정부의 무책임이 불평등의 원인이다! 안전한 임신중지 모두에게 보장하라!‘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의 각자도생! 보건복지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 ‘낙태죄’가 없어졌는데도 7년 동안 법 개정 타령만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정부 때문에 우리는 아직도 병원에서 임신중지를 거절 당하고, 비밀 게시글과 비밀 상담으로 정보를 찾으며, 신속한 임신중지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는 시스템의 부재 속에 각자도생 해야하는가.보건복지부는 이미 많은 일을 할 수 있었고, 해야 했다
: 보건복지부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임신중지 관련 보건의료 현황 조사, 유산유도제 도입, 건강보험 보장, 안전한 임신중지 의료 환경을 위한 의료 체계 구축, 상담과 정보 제공 체계 마련, 연계 지원 체계 구축 등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고 해야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결과, 여전히 모든 시스템이 ‘낙태죄’의 시대와 다름없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다.보건복지부의 무책임이 임신중지 시기 지연,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를 지속시키고 있다
: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 정보 제공 및 상담, 지원 연계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료인들도 여전히 안전한 유산유도제와 시술 도구, 임상 가이드와 교육을 보장받지 못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어렵다. 이에 임신중지 시기가 늦어진 사람들은 더 큰 비용과 건강상의 부담을 안고 있으며 또 다른 처벌의 위험에 놓이고 있다. 비범죄화 이후에도 임신중지 시기 지연,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가 지속되는 이유는 입법 공백 때문이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의 권리 보장 책임 방기의 결과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불평등하게 전가되고 있다
: 보건복지부가 입법 핑계만으로 7년을 무책임하게 버티는 동안 임신중
지 시기 지연, 건강에 더 부담이 되는 의료환경, 실질적인 양육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의 부담은 청소년, 이주민과 난민, 경제적 취약층, 젠더폭력 피해자, 의료 취약 지역 거주자 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에게 더욱 불평등하게 전가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해놓고 ‘살인죄’ 수사의뢰부터 한 보건복지부를 규탄한다!
: 불평등한 현실에서 임신한 사람들과 의료인들이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방치해놓고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죄’ 수사의뢰부터 한 복지부를 규탄한다!
더 이상 우리를 처벌받게 만들지 말라!비범죄화 이후의 기준은 법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 14주, 24주 같은 주수 기준, 어떤 사정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사유 기준은 모두 실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이다! 책상 앞에서 허용 기준을 논하지 말고 우리의 현실부터 제대로 연구해라. ‘낙태죄’ 폐지 이전부터 비범죄화 이후까지, 우리가 경험한 현실이 바로 살아있는 근거다. 우리의 현실에서부터 권리 보장 시스템 구축을 시작하라!
⬛ 발언문 1. 나영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SHARE 대표)
안녕하세요.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에서 활동하는 나영입니다.
한 대학생이 임신중절 수술을 원하는 여성 27명에게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알려주고 수술 예약을 해주는 등 낙태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인터넷 블로그 등에 ‘낙태 가능 병원 상담 카톡 문의’ 등의 글과 함께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올리고, 병원을 연결한 뒤 소개비 명목으로 건당 10만원에서 30만원을 챙겼습니다. 언제 일어난 일일까요? 2013년의 일입니다.
한 남성은 ”임신중절(낙태)을 돕겠다"며 임산부를 유인해 성폭력을 저질렀습니다. 가해자는 지식인 서비스에 “수술을 도와준다"는 글을 올려 임신 6주의 임산부를 유인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산부인과 병원 사무장이라 속이고 피해자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언제 일어난 일일까요? 2010년의 일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2010년은 진오비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낙태 시술 병원을 고발하겠다고 나서면서 대부분의 병원이 임신중절 시술을 거부했던 때입니다. 2013년은 ‘낙태죄’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내리면서 병원을 찾는 일이 극도로 어려웠던 때입니다. 태아는 빠르게 커지는데 병원을 찾기 어려우니 시간은 계속 가고 경제적 어려움과 고립, 상대방의 폭력, 일이나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임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여성들은 정말 절박하게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겨우 어렵게 병원을 찾아 임신중지를 한 이들 중 일부는 ‘낙태죄’로 고발하겠다는 상대 남성의 협박과 폭력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2026년인 지금, 우리는 또다시 한 여성이 브로커를 통해 병원을 찾고, 고액의 수술비를 내고,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는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브로커들이 소개한 병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시설을 폐쇄한 것으로 신고한 뒤, 임신 후기 산모만을 대상으로 고액의 수술비를 받고 임신중지 수술만 하고 있는 병원이었습니다. 병원장은 산모를 진단한 후 산모에게 의료적인 안내와 상담을 한 것이 아니라 상담실장을 불러 산모에게 천 만원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진 돈이 100만원 밖에 없었던 이 여성은 지인에게 돈을 빌려 겨우 900만원을 마련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네.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소위 36주 브이로그 사건의 당사자 이야기입니다.
