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후기] 파면 1주년, 차별금지법 만드는 페미들의 작당모의
2026년 4월 4일 토요일, 강북노동자복지관 대강당에 페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 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지 1주년이기도 합니다. 파면 1주년, 페미들은 왜 여기 모였을까요?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도모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지난 광장에서 극우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외쳤습니다. 소설가 정보라는 극우와 파시즘은 ‘수직적인 질서가 잡힌 사회’를 이상화하는 권위주의적 속성을 가진다고 짚으며, 수직적 질서는 불평등한 사회를 자연화한다고 짚은 바 있습니다(🖇경향신문, “차별금지법과 극우”, 정보라의 세상 속으로, 2026.02.10.). 불평등은 차별도 만들고, 권위주의도 만들고, 극우도 만드는 것이지요. 다시 강조하자면, 차별과 권위주의와 극우의 토양을 막기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이 날 모인 100명의 페미들은 이 점을 잘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페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한국 사회에서 멸칭으로 쓰이기도 하는 ‘페미’는 페미니스트의 줄임말로, 성평등을 위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들을 뜻합니다.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있는 나라다보니 ‘페미’를 험악하게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데, 이렇게 설명하니 얼핏 온건해보이지요. 하지만 차별을 반대하고 평등을 주장하는 일은 생각보다 급진적이기도 합니다. 또 생각보다 다양하기도 하고요.
이를 증명하듯, 강북노동자복지관에 모인 100명의 페미들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일하는 페미니스트, 짜증난 트위터리안, 답답한 말벌동지들, 기도하는 페미니스트, 글쓰는 페미니스트, 여성폭력 타파하는 페미니스트, 정치에 빡친 페미니스트, 퀴어 페미니스트, 디자인하는 페미니스트, 행동하는 페미니스트… 세상엔 정말 다양한 페미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멋진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이 한데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를 이야기했지요.
모임을 열며,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 ‘차별금지법의 의의’를 이야기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피해자가 차별에 맞설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법이란 사실을요.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성적 지향, 학력, 병력, 출신 국가, 언어, 가족 형태 및 가족 상황, 범죄 및 보호처분 전력’을 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고 했을 때 여성단체들이 반대 성명을 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성명은 “우리는 여성 인권 문제를 다른 모든 사회적 차별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썼고, 또 “다른 차별을 묵인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 금지’의 수혜자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라고도 썼지요. (2007년 공동성명, “사회적 차별을 조장하는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 🖇https://sisters.or.kr/activity/law/639) 그렇기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야말로, 페미가 페미답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좌표라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학생들이 겪고 있는 성폭력 피해를 알렸다가 부당 전보를 당한 지혜복 교사는, 이에 맞선 투쟁을 벌이는 현장의 이야기와 차별금지법의 필요를 엮어주었습니다.
이후 10개의 다양한 페미 모둠에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나는 OO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라는 소개로 시작해, 모둠별 초대 손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후 ‘OO하는 페미니스트’라는 주제에 맞는 질문에 서로 답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라는 공통질문에 모두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전체 토론 시간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해보고 싶은 활동을 서로 공유했어요. 기도하는 페미니스트 모둠은 차별금지법을 바라는 기도로 초대 이야기를 마쳤고요. 글쓰는 페미니스트 모둠은 다른 모둠보다 포스트잇에 빼곡하게 글을 써주셨습니다. 답답한 말벌동지 모둠은, 모둠별 토론이 끝나자마자 답답함을 참을 수 없어(?) 투쟁 현장으로 모두 달려나가셨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모습일 보일 때 ‘내 친구 얘기야’라고 인지시키며 소수자들의 얼굴을 만들어주자는 얘기. 더 많은 사람들과 차별금지법에 대한 대화를 나누자는 결심을 나누었습니다.
모둠별 토론 내용은 추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정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 둘러보기 : https://equalityact.kr/ )
참, 지난 3.8 한국여성대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원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기록한 패들릿도 공유합니다.
🖇 https://padlet.com/equalact2017/260308
“페미라면 차별금지법 필요하다”
“만들 때가 되었다!”
“우리 모두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4월 4일, 벚꽃이 마구 피던 토요일의 페미 작당모의는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단위로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참, 차제연 성명과 논평을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있었는데요. 차제연의 성명 논평이 많아서…! 2025년 중반부터는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홈페이지에 자주 접속하며 확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수수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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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여는 말하기 발언문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안녕하세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장예정입니다.
여러분 차별금지법 제정 원하시나요?
