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교육
[긴급토론회]불법촬영 편파수사의 젠더정치 후기
지난 15일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는 ‘불법촬영 편파수사의 젠더정치’라는 제목의 긴급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세 명의 발제자와 세 명의 토론자가 함께 했던 이번 긴급토론회는 홍익대에서 있었던 사건을 비롯하여 불법촬영을 둘러싼 수사와 처벌의 과정에서 작동하고 있는 젠더정치학을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발표, 토론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발표는 ‘통계의
정치:
숫자로
보는 ’몰카‘
수사
그리고 혜화역’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객관적/과학적인
근거로서 제시되는 기술,
과학,
통계가
어떤 가치편향을 전제하고 구성/활용되는가에
대한 발표였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알다시피 지금까지의
여성대상범죄에서 수사기관은 다음과 같이 말해왔습니다.
“여성혐오가
아니라 묻지마범죄다”,
“소라넷의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로 수사불가능하다”(그러나
전담수사 TF
구성
6개월만에
소라넷 폐쇄),
“성별에
따라 수사속도를 늦추거나 공정하게 수사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마지막의 경우를 보면,
이
말의 근거가 되었던 불법촬영 가해자 검거율은 수사 여부 자체가 선별적이거나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해 신고가 안된 경우가 많음을 고려할 때 실제
여성들의 피해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민정 연구자는
“여성들은
가해자로서 정체화하여 ‘동일범죄,
동일처벌’을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불법촬영
범죄의 피해자로서 정체화하고 있는 여성들의 ‘동일범죄,
동일처벌’
발화의
맥락을 이해한다면,
해당
범죄와 관련하여 지금까지의 수사가 편파적이었는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우해 필요한 자료는 단 하나,
피해조사이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공식 통계로는 여성들의 불법촬영 피해를 가늠할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경찰접촉률이 그나마 가장 좋은 지표가 될 테지만, 한국에서는 이를 통계로 생산하지 않는다. 보통 불법촬영 피해의 경우 고소가 아닌 진정의 형태로 진행되고, 수사의 어려움, 낮은 실적 점수 등으로 인해 경찰수사에서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 발표는 ‘처벌의
정치:
사적
구제와 공적 처벌’입니다.
여성들은
온라인상의 여성혐오 표현물에 대하여 신고 등을 통해 이용자로서 사적 구제를 시도하지만,
통신사업자의
차별적 제재조치로 인하여 게시물들이 삭제되지 않곤 합니다.
반면
공적 구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강간중심의 협애한 성폭력에 대한 이해로 인하여,
온라인상이
성폭력 피해가 구제되지 않기도 합니다.
피해
구제와 범죄 처벌의 젠더적 상황을 볼 때,
‘동일범죄
동일처벌’이라는
작금의 구호는 “동등한
폭력 행사의 기회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왜,
그리고
덜/더
처벌하는지,
이
사회가 누구를 어떠한 이유로 보호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성애화
된 여성의 몸을 소비하는 것을 남성간 연대의 도구로 삼거나 놀이로 사소화 하고,
그것을
소비하는 남성보다 대상화 된 여성을 음란하고 불온한 것으로 바라보는,
그리하여
법의 보호를 받으려거든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을 요구하는 성적 이중 규범에 대한 비판”이라고
추지현 연구원은 강조하였습니다.
"누구나 타인을 향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사회가 평등한 것인가? '동일범죄, 동일처벌'은 동등한 폭력 행사의 기회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를 왜, 그리고 덜/더 처벌하는지, 이 사회가 누구를 어떠한 이유로 보호하려고 하는지, 그것을 정당화 하는 논리가 젠더의 관점에서 평등할 것에 대한 요구이다"
세
번째 발표는 ‘시선의
정치:
보는
자,
보여지는
자와 젠더권력’입니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성폭력의 시대와 매체 환경에 따른 발달/변화
과정을 분석하고 디지털 성폭력 범죄의 판단에 있어서 ‘음란’이
근거가 되고 있는 법현실을 비판하였습니다.
특히
뉴미디어가 급속도로 발달하고 보편적으로 보급되어있는 상황은 디지털 성폭력의 주요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소라
연구자는 지금의 환경에서의 디지털 성폭력의 양상을 젠더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디지털 성폭력에 있어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완전히 철폐했다. 이와 함께 성표현물의 소비와 디지털 성폭력에의 참여는 완전히 개별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불법촬영 및 불법촬영물의 소비가 홀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디지털 성폭력에의 연루도 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홀로’ 불법촬영물을 소비하면서도 익명적 관계에 있는 이들과 ‘함께’ 이를 ‘즐기는’ 양상은 2000년대 후반 이후 더욱 강화된다...(중략)... 공공장소에서의 불법촬영이 지속되는 까닭은 불법촬영물을 온라인에 게시함으로써 타인에게 인정받고 자신의 능력을 과시할 때, 그것이 남성 집단에서 공유될 때, 착취의 대상이 된 여성을 평가하고 비난할 때 그것이 즐거운 ‘놀이’가 되기 때문이다...(중략)... 디지털 성폭력은 불법촬영물을 집단적으로 공유, 비평함으로써 폭력을 놀이로 의미화 할 수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 이 가운데 작동하는 남성 연대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중에서 누구를 음란하다고 해야하는 것인가 말입니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이 중 누가 음란한가, 보는 자가 아니라 보이는 자를 음란하다고 낙인찍을 수 있는 것이 젠더 권력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편파수사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여성들의 문제제기가 어떠한 젠더불평등한 현실로부터 출발하였는지 통계/법/피해지원현장/시대와매체의변화를 아울러 살펴보면서 다시 한번 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교하고 분석적인 언어를 갖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자료집을 통해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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