어제 한겨레 신문은 지난 7년 동안 있었던 임신중지 관련 사건 판결문을 분석한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61건 중 16건에서 임신중지를 한 여성들이 상대방으로부터 협박을 경험했습니다. 수술 비용을 벌게 해주겠다며 성매매를 시키거나, 미프진을 사줄테니 돈을 보내라고 한 뒤 잠적하거나, 전 연인에게 임신중지 비용을 요구했다가 감금, 폭행을 당한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시기를 놓치고 임신중지를 하지 못한 여성들은 고립된 상황에서 출산하고 영아살해의 피고인이 되었습니다.
세상은 임신중지라는 하나의 사건을 봅니다.
하지만 당사자에게 그 사건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또다른 존재의 삶이 걸린 일이고, 한 사람의 삶을 둘러싼 수많은 불평등과 부정의가 연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낙태죄’가 존재했던 66년의 시간 동안 처벌 말고는 아무 관심도 없었던 국가는 ‘낙태죄’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지금까지도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에 요구합니다.
현실을 먼저 제대로 파악하십시오. 책상 앞에 앉아서 임신중지한 여성 중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처벌하는 게 합리적일지를 따지며 개정안을 논의하지 말고, 낙태죄로 인해 불법화된 환경 속에서 국제적 임신중지 임상 가이드에서 한참 뒤쳐져버린 한국의 보건의료 현실을 보십시오. 제대로 된 상담과 정보를 제공받는 대신 여전히 비밀상담을 해야하는 현실, 아직까지도 브로커를 통해 약이나 병원을 찾아야 하는 현실, 부모나 상대 남성의 동의를 확인해야 한다며 거절하는 의료기관들을 전전하다가 계속해서 임신중지 시기가 늦어지는 현실을 보십시오. 임신을 중지해도 유지해도 불안정한 노동 조건과 학교에서의 차별과 낙인, 가정폭력, 경제적 고립, 젠더폭력 속에서 홀로 모든 상황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부터 제대로 파악하십시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위기 임산부에게 익명 출산을 하면 된다고 말하는 국가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삶의 조건을 바꿀 국가입니다. 장애가 있는 이들의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법이 아니라 장애인의 삶이 시설이 아닌 사회적 관계 속에서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입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난민이 임신중지와 임신, 출산에 막대한 의료비를 감당하지 않을 수 있는 사회,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사회입니다.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젠더퀴어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자신의 삶을 존중받고 임신중지와 임신출산을 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새로운 법과 정책의 근거는 50년 전에 만든 다른 나라의 법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출산과 양육에 안전한 의료환경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듯이 임신중지에도 의료적, 사회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삶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꼭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국가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지원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병원 정보를 공유하고, 유산유도제를 전달하고, 친구의 병원에 함께 가주었습니다. 임신중지 후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병원비를 감당하느라 생계가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상대방의 폭행과 협박에 시달리지 않도록 서로를 도왔습니다. 우리가 7년 전에 이루어낸 비범죄화는 이러한 지원이 이 사회에서, 보건의료 체계와 상담, 지원 체계를 통해서 가능해지도록 하기 위한 시작이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하고 있고,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부가 움직이십시오.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투쟁!
⬛ 발언문 2. 임선희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안녕하세요. 한국여성단체연합 써니입니다.
활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종종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정보를 얻고자 하는 여성들의 절박한 전화였습니다. 당시에는 형법상 ‘낙태죄’가 아직 남아있는 때로, 많은 여성들은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지인을 통해, 여성단체를 통해 알음알음 서로 나눌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에 대한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며 기자회견을 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헌재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헌법 불합치를 결정하자 헌재 정문 앞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환호했습니다. 수많은 환호 안에는 이제 여성의 몸을 통제의 도구로 삼는 ‘낙태죄’가 더이상 없을 것이라는, 우리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2026년 4월,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형법 269조와 270조에는 ‘헌법에 합치하지 아니한다’라는 설명이 지금까지 계속 붙어있지만, 모두의 안전한 재생산권은 여전히 보장되고 있지 않습니다.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여성들은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찾거나 의료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고, 의료 현장에서도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여 임신중지를 필수 의료서비스로 인식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먹는 유산유도제 도입이 계속 지연되어 여성들은 온라인 상에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하며 어렵게 약물을 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죄로 기소된 여성의 소식도 얼마 전 들었습니다.