그쵸 오늘은 다들 차별금지법 만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함께 해보고자하는 페미니스트가 모인 자리이니 당연히 제정을 바라실겁니다. 그러면 이 질문은 어떨까요. 차별금지법이 뭘 할 수 있길래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많은 분들이 이 질문앞에서 멈칫 하십니다.사실 더 자세히 소개드리고 싶지만 오늘 주어진 시간이 10분뿐이라 딱 3가지만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첫째, 국가인권위원회가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미 인권위에서 유의미한 권고와 의견 표명이 나오고 있지만, 인권위법은 본래 인권위라는 조직을 설립하기 위한 법입니다. 인권위의 위상, 인적 구성, 역할의 근거가 되는 법이고, 차별을 다루는 조항은 채 몇개 되지 않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마치 차별이라 주장하는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 법으로 오해받고는 하지만, 실상 그 규정은 매우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입법이 20년 지연되면서 2006년 인권위 최초 권고시안보다 내용이 더 다듬어졌고, 그동안 해외 입법 사례도 축적되고 국내에서는 많은 연구들이 이어지면서 점점 더 정교한, 그리고 좀 더 나은 법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인권위 생각하면 정말 심란합니다만. 인권위는 여전히 차별사안을 다루는 핵심적인 국가기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의 후퇴가 우리에게 뼈아프게 다가오기도 하는데요. 인권위 정상화와 더불어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인권위가 더 잘 일할 수 있는 기구로 발돋움 하기 바랍니다.
둘째, 국가와 지자체가 차별을 예방하고 평등을 증진할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책무로 삼도록 합니다. 발의된 차별금지법안 모두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와 역할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3개 정도. 몇 개 되지 않는 조항이고, 중요하게 거론되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부분이다. 최근 정부가 혐오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나서면서 온갖 정책과 법안이 우후죽순 제안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차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섬세하게 접근할 문제입니다. 또한 무엇을 차별이라고 정의하는가. 그 기준이 법률마다 달라서는 곤란합니다. 차별금지법은 국가정책에서 차별을 판단하는 동일한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또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때그때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고, 우리나라 좋아하는거 있죠. 000 5개년 계획, 이런거요. 또한 차별예방, 평등증진을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로 명시합니다. 1년 전 우리가 파면시킨 내란수괴의 강력한 한마디가 있었죠.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수괴는 갔으니차별을 사적인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도 파면시키고 차별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도 앞당깁시다.
셋째, 피해자가 차별에 맞설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을 합니다. 차별금지법의 후반부가 주로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소송을 결심하는 피해자를 조력하고, 법원에 의견서도 낼 수 있다. 차별로 발생한 손해액의 2~5배 혹은 3~5배의 배상이 가능한 근거 규정을 둡니다. 법원은 적극적 조치를 명하거나, 긴급하다면 임의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타 민사소송과 다르게 차별행위가 있었음을 차별을 피해자가 입증한다면, 그 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거나 사실이 아님은 상대방이 증명토록 입증 책임을 배분합니다. 이 조항을 두고 반대측은 ‘이런 법리는 듣도보도 못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닙니다. 개별 차별금지법의 다수가 이미 시행 중인 조항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동일한 조항이 있습니다. 이런 조항들이 피해자가 차별에 더 잘 맞설 수 있는 도구로 역할합니다.
어떠신가요? 혹시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어서 실망하셨나요?
제가 존경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착각>의 저자이신 홍성수 교수님은 차별금지법을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하셨습니다.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 유연하지만 단호한 진전” 하루종일 차별금지법 생각만 하고 사는 저인데, 이보다 정확한 설명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느리지만 확실하고, 유연하되 단호하다니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제가 차별금지법의 가장 멋진 점을 하나 꼽자면, 피해자가 차별에 맞설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법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차별금지법의 제정은 차별에 맞서는 용기내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용감한 사회로 전진하도록 할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페미니스트 여러분들과 함께 그런 세상 만들어가겠습니다. 투쟁!
🌸오매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안녕하세요?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오매라고 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7년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에 함께 하고 있어요. 퇴사한 동료들, 20년 동안 울고 웃었던 동료들이 보고 싶을 때면 차별금지법을 떠올려요.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007년 6개 여성단체와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왜냐면 당시 법무부가 7개 차별금지사유를 빼버린 채 차별금지법을 입법예고 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여성단체들이 법무부에 반대 입장을 낸 것인데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우리는 여성 인권 문제를 다른 모든 사회적 차별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에 반대한다.” “다른 차별을 묵인함으로써 ‘성별에 의한 차별 금지’의 수혜자가 되는 것을 거부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페미니스트를 페미니스트로 존재하게 하는 중요한 과제인 것이지요.
