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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김애란 "침이 고인다"
  • 2008-02-04
  • 3665
 
 
‘꽃 피는 계절이 아니라 연말 즈음에 새 시집이 나온다. 다행이다. 마음껏 메마르고 신나게 어두워지리라. 흥청망청 삶을 다 사용할 테다. 추위 속에 외로운 집시처럼 죽어가겠지.’
-작가의 말 중에서
 
김이듬, 그녀는 마치 세상에 벌거벗고 거리를 떠도는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래서 세상 다 산 사람같기도 하고, 자신을 더 절망으로 몰고 가려고 안달하려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시 속으로 들어가 보면 메마르고, 어두운, 을씨년스러운 구석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치는 심장의 피가 느껴진다. 온갖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그 바람을 정면으로 맞서면서 ‘어디 한 번 날 갖고 놀아봐, 아니 날 알아볼 수나 있을 것 같아?’라 외치고 있는 여자. 그 모습은 사실 그녀만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여자라는 틀에, 인간이라는 틀에, 정의라는, 진보라는 이데올로기에 스스로를 가뒀을 때 느껴지는 갑갑함, 불편함을 살아가면서 나 자신 또한 많이 느끼고 있기에 그녀의 시는 한층 깊이 맘 속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시 ‘유령 시인들의 정원을 지나’, ‘드러머와 나’, ‘화장실에 고양이를 가두지 마세요’ 세 편을 읽고 우리들(새빛, 새벽빛, 녀름, 당고, 지선, 오매)은 만났다. 좀처럼 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을 가지고 각자 어떤 해석을 했는지 비교해보기도 하고, 전반적인 시에 대한 인상들을 나누기도 했다. 과연 김이듬 그녀는 어떤 사람일지에 대해서도 같이 그려보았다. 시를 통해 그녀가 들려주는 세이렌(바다에서 선원들을 자신의 목소리로 유혹해 죽게 만든다는 신화속의 여성)의 목소리는 모임 사람들에게 어떻게 들렸을까? 나눈 이야기는 너무나 많지만 주되게 모아진 부분만 적어본다. 아니, 어쩌면 이 글을 쓰는 나(지선)의 주된 인상일런지도 모르겠다.
 
‘화장실에 고양이를 가두지 마세요’에선 어떤 고정된 틀 안에 사람을 가둬버리지 말 것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드러머와 나’에선 외부의 환경에 저항할 수 없이 무력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외부의 침입에 적극 반응하며, 생동하고, 폭발적으로 자신을 변형시키는 인간, 여성성을 노래하는 시인을 만났다. (이 시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성폭력과 폭행 이후 여성의 상처에 대해 쓴 시라는 해석도 주장되었다.) ‘유령 시인들의 정원을 지나’는 그야말로 김이듬이 걷고 있는 시의 세계를, 음침한 기운이 도는 시인들의 정원으로 표상하고 있었다. 시에 대해 가지는 그녀의 절망, 숙명, 자신감, 고독, 고통, 쓸쓸함 등에 대해 몸서리치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이 이야기되었다.

시는 몇 마디로 응축되어 있기 때문에 읽는 이들이 각자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예술이다. 그녀의 시는 많은 의문과 질문, 우리 안의 세상에 대한 고민을 펼쳐 놓을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소설을 주로 읽다 시를 접한 것도 나름 신선하기도 했을지도.
 
 
다음엔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김애란‘침이 고인다’를 읽기로 한 것. 2월 18일 월요일 저녁 7시 상담소에서 여성문학을 통해 삶을, 여성을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written by 지선 
 
 
알라딘 책 소개
2005년 첫 소설집 <달려라 아비>를 발표,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 김애란. 문단과 언론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반겼다. 2년이 흘렀다. 다시 김애란의 새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그녀를 향한 또 다른 평가가 기대되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녀가 두 번째 단편집 <침이 고인다>로 돌아왔다.
문학평론가 차미령의 말을 빌리면 "두루 환영받은 첫 창작집 이후, 김애란 소설은 더 몸을 낮추고 더 낮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전작들의 공간적 배경이 되었던 편의점과 원룸 역시 세련된 일상과 거리가 먼 남루한 자리였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여인숙('성탄특선')과 반지하 방('도도한 생활') 등이 새로운 소설들의 공간이 되었다.
아이러니한 제목들은 각 단편이 그리는 비루한 일상을 더 아프게 드러낸다. 지상의 방 한 칸마저 끝내 허락되지 않는 가난한 연인에게 매해 '역병'처럼 돌아오는 성탄절은 '특선'이라 할 수 없고, 물이 들어차는 방 안에서 연주하는 피아노는 도도하기는커녕 비애가 뼈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꿈을 꾸는 그들의 우주 속으로 들어가보면, 단물처럼 입 안에 고이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