지난 7년간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고, 성과 재생산 권리가 보장되지 못한 것의 큰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습니다. 지난 7년간 수없이 대체 입법 마련과 먹는 유산유도제 도입,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외쳐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입법 공백을 줄이고, 여성들의 건강권이 보장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를 정책으로 시행해야 할 책무가 있는 보건복지부는 입법을 핑계로 실제 적극적인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보수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끊임없이 책임을 방기하고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권리를 내팽겨치는 보건복지부는 이제는 제발 하루빨리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가이드와 보건의료 체계를 마련하십시오. 이제 더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문 3. 권나민 (플랫폼C)
안녕하세요. 플랫폼c에서 활동하는 나민입니다.
괴팍한 마음으로 자리에 섰습니다.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몸 여기저기가 끓어오르는 느낌입니다.
저에게 섹스는 삶의 구체적인 문제입니다. 살아가는 일이란 결국 몸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모든 관계 맺음은 신체를 바탕으로 이루어집니다. 기쁨부터 적대까지, 다시 위로부터 거부까지. 모든 의사소통은 나의 몸과 상대의 몸이 서로를 발견하고, 모방하고, 개입하고, 조율하는 등 무수히 많은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나 이때의 몸은 동질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섹스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할 때, 이 몸에 내재한 비대칭성은 노골적으로 분명해집니다.
섹스하는 몸은 일순 음탕한 것으로, 죄로, 흠으로, 수치인 것으로 이동합니다. 동시에 어떤 섹스하는 몸은 자랑으로, 능력으로, 권력이자 가치로 이동합니다.
살아가는 일이 몸의 일이라는 말은, 이 몸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함께합니다. 이 몸이 여성의 몸일 때,
여성의 몸으로 사는 일은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우리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여기, 이 자본주의 체계에서 여성의 신체는 권력 관계와 권력 기술이 전개되는 대상이자 재생산과 부불노동을 위해 기능할 것이 강제되며 국가와 남성에 의해 규율되고 전유되는 착취의 장으로 기능합니다.
섹스는, 몸과 몸이 관계하며 소통하는 상호성에 기반하지만 이성애 섹스에서 힘의 역학은 분명히 비대칭적입니다.
여성인 나는 강제된 태도, 훈련 받은 이미지를, 상처와 위험을 감수하고 함구합니다. 나의 방식을 찾기도 전에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수행합니다. 상대를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이 외려 나 스스로를 침묵시키거나 갈피를 잃게 합니다. 관계를 가장 잘 작동하기 위한 방법은 떄때로 나를 포기하는 일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여기의 여성인 나의 몸을 다시 생각합니다. 착취와 폭력의 한복판에 위치하는 나의 몸. 그렇기에 저항의 장이자 돌봄과 회복, 새로운 관계성을 일궈내는 투쟁의 장인 여성의 몸을 생각합니다.
'캘리번과 마녀' 에서 실비아 페데리치는 임신중절이 여성들의 오래된 지혜였다고 말합니다. 남성들이 강제로 여성들의 지혜를 불에 태워 마녀사냥을 벌이기 전까지 말입니다. 재생산과 관련된 여성들의 지식을 가로막고, 여성의 신체를 인구증가와 노동력의 생산과 축적을 위해 사용하려는 국가의 통제와 폭력은 ‘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합니다.
여성들은 여전히 병원에 가서 임신중절을 요청하기 어렵습니다. 정보를 나누기도, 상담을 받기도, 중절 이후의 과정에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이에 우리는 7년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보건 복지부를 규탄합니다. 낙태죄 비범죄화는, 삶의 일인 몸의 일이 착취가 아닌 해방적인 관계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제도적이고 구체적인 권리 보장 체계와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는 복종을 거부하며, 불타지 않는 오래된 지혜를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여성의 몸으로 사는 일. 욕망하고 섹스하고, 사랑하고 실패하는 그 모든 일이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움, 존엄함, 기쁨, 더 큰 풍요로움과 함께할 때까지 우리는 계속 투쟁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투쟁!
⬛ 발언문 4.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일하는 여성의 몸과 일하지 않는 여성의 몸이 분리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입니다. 임신중지가 권리라는 것은 임신중지를 그 어떤 압박과 강요 없이, 경제적 사회적 접근성이 보장된 상태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임신중지는 더 이상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임신중지도 재생산권리로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실제 여성의 재생산권리를 인정하고 있을까요? 사회적 자원과 시스템이 만들어졌을까요?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아직도 유산유도제는 보급되지 않아 약물이 아닌 시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아 병원마다 부르는 게 값입니다. 올해 3월 임신중지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도록 하는 법을 손솔의원이 발의되었습니다만 아직 논의도 안 되었습니다. 임신중지로 인해 필요한 휴식, 즉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유급휴가를 주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 이은주 의원이 발의라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도 피해를 입을 뿐만 아니라 쉬지를 못해 건강도 해칩니다. 제가 아는 여성노동자는 임공임신중지 수술엔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고 그것도 고액의 현금으로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낙태죄가 폐지된 지 7년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뿐만 아니라 수술 후 휴가를 쓰려고 병원에 연락했더니 관련 증빙을 해줄 수 없다는 어이 없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발표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 중 47.7%만이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를 보고도 보건복지부는 무엇을 했습니까. 입법 핑계는 그만 하십시오!
