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오세희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오세희 회원님은 상담소 전 활동가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상담소의 활동을 지켜봐오셨는데요, 2003년에 교사생활을 시작해 현재는 과학교육원에 계십니다. 만나 뵙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자 시원한 오케이와 함께 ‘거절하면 또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Q 회원님께서는 언제 상담소에 대해 알게 되셨나요?
12월 초,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오세희 회원님을 만났습니다. 오세희 회원님은 상담소 전 활동가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오랫동안 상담소의 활동을 지켜봐오셨는데요, 2003년에 교사생활을 시작해 현재는 과학교육원에 계십니다. 만나 뵙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자 시원한 오케이와 함께 ‘거절하면 또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하지 않느냐’는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Q 회원님께서는 언제 상담소에 대해 알게 되셨나요?
A 정확한 계기는 모르겠는데 알고는 있었어요. 그리고 90년대 말, 고마라는 공간에서 여명을 만났게 되었죠. 사장님과 알바로. (여명님은 2천 년대 초 상담소에서 상근활동을 한 상담소 전 활동가입니다.)
고마가 97년 말 중하반기에 개업을 했는데 당시에는 앉을 자리도 없었어요. 개업했다고 친구들과 가봤는데 갈 때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나왔던 기억이 있었죠. 그리고 98년에 갔을 때는 썰렁한 상태여서 분위기가 그 때와 다르다고 생각했고 졸업하고 나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고마에서 알바를 시작했어요. 일해보니 IMF 이후에 거의 적자로 운영되고 있었죠.
그 때가 재밌었던 거 같아요. 알바들끼리 모여서 고마를 어떻게 하면 살려볼까 논의도 하고 여러 시도도 해보고, 또 당시에 사장인 여명이 특강을 꾸려서 전기세를 막기도 했죠.
그러고 보니 많이 바뀌었네요. 그때는 여성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지 않았거든요. 용자들만이 폈죠. 그러다보니까 딱 보면 알잖아요. ‘아 여기서만 담배를 피는구나.’ 늘 오는 사람이 늘 그 자리에 앉아서 늘 그 시간동안 담배를 피우고, 꼭 놓고 가요. 그럼 테이블 5번이라고 담배곽에 적어놓고 그 손님이 다시 오면 갖다 주고. 가끔 알바도 담배가 떨어지면 그 담배를 같이 피웠죠. 고마가 문을 닫은 건 2000년, 2001년 즈음으로 기억해요.
Q 중학생 같은 경우에는 요즘 ‘중2병’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학교에서 오랫동안 계시면서 만나본 십대들은 어땠나요?
A 병은 아닌데 중2병이라고 하니까 기분이 나쁘죠. 그리고 그걸 십대들이 합리화하는 데 쓰기도 해요. ‘난 중2병이야’ 라고 하면 모든 사회가 ‘그래 넌 중2병이니까’ 하고 넘어가줘야 될 것처럼.
Q 십대들 사이에 성차별적인 문화가 많이 보이나요?
A 많죠. 여학생들도 스스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무거운 것 들라고 하면 ‘저 여자인데요’ 해요. ‘여러 번 왔다 갔다 해.’ 그럼 ‘한 덩어리인데요?’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그러면 저는 ‘친구 불러.’ 하죠. 그런 육체적인 일을 시키기에는 남학생들이 좋은 게, 힘을 과시하는 걸 좋아해요. 일부러 저는 그런 남학생에게 안 시켜요.
유아용품이 남아는 파란색, 여아는 핑크색밖에 없잖아요. 저는 과연 여아들이 핑크색을 좋아해서 핑크색을 만드는 건지, 핑크색밖에 없어서 핑크색을 착용하다보니 핑크색을 좋아할 수밖에 없게 된 건지 궁금하거든요.
‘요즘 남자애들이 남자애들답지 않아서 싫다’는 말을 하는 교사들도 있어요.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못 살게 구는데 남학생들이 꼼짝없이 당하고 있다, 남학생들이 예쁘게 보이려고 치장하고 패션에 신경 쓰는 모습이 남자답지 못하다고요. 저는 그런 때 과학을 가르치는 여자교사가 있으면 ‘흔한 말로 여성들은 이과를 싫어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과학을 하느냐, 우리 다 이상한 여자들이다’ 라고 하죠. 그런 문화를 깨기가 쉽지 않아요.
십대는 친구들을 좋아할 시기잖아요. 남학생들 중에서도 스킨십을 좋아하고 같이 다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것을 누가 싫어할 때, 주변에서 험한 말을 하죠. ‘게이’라고도 하고요. 저는 ‘게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는 약간의 거리를 두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너희들도 그런 말 한다고 얘네가 떨어질 것도 아닌데 에너지 낭비 하냐’ 라고 하는데, 한계를 느끼죠.
Q 다른 선생님들 같으면…,
A 그분들이 먼저 말을 하겠죠. 남자들끼리 뭐하는 짓이냐.
Q 생각해보면 학교에서도 가르쳐줄 수 있는 게 한계가 있고 부모님들의 경험세계를 기준으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교사의 역할이 참 무겁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A 교사들이라도 그런 단어나 사고방식을 학생들한테 이야기해줘야 해요. 모든 것을 단번에 바꿀 순 없고 24시간 중에 한두 시간이라도 조금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해줄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십대들에게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학교에 있는 사람이죠.
Q 십대들이 갈 곳도 없고 상의할 곳도 적은 것 같아요. 성폭력의 경우에도, 관련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은 적기 때문에 잘 모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A 요즘 십대들은 성과 관련한 것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으로 알게 된 상대와 노래방에 함께 갔다가 상대가 신체접촉을 시도해 거부하고 빠져나온 십대가 있었어요. 이야기해보니 평소 친구와의 대화가 ‘너 어디까지 해봤어?’ 여서 제때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어요.
Q 그런 내용의 카톡이 무죄의 근거가 되기도 해요. 가해자 쪽에서는 피해자의 성력이나 연애관계 등을 조사해서 제출하는데 법정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생각을 하죠.
A 정말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쳐다보고 만지는 행동은 여성의 잘못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지금 논리대로면 제가 학생들한테 해왔던 말이…. ‘짧은 치마를 입고 싶으면 입어.’ 라고 이야기했지만 현실은 ‘평상시 그러고 다닌 네가 잘못이다.’ 라고 판결이 나면….
Q 상담소가 십대와 관련하여 어떤 것을 해볼 수 있을까요?
A 외부강사가 학교에 와서 강의하는 경우 한 반만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그걸 영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학교가 방송 설비를 계속 바꿔주지 않아서 방송이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안 들리니 아무도 듣지 않죠. 저는 그걸 끄고 제가 이야기를 하거든요. 학생들에게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해둬야 돼. 아니면 기록이라도 해놔. 싫다고 한 번 이야기했는데 걔가 계속 그러면 걔가 정말 나쁜 놈이다. 내가 신고를 해주겠다.’ 라고도 하죠.
교사들한테는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학생들한테도 쉽게 이야기해주면 좋아요. 그리고 관리자의 의식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그 분들이 생각이 없으면, 별 거 아니라고 생각을 해서 그냥 넘어가려고 해요. 학교에서 관리자는 교감 이상인데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담임교사가 아무리 해도 어려워요.
한편으론 부정적인 생각이 있는데 (웃음), 왜냐하면, 십대가 꿈을 꿀 수 없는 상태인 거예요. 다른 분들은 동의를 안 하실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수준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거든요. 자기들끼리 모여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