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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반성폭력으로 읽는 사회] 반성폭력 운동의 시선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정치 살펴보기-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합니다
  • 2026-10-29
  • 82


[반성폭력으로 읽는 사회] 반성폭력 운동의 시선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정치 살펴보기
_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합니다.

지난 3월, 한국성폭력상담소 격월간 북클럽 다불다불에서는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를 함께 읽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 베티 리어든은 ‘한 사회가 군사주의적일수록 그 사회의 제도와 가치는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하는데요. 성차별주의와 전쟁 체제는 모두 타자성을 폭력적으로 활용합니다. 누군가는 지배하고 누군가는 복종해야 하며, 누군가의 삶은 다른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희생되어도 된다는 논리가 그 바탕에 놓여 있습니다. 전쟁은 이런 논리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내는데, 성폭력을 바라보는 사회의 태도도 이와 유사합니다. 상대의 의사보다 자신의 권력을 앞세우고, 상대의 거부를 무시하며,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하고, 폭력 이후에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구조가 작동됩니다. 전쟁과 성폭력은 다른 양상과 맥락을 갖지만, 상대를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타자화, 대상화한다는 점에서 권력의 공통성을 드러냅니다. 그런 점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정치의 언어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용인해 온 사회의 언어와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미국에 의한 이란 침략전쟁  

2026년 2월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아서고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에 대한 침략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해협 파병을 요청했습니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파병하라는 압박이었습니다. 미국에 도움을 주지 않은 나라에 이란전에 소요된 비용을 청구하겠다는 보도를 보고서는 미국의 이란 침략 전쟁은 철저히 자본주의적 계산이 바탕인 된 자본주의 전쟁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파견은 현지 조사단 파견, 합참의장 파병계획 국방부 장관 보고, 국가안전보장회의 파병계획 보고를 통해 파병계획 확정 후 국방부가 파병동의안을 제출하는 절차로 진행됩니다. 국무회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파병동의안이 제출되고 헌법 제60조 제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파병안이 가결되면 파병이 이뤄집니다. 이재명 정부는 군함 파견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곧 ‘군사적 기여 방안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 나왔습니다.  9월 초에는 현지 조사단을 파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습니다. 9월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 불관여·불개입 원칙은 지금까지도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속 지켜질 것”이라고 답하면서도 “청해부대의 임무를 좀 강화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고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청해부대’는 독립적인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가 아니고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연합해군(Combined Task Force, CTF 151)에 속해있습니다. 연합해군의 활동범위에서의 임무 강화인지 아니면 단독 수행으로 사실상 미군의 침략전쟁에 동조할 수 있다는 것인지 너무나 모호하고 불분명한 입장입니다.  

미국에 의한 이란 침략 전쟁은 국경 밖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정치는 한국 국경 안에서 작동하고 있습니다. 타인의 삶을 지배할 권리를 자임하고, 힘을 가진 자의 폭력을 정당화하며, 복종을 강요하고 저항을 처벌하는 질서. 그래서 호르무즈 파병은 어떤 폭력에 동조하는지, 어떤 질서를 지지하는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전쟁체제와 안티페미니즘의 정치 

미국의 트럼프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는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입니다. 강한 국가, 강력한 지도자, 군사력에 의한 질서재편을 내세웁니다. 국제사회에서 힘의 우위를 과시하고, 다른 나라의 주권과 안전이 아닌 자국의 이해만를 우선합니다. 이란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군사적 폭력이 그린란드와 캐나다, 쿠바 등을 둘러싼 위협과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극우 정치가 자본과 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든다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사회를 위계적으로 나누고, 특정 집단을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대신 다른 집단을 위협이나 제거의 대상으로 규정하며, 기존의 지배 질서를 복원하려는 정치는 극우정치의 특징입니다. 성별에 따른 위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고 남성의 지배적 위치를 회복해야 할 질서로 제시하는 안티 페미니즘 정치이기도 합니다. 극우정치가 제도정치에서 힘을 발휘할 수록 권위주의와 배제, 혐오의 정치는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될테고, 성평등을 역차별로 몰아가고, 페미니즘을 사회적 갈등의 요인으로 지목하며, 성폭력 피해자의 문제제기를 의심하고 공격하는 정치는 더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합니다. 

반성폭력 운동은 피해생존자의 경험을 통해 폭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밝혀 왔습니다. 피해자의 거부가 어떻게 무시되는지, 권력의 차이가 어떻게 성적 침해를 만드는지, 성폭력 이후 사회가 어떻게 가해자의 행위를 정당화하고 피해자에게 침묵을 요구하는지 질문해 왔습니다. 이제 이 시선을 전쟁과 국가의 폭력,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극우정치로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 외교나 안보의 명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지 못하도록, 인간의 존엄과 생명에 대한 침해를 가릴 수 없도록 해야합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한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을 반대합니다. 미국은 명분없는 침략전쟁을 중단해야 합니다. 한국정부가 침략 전쟁에 동참하지 말 것을 요구합니다. 국회가 파병반대 결의안을 채택하기를 촉구합니다. 전쟁과 성차별, 군사주의와 극우정치를 별개의 문제로 남겨두지 않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권력의 논리를 바꾸는 일. 그것은 전쟁에 반대하는 일이며 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 이 글은 사무국 란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