적어도 입법 핑계를 대려면 복지부가 해당 법안이라도 발의하고 말하십시오.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단체협약에 임신중지여성에 대한 유급휴가보장이 포함되어 있지만 공공기관은 법핑계를 대며 합의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적어도 유급휴가는 아니라도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라도 했다면 어땠을까요? 적어도 고용노동부가 회사에 임신중지 여성노동자들에게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이라도 냈다면, 단체협약 체결 안내에 포함되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여전히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는 임신중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거나 국가책임이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기에 생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묻고 싶습니다. 일하는 여성과 임신하는 여성과 임신중지하는 여성은 나뉜 존재입니까. 누구나 임신을 할수 있고 누구나 임신중지를 할 수 있어야 권리 아닙니까. 일하는 여성들에게 휴가도 건강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현실은 국가가 임신중지를 사회적 권리로 인정하지 않는단 뜻입니다. 여성의 생애는 국가가 원하는 방식이나 기업이 원하는 방식인 ‘출산의 존재’나 ‘일하는 존재’로 분리되어 살아가지 않습니다. 여성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하고 쉬는 환경에는 재생산권 보장이 포함됩니다. 여성이 아닌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등 성소수자에게도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정부는 일하십시오, 재생산권에는 출산과 양육만이 아니라 임신중지도 포함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국제인권기준을 기억하고 공뮤를 하시기 바랍니다.
⬛ 발언문 5. 김주희 (널싱페미 공동대표)
<법은 사라졌으나 국가는 방관한다: 임신중지 암시장으로 내몰린 여성들을 목격하는 간호사들의 선언>
안녕하십니까. 간호사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널싱 페미’ 활동가 김주희입니다.
오늘 우리는 임신중지 합법화 7주년을 맞아 이 자리에 섰습니다. 7년이라는 숫자가 무색하게도, 오늘 우리가 마주한 광장은 축제가 아니라 여전히 치열한 전장입니다. 간호사들은 병원의 흰 복도에서, 수술실의 차가운 조명 아래서 이 전장을 매일같이 확인하고 있습니다.법은 사라졌지만,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고 검열하려는 가부장적 국가 권력과 의료 자본의 그물은 단 한 코도 느슨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저는 '기념'이 아니라 '투쟁'을 위해 이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여러분,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36주 임신중지 수사' 사건을 보셨을 겁니다. 묻고 싶습니다. 한 여성이 36주라는 극한의 상황에 몰릴 때까지 공공 의료 시스템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상담 지원 체계는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작동했습니까? 국가는 입법 보완이라는 최소한의 의무조차 방기하며 거대한 '회색지대'를 만들어놓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오로지 개인의 부도덕함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보호가 아니라 폭력이며, 정치가 아니라 탄압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유산유도약물, 즉 미프진의 도입 문제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지가 언제인데, 대한민국 보건 당국은 4년 넘게 도입을 뭉개고 있습니다. 약물이 없는 공백기 동안 여성들은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가짜 약을 구하기 위해 SNS 암시장을 떠돌며 자신의 목숨을 건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제약 자본의 눈치를 보고 보수 종교계의 입김에 휘둘려 약물 승인을 미루는 행태는 명백한 ‘살인 방조’와 다름없습니다. 제약사의 이윤보다 여성의 생명이 우선입니다. 식약처는 즉각 약물을 승인하고, 여성들이 의료인의 가이드 아래 안전하고 자율적으로 자신의 몸을 돌볼 수 있게 하십시오.
임신중지 서비스가 공공 의료 체계로 들어오지 못하고 비급여 시장에 머물러 있는 한, 병원은 여성의 고통을 수익 창출의 수단으로 삼을 뿐입니다.
널싱 페미는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맹세합니다. 병원 복도에서, 수술실 문앞에서, 그리고 지역사회 모든 곳에서 우리는 환자의 숨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듣는 사람들로서 환자의 손을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모든 물리적·정신적 침습에 맞서, 여성의 편에 서서 그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끝까지 보호할 것입니다.
모든 여성이 공포와 수치심 없이 자신의 몸을 마주할 수 있는 날까지, 임신중지가 특별한 사건이 아닌 당연한 보건 권리로 자리 잡는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재생산 권리는 누군가에게 '허락'받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의 몸은 오직 그 몸을 살아내는 당사자의 것입니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그 중단에 관한 모든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음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우리의 몸은 국가의 소유가 아닙니다. 우리의 선택은 당신들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주인이며, 우리의 권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외칩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문 6. 혜림 (행동하는간호사회)
보건의료 현장에서 연대의 손을 맞잡으며 :
"간호사는 환자의 곁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 곁은 단지 병실 안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삶과 존엄이 흔들리는 모든 현장에 함께 서고자 합니다."