20년이 흘렀네요. 지금은 어떨까요? 윤석열은 탄핵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지우는 '여성'이 지금도 지워집니다. 지금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개헌논의에서도 헌법 전문에 성평등이 들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는데, 어떻게 될까요? 예전엔 여성을 시혜적으로 올려쳤던 가부장제였다면 지금은 "내가 더 피해자다"라는 역차별담론, 한정된 자원을 두고 다투라는 정글-파이론이 기본이 된 듯 합니다. 그 사이 혐오는 미세먼지와 여성과 동물과 중국과 빈곤을 연결버리고 있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더 늦어질 수 없습니다.
저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세 가지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무엇을 살펴보게 하는가?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여러 단체들과 형법상 강간죄 개정운동을 하고 있어요. 강간죄가 폭행 또는 협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경찰이 송치 여부를 결정할 때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도, 재판에서 선고를 할 때도 저항여부, 폭행 여부를 따집니다. 때리고 협박하는 것만이 성폭력 개념으로 자리 잡다보니까 유포나 업무상 위력 간음은 성폭력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합니다. 동의 여부로 강간죄 구성요건을 개정하라는 것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성폭력이 실제로 어떤 불평등한 구조 위에서 가능했는지 드러내는 것입니다.
차별이라는 개념은 사회적 진전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채용할 때 여성이면 점수를 조작해서 탈락시켰던 기업의 문제는 임금을 공개하라는 정책으로 연결되고 이것은 고용형태에서의 젠더격차, 돌봄의 젠더격차 문제를 드러냅니다. 성폭력, 여성폭력이라는 도구가 사회의 평등을 진전시키고, 어떻게 동의가 부재했는지 들여다봐야 하듯이, 차별이라는 정책과 인식도구도 마찬가지입니다.
2. 기본법의 제정
양성평등기본법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있어서 정부는 기본계획을 마련해야 하는데요, 이 때는 여러 부처가 같이 참여합니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가 여성폭력 피해자 주거권 지원을 어떻게 하게 할 것이냐, 법원이 성차별적인 판결을 계속 내리는 것을 어떤 법리로 제어할 것인가, 행정안전부가 불법촬영을 방지하는 포스터를 모든 지하철역과 기차역에 어떻게 부착하게 할 것이냐가 여기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 또 직장 내 성희롱, 학교 내 성폭력, 딥페이크, 스토킹이 따로따로 작동되는 게 아니라, 연결된 계획과 역할 속에서 점검되게 합니다. 기본법이 있다고 해도,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이행하게 하려면 계속 목소리 내야 합니다. 그러나 기본법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차별금지법도 기본법으로서 한국사회에 존재해야 합니다.
3. 포괄적인
포괄적 성교육을 받게 해달라, 시민의 권리로 요구하고 있지요. 그런데 보수기독교 등 혐오세력은 이것을 엄청나게 반대하고 막아내고 있습니다. 그들이 하고 있는 성교육은 성경적 성교육으로 지칭하기도 하는데요, 성교육을 이성애적인 이분법에 근거하여 생식, 임신출산, 이성애적 성윤리 교육에 한정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포괄적 성교육은 미디어 리터러시, 또래 문화안에서 자신의 목소리 내기, 성적 관계에서의 동의 의사 형성과 표현, 이해와 소통, 성적 지향과 편견의 완화를 연결하고 있지요. 분절될 수 없는 것을 분절하려고 하는 것은 가부장적인 목적이나 목표를 실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여성폭력에서도 불법촬영의 경우 법조항에 행위가 분절되어 있어요. 촬영, 소지, 시청, 저장, 구입, 편집, 가공, 합성 – 이에 해당하느냐 아니냐로 따지다보니 실제로 일어나는 이미지 생성과 성적 목적으로 누군가의 인격을 탈취하는 행위 전반은 모래알처럼 빠져나갑니다. 스토킹도 마찬가지지요. 지금 교제폭력의 경우 분절적으로 이성애 관계만 해당되게 한다든지, 사실혼 이하 관계만 해당되게 하라는 등의 입법안까지 나와 있습니다.
차별금지법도 포괄적으로 보장되어야 차별이라는 행위의 특성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벚꽃이 피크인데요, 우리는 여기에 있어요. 같이 외쳐볼까요. 평등의 봄을 쟁취하자!
🌸지혜복 교사
즉석 발언으로 발언문이 따로 없습니다. 혹시 나중에 속기록 등을 받게 된다면 보충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