반갑습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입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으로부터 7년이 흘렀습니다. 처벌의 시대는 끝났다고 하지만, 우리 간호사들이 마주하는 의료 현장의 시계는 여전히 멈춰있는 듯합니다.
간호사로서 우리는 묻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습니까?
여전히 유산유도약물은 도입되지 않았고, 임신중지 의료 행위는 건강보험 체계 밖에 머물러 있습니다. 누구는 비싼 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누구는 안전한 병원을 찾아 전국을 헤매야 합니다. 이러한 보건의료 시스템의 부재는 결국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의 건강권을 가장 먼저 위협합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부와 사회에 세 가지를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첫째, 임신중지를 더 이상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 ‘당연한 의료’로 만들어야 합니다. 돈이 있든 없든, 내가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없이 누구나 가까운 병원에서 안전하게 진료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임신중지에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하고, 공공 의료 체계 안에서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합니다.
둘째, 안전한 유산유도약물을 하루빨리 도입하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미 세계보건기구가 필수 의약품으로 지정한 약조차 우리나라에선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공백 때문에 많은 이들이 위험한 경로로 약을 구하며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안전한 약물을 승인하고, 사람들이 믿고 찾아볼 수 있는 정확한 의료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셋째, 우리 보건의료인들이 편견 없이 환자를 맞이할 수 있도록 교육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합니다. 병원에 온 환자가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낙인을 경험해서는 안 됩니다.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이 현장에서 당당하게 ‘안전한 돌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인권 중심의 명확한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관련 교육을 강화해 주십시오.
간호사에게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옹호할 윤리적 의무가 있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고독한 순간에, 비난이나 위험이 아닌 '안전한 돌봄'이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앞으로도 이 연대의 길에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병원 문턱을 넘어, 모든 이의 삶터에서 재생산 정의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민들레 홀씨처럼 끈질기게 연대하고 행동하겠습니다.
2026년 4월 11일
행동하는 간호사회
⬛ 발언문 7. 강경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
안녕하세요.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강경연입니다.
오늘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지 7년이 되는 날입니다. 우리는 7년 전, 2019년 이 날을 기억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분명히 선언했습니다. 그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우리는 믿었습니다.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시스템은 없고, 책임은 없고, 여성들은 여전히 각자도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세계보건기구 WHO는 이미 20년 전, 먹는 임신중지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습니다. 수술과 비교해 효과는 동등하고, 안전성은 높으며, 마취나 입원 없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는 이미 바뀌었습니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에서는 약물적 임신중지가 95% 이상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떻습니까?
임신중지약은 지금도 도입되지 않았습니다. 불법 유통되는 약을 개인이 알아서 구하고, 정보도, 보호도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현실. 이것이 과연 2026년 대한민국의 모습입니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분명히 말합니다. 임신중지약의 불법 유통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약 접근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임신중지 권리는 여성의 건강권이자, 인권의 문제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를 필수의료서비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지난 7년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여성들의 건강권과 생명은 방치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경험했습니다. 국가는 필요할 때는 피임약을 보급했습니다. 출산율 정책에 따라 약을 허용하기도, 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편의가 아니라, 권리의 보장입니다.임신중지에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서비스는 당연히 건강보험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피임약, 임신중지약, 관련 진료까지 모두 공공의료체계 안에서 보장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임신중지약 ‘도입’이 아니라 실질적인 접근성 보장을 요구합니다. 비싼 가격, 과도한 의료기관의 방문, 불필요한 규제는 또 다른 장벽일 뿐입니다. 누구나, 필요할 때, 안전하게 임신중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임신중지약 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실행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분명히 요구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마십시오. 핑계 뒤에 숨지 마십시오. 식약처는 임신중지약을 즉각 허가하고 복지부는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합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의료, 상담, 지원체계를 지금 당장 구축해야 합니다.
7년이면 충분합니다.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명분도 없습니다. 안전한 임신 중지 권리는 더 이상 미뤄질 수 없습니다.
모두에게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하라!
보건복지부가 책임져라!
⬛ 발언문 8. 약물 임신중지 경험 여성 발언
[대독] 공혜원 (성적권리와재생산정의를위한센터셰어SHARE)안녕하세요. 저는 애 셋 키우는 엄마입니다. 저는 갑자기 원치 않은 임신을 했고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화가 납니다. 남편한테 그날 계속 싫다고 했습니다. 힘들다, 안 하고 싶다, 몇 번을 말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부부인데 좀 어떠냐고. 부부면 제 말은 다 무시해도 되는 건가요? 싫다는 사람 붙들고 억지로 하는 거 강간입니다. 강간.
그렇게 원치도 않게 임신이 됐습니다. 이미 애 셋 키우느라 뼈마디가 다 쑤시고, 하루하루 버티는 것도 죽을 맛인데 또 임신이라니요. 눈물부터 났습니다. 애들이 싫어서가 아닙니다.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내가 죽을 것 같았습니다. 매일매일 망가져 갔고 어떻게 아는 사람이 방법을 찾아 줘서 임신중지를 했습니다. 저는 다행스럽게도 초기에 약을 먹고 임신중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애들 학교 보내놓고 혼자 집에서 약 먹고 배가 아파서 끙끙 앓았습니다. 그때 느낀 외로움과 무서움은 말도 못 합니다. 아니, 왜 여자들은 아직도 이런 약 하나 제대로 못 구해서 숨어서 벌벌 떨어야 합니까? 제가 죄인입니까?
부부니까 참으라는 말이 지긋지긋합니다. 제 동의 없는 관계가 임신이 되고 고생은 결국 저 혼자 다 했는데 이게 어떻게 공평한 세상입니까?
저 같은 아줌마들도, 아니 대한민국 어떤 여자라도 더 이상 울고 불안해하지 않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 이야기가 저랑 비슷한 고민 하는 분들한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네요.
⬛ 발언문 9. 수술 임신중지 경험 여성 발언
[대독] 구구 (한국여성민우회)사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조용히 지나가고 싶었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근데 그게 잘 되지않았습니다.그래서 오늘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저는 마흔에 제가 원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관계를 겪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기억의 중간이 뻥 비어 있습니다. 임신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진짜 아무 생각도 안 났습니다.
밤마다 검색만 엄청했습니다. 여기에 가도 되나. 이거 괜찮은 거 맞나. 이상한 후기들도 많고 광고 같은 글도 많고 뭐가 진짜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 혼자 어떻겐 모든 것을 정해야 했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내가 지금 해야만 하는 이 ‘선택’들이 너무 기이했습니다. 저한테 그건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든 무조건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임신을 계속 가져가는 건 제 삶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근데 그 선택을 실행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돈도 문제였고, 주수가 늘어날수록 혹시 더 늦으면 어떡하지, 병원에 가면 의사가 뭐라고 물어볼까, 내 인생이 여기서 끝나는 건 아닌가 진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수술을 마친 뒤에도 그냥 끝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 삶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말하는 게 정말 처음입니다.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낙태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진짜 그냥 살기 위해 필요했던 일이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언문 10. 해바라기센터 근무 간호사 발언
[대독] 김성이 (시민건강연구소)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해바라기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해바라기 센터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수많은 여성과 청소년, 그리고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리고 그중에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히 약을 처방받거나 수술을 받는 '의료 서비스'만이 아닙니다. 자신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 철저히 비밀이 보장되는 것, 누구에게도 함부로 판단받지 않을 권리를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의료 현장 역시 아직 충분히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어느 병원을 가야 안전한지 몰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 막대한 비용 부담 때문에 결정을 미루는 경우, 그리고 어렵게 찾아간 병원에서 의료진의 편견에 다시 한번 상처를 입고 센터를 찾으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피해자는 자신의 몸에 대해 다시 설명해야 하고, 고통을 증명해야 하며, 때로는 불필요한 의심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누구도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두려움 속에서 내리지 않도록, 누구도 도움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우리는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변화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고, 멈춰서도 안 됩니다. 피해자의 회복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제대로 된 의료 체계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발언문 11. 산부인과 간호사 발언
[대독] 민희 (플랫폼C)안녕하세요. 저는 산부인과에서 매일 여성 환자를 마주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복잡한 법 보다도 병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환자분들의 눈, 원치않는 임신으로 인해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 여성들의 불안, 혼자서 두려움를 감내하다 흐르는 눈물입니다. 법을 만드시는 분들이 직접 환지를 보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 분들은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여성이 아니라, 기초의료가 절실히게 필요한 국민들입니다.낙태죄가 없어진 지 7년이나 됐다는데, 병원 안에는 정말 말 못 할 고민과 벼랑 끝에 선 선택들이 가득합니다.
임신중지 상담하러 온 분들은 병원 입구에서부터 죄인처럼 들어서십니다. 가끔 인터넷에서 이상한 약 사 먹고 몸이 다 상해서 오시는 분들을 뵐 때면, 대체 이 나라는 뭘 하고 있나 싶어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분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병원까지 와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것입니다. 의료진이 자기를 ‘함부로 몸 굴린 사람’이라며 손가락질할까 봐 그게 제일 무섭다고 하십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옆에서 계속 말씀드립니다. "임신중지도 환자 분께서 마땅히 받아야 할 치료일 뿐"이라고요. 병원은 치료하는 곳이지, 누가 잘했나 못했나 심판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 임신중지는 돈 있는 사람만 몰래 하는 수술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하고,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서 가짜 약을 찾아 헤매는 건 명백한 국가의 책임입니다. 누구나 걱정 없이 병원에 와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 간호사들도 환자 곁에서 당당하게 도울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규칙이 필요합니다.
내 몸에 대한 결정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고, 저희 간호사들은 그 결정이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옆에서 지켜주는 사람이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7년 전의 변화는 시작일 뿐입니다. 모든 여성이 자기 몸을 당당하게 마주할 수 있는 날까지, 임신중지가 당연한 보건 권리가 되는 날까지, 저도 간호사로서 여러분 곁을 끝까지 지키겠습니다.
⬛ 발언문 12. 리나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
[대독] 백경화 (장애여성공감)많은 사람들이 ‘임신중지’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여성’만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트랜스젠더 남성, 논바이너리 등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임신을 경험하고, 임신중지를 필요로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존재는 의료 체계 안에서도, 법과 정책 안에서도 철저히 지워지고 있습니다.
지워진다는 것은 단순한 ‘보이지 않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곧 위험입니다.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진료를 거부당하고, 혐오와 차별 속에서 적절한 정보를 얻지 못하며,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내몰리는 현실. 임신중지를 필요로 하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마주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는 단지 ‘몇주차 까지의 시술의 합법화’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차별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의료 환경, 자신의 정체성을 존중받으며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 경제적 부담 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공적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의료진 교육, 성중립적 진료 환경, 포괄적인 성·재생산 권리 보장 등 모든 것이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도 7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권은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요구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지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할 것을,
트랜스젠더와 다양한 성별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차별 없이 진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을,
의료현장에서의 혐오,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를 지우지 마십시오.
우리를 위험에 내몰지 마십시오.
함께 싸우고, 함께 바꾸어 나갑시다. 다양한 성별정체성을 가진 우리의 존재가 존엄하게 인정받는 사회,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 접근권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함께 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발언문 13. 신생아실 간호사 발언
[대독] 새길 (한국여성민우회)안녕하십니까. 저는 매일 세상에 갓 태어난 작은 생명들을 품에 안고, 아기들의 첫 숨을 함께하는 신생아실 간호사 입니다.
"신생아를 돌보는 간호사가 왜 임신중지를 지지하느냐“ 라고 묻는 분들도 분명 계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생아실에서 매일 생명의 경이로움을 목격하기에, 역설적으로 임신중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간호사로서 제가 배운 '돌봄'은 단순히 숨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 생명이 이 세상에 안착할 때까지 그를 둘러싼 환경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어떻습니까? 때로는 억지로 낳으라고 강요만 할 뿐, 그 뒤에 펼쳐질 고통스러운 삶과 그 삶을 홀로 감당해야 하는 여성의 고립에는 철저히 침묵합니다.
저는 감히 말합니다. 진정으로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는 무조건 낳으라고 윽박지르는 사회가 아닙니다. 어떤 아이가 이 세상에 발을 내디딜 때, 그 아이를 맞이하는 엄마의 마음이 공포와 절망이 아니라 '준비된 환대' 가 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사회가 진짜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입니다.
임신중지 합법화 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정보가 없고 약물은 도입되지 않았으며 병원 문턱은 높기만 합니다. 여성이 자신의 삶을 고려해 내린 선택이 여전히 '범죄'나 '부도덕'으로 치부되는 한, 그 사회에서 태어나는 생명들 또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여성의 신체 주권이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생명은 국가의 도구나 인구 정책의 수단으로 전락할 뿐입니다.
저는 신생아실에서 아기들의 기저귀를 갈고 수유를 도우면서 매일 다짐합니다. 이 작은 생명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여성도 원치 않는 임신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여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을 때, 그 여성이 선택한 생명 또한 가장 귀하게 대접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에 요구합니다. 이제는 방관을 멈추십시오. 임신중지 서비스를 공공 의료 체계 안으로 편입하고, 유산유도약물을 즉각 도입하십시오. 여성이 안전하게 결정하고,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돌봄입니다.
7년 전의 변화는 시작이었습니다. 이제는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생명이 환대받으며 시작될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여성이 자신의 몸과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저 역시 신생아실의 간호사이자 페미니스트로서 끝까지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생명 존중은 여성의 신체 주권 보장에서 시작됩니다. 국가는 더 이상 방관 말고, 안전한 임신중지 체계를 수립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발언문 14. 유지연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이너)
지난 30년간 60개국 이상이 임신중지를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개방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바꿔왔습니다. 프랑스는 임신중지 권리가 헌법에 명시되도록 헌법을 개정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임신중지약을 도입하고 건강보험을 적용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한국에서는 무려 7년 전에 임신중지가 비범죄화 됐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명확한 제도를 마련하지 못해 여성들을 ‘회색지대’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제도적 미비가 아니라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그리고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인권기준을 정면으로 맞서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집에서 임신을 한걸 알게 되면 저는 쫓겨나요” “온라인으로 약을 샀는데 가짜는 아닌지 걱정돼요” “병원은 어떻게 찾고 돈은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해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정부는 이해하고 있습니까?
임신과 임신중지에 관련된 결정은 매우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으로, 무엇보다 당사자 본인의 판단을 존중하여야 합니다. 국가는 수동적인 임신중지 비범죄화를 넘어 적절한 의료 지원과 보호 체계를 마련하여 당사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
임신중지는 필수 의료권리이자 인권입니다.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권리보장을 위해 단호하게 행동하십시오.
따라서 국제앰네스티는 요구합니다.
보건복지부는 모자보건법 제 14조를 개정하고, 임신중지를 전면 합법화하라!
보건복지부는 유산유도제를 즉시 도입하고,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하라!⬛ 발언문 15. 현빈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낙태죄가 폐지되어도 살인죄로 처벌 받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서, 성차별적 세상에서 법의 본질은 약자들을 처벌하는 것에 있는지 되물어보게 됩니다. 3월 4일, 서울중앙지법은 후기 임신중지를 이유로 살인죄로 기소된 여성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임신중지 수술 사실이 당사자의 SNS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이 되자 보건복지부가 수사 의뢰를 한 것입니다. 임신중지가 절실한 여성에게 자원과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야 할 복지부가 먼저 살인죄 수사의뢰를 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분노스럽습니다. 세계의 극우 세력들이 임신중지를 포함해 성적, 재생산권을 파괴하려는 정세에서, 여기 모인 우리는 내란 수괴를 몰아내고 약자들의 권리가 신장된,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습니다. 그 투쟁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정부는 공백을 채우려는 노력 없이, 또다시 임신중절을 이유로 살인죄를 적용하여 처벌하려는 성차별적 관행을 따르고 있습니다.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된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부는 책임 회피로 일관하며 임신중지를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왔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초래하고 책임지지 않는 성차별적 남성문화와, 불안정한 여성을 이용해 돈 버는 사람들은 묵인하면서, 임신중지가 절실한 여성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하고, 수평적 동의 역량을 기르기 위한 포괄적 성교육은 외면해왔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임신뿐만 아니라, 출산, 양육, 관계를 유지하는 감정과 돌봄, 이 모든 것들이 '여성의 역할'이라고 여기는 성차별적 사회입니다. 부여된 성별 역할을 거부하면 여성 개인이 이기적이라며 도덕적 결함으로 낙인찍고 처벌하려는 모습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봐왔던가요. 규범 바깥 여성에 대한 처벌과 낙인은 성차별적 사회를 유지하는 원리입니다. 임신중지가 필요한 여성들을 사각지대에 방치하는 것도 마땅히 보장해야 할 권리를 국가가 회피하는 것과 다름 없기에 성차별입니다.
활동 현장에서 임신중지가 필요한 이들을 드물지 않게 만나게 됩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구매자에 의해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매매 과정에서 관계의 조건을 협상하기엔 성매매 여성과 성구매자의 관계가 매우 불균형하며, 구매자에 의한 스텔싱 범죄는 흔히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임신중지가 여성 개인의 몫으로 남겨져 있는 상황은 성매매 여성들을 더 열악한 상황으로 밀어넣습니다. 한편으로 출산을 원하는 성매매 여성은 ‘음란한’ 여성이기 때문에 자격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고, 많은 여성들은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자원을 갖기 힘든 환경에 있습니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고 임신중지를 개인이 감당하게 만드는 사회는, 사회적 약자들을 고립시켜 폭력적이고 취약한 상황에 더욱 노출시킨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정부와 복지부는 임신중지 권리보장 요구를 외면할수록, 당신들이 임신중지 혹은 출산을 희망하는 여성과 태아의 삶도 더 열악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은 당사자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안전한 임신중지는 출산에 필수적입니다. 우리는 국가가 정한 협소한 조건 없이, 우리의 몸을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강제 없이, 우리의 몸의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건강, 안전, 재생산권을 보장받길 원합니다. 그래서 임신중지와 연결된 보건의료체계, 상담, 건강보험, 유산유도제 도입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복지부와 식약처가 7년동안 방치하면서 낙태죄 대신 살인죄로 또 처벌을 의뢰하는 동안,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더 탄탄하게 뒷받침할 힘을 만들어 왔습니다. 지금 이 집회에서 나오는 이야기로부터 비범죄화의 공백을